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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이 라띠마 - 기댈 수 있는 존재의 한없는 무기력함

효준선생 2013. 6. 3. 08:00

 

 

 

 

 

  한 줄  소감 : 전생에 이들은 과연 인연이었을까?

 

 

 

 

 

 

애를 가진 동생을 결혼시키기 위해 태국 출신 여자를 데려온 남자가 길거리에서 얻어 터질때만 해도 수영은 마이 라띠마(박지수 분)에겐 구원의 손길이었다. 하지만 수영 역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하게 될 마이와 별로 다르지 않은 사회의 낙오자였다. 이 두 사람은 어떤 인연으로 엮이게 될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불편한 진실은 영화 마이 라띠마가 끝나고도 가시지 않았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 노동자, 혹은 농촌 총각들의 결혼을 위해 머나먼 한국까지 들어온 그녀들을 찾아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잘 정착해서 사는 케이스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 이런 저런 피아간의 문제들로 인해 이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은 마이 라띠마처럼 원치 않는 도망자로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쫒기는 그녀만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녀가 태국에서 온 여성이라는 설정이 아니라면 사회가, 시대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루저들사이의 교집합을 찾아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수영과 마이 라띠마는 그렇게 만났고 그렇게 서울로 왔다. 하지만 수영은 그녀의 흑기사는커녕 간단한 방패막도 되어 주지 못한 채 제 몸 건사하기도 바쁜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 수영의 캐릭터는 세상물정에 상당히 어둡거나 룸싸롱 아가씨에 의해 꼬마로 불리는 19살 청년으로 설정되었다고 하는데 마이 라띠마에겐 오히려 연하가 아닐까 싶다. 물론 영화에선 서른이 넘은 배수빈 배우가 연기한다.  아무튼  이 두 사람은 그냥 던져진 존재로 이해하면 된다. 가진 것도, 삶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도, 그렇다고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도 전혀 없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메가시티 서울에선 남의 것을 훔치거나 버린 것을 줍는 것 뿐이다.

 

 


수영은 마이 라띠마에게서 지켜주어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은 희박해 보였다. 신발을 사줄 때, 버려진 폐가에서 잠자리를 할 때, 볼을 꼬집으며 귀엽다고 할 때 말고는 이들을 숙명의 연인관계로 만들 매개는 별로 없어 보였다. 수영이 호스트바에 취직한 뒤, 수영이 보인 행동이 이를 반증한다. 대신 마이 라띠마에겐 비록 썩은 동아줄일망정 수영이 없다는 사실은 더욱 더 밑바닥으로 처박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가 수영의 아이가 아님을 알면서도 뱃속의 아이를 지우지 않았던 것, 거짓 결혼이지만 남편이 있는 몸으로 수영과 잠자리를 한다는 것, 함께 서울에 올라온 다는 것, 낙태비용으로 마련한 돈으로 포항으로 내려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들은 그녀에게 수영의 존재는 유일하게 기댈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이 영화를 로드 무비라고 볼 수는 없다. 대신 이 두 사람 말고도 저변에 깔려있는 수많은 하류계층의 사람들의 이야기로 드라마를 두텁게 만든다. 비록 당장 굶어죽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자신보다 더 못사는 사람을 착취하며 연명할 뿐이다. 노숙자, 인신매매, 다단계 사기꾼, 넝마주이, 호스트바등 이런 틈 속에서 이들이 버티고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어 보인다. 알량한 돈 몇 푼을 놓고 이들보다 여건이 조금 좋아 보이는 자들은 이들의 성을 착취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다.


돈을 얻기 위해 몸을 내놓아야 하는 현실과, 그런 처지의 두 사람이 한데 있다고 해서 서광이 비추고 희망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서울에 올라왔을 때부터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던 것처럼 한 바퀴 돌고 난 뒤에서 이들은 아무 것도 손에 쥔 게 없었다.

 

 


어렸을 때 둥근 원을 그리고 호각소리가 나면 그 원으로 뛰어드는 놀이를 한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나면 그 둥근 원은 점점 작아지고 그 원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도 점점 줄어든다. 원 안에 들지 못한 사람들은 쓴입을 다시며 술래가 되거나 혹은 다른 벌칙을 받아야 했다. 만약 그게 놀이가 아닌 현실이라면, 영화 마이 라띠마는 특정 개인만을 조명한 영화는 아니다.


어느 테두리[圈] 안에 들지 못했기에 페널티를 받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은 사회에 반칙으로 승부하자고 덤빌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무수한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비록 비루하고 나약한 외국인 여성과 국적만 한국인이고 한국어가 통하는 곳에서 살고 있을 뿐 그녀보다 나을 것이 없는 어느 낙오된 청춘의 이야기는 그저 애처롭기만 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마이 라띠마 (2013)

Mai Ratima 
9.6
감독
유지태
출연
배수빈, 박지수, 소유진, 최희원, 이진샘
정보
드라마 | 한국 | 126 분 | 2013-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