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이, 애나 - 다가설수록 멀어지는 애정의 감정

효준선생 2013. 6. 4. 09:00

 

 

 

 

 

   한 줄 소감 :  아들인 감독과 엄마인 주연 배우가 특별한 외출을 하다

 

 

 

 

 

없이 높게만 솟아 있는 건물, 아파트라고 한다. 주변 경관은 의식하지 않은 채, 많은 사람들에게 저렴한 잠자리를 제공할 뿐인 그곳, 사위엔 인기척도 없다. 그 흔한 아이들이 뛰어노는 장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회색괴물이 아가리를 벌리고 그곳을 찾아드는 외지인을 맞고 있을 뿐이다.

 

 


영화 아이, 애나. 영국과 독일에서 로케이션을 한 탓인지 매우 건조해보였다. 등장인물들이 많은 편도 아니다. 그럼에도 묵직한 분위기와 결말은커녕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쉽지 않은 전개의 스릴이 전해지는 건 여주인공 샬롯 램플링 때문으로 보인다. 영화 멜랑꼴리아에서 염세주의적이면서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의 이목구비를 선보인 그녀가 이번 영화에서 단독 주연을 맡아 그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두 가지 사건에 따라 시시각각 변모하는 한 중년 여인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사람이라고는 살 것 같지 않은 그 고층 아파트에서 사건이 발생하던 그 시각 한 초로의 여성과 그녀를 바라보는 한 형사의 눈빛이 엇갈린다. 바바리 코트가 제법인 둘은 이성의 끌림이었는지, 아니면 오랫동안 범인만으로 잡아온 형사의 직감이었는지 인연을 빙자한 만남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녀에게 알게된 놀라운 사실에 형사는 난감해하고, 마치 에스코트 맨이라도 된 듯 굴지만 그가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한 남자의 끔찍한 죽음, 이어지는 범인의 색출, 단서는 많지 않다. 심지어는 엉뚱한 사람이 잡혀오기도 하지만 여기서 관객들은 헷갈린다. 진짜 저 사람은 왜 죽었을까? 그리고 이 영화의 여주인공과는 어떤 관계이길래? 할머니라고 부를 만한 어린 여자아이가 보이고 그녀의 엄마가 있다. 닮은 듯 하지만 어딘지 불안해 보인다. 함께 사는 건지, 아니면 그 세 사람 중 한 명의 착각인 것인지, 영화는 현실과 과거를 엇갈려 보여주며 두 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집중시켜려고 애를 쓴다.

 

 


사람들은 제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남길 경우, 독특한 행동이 반복되곤 한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다. 일종의 불안 심리인 셈이다. 이 영화에서는 “긁기”다. 골절상을 당한 여자, 깁스를 하지면 깁스를 해 놓은 곳이 가렵다. 마치 벌레라도 들어가 물은 것처럼 그녀는 참지 못하고 좁은 공간안으로 꼬챙이를 집어넣어 집요하고 긁는다. 피부에 난 생채기가 안쓰러울 정도로 빨갛게 솟아 오른다. 그녀는 자신을 또 다른 방법으로 학대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녀의 눈이 퀭한 상태가 되지만 그녀에게 마음이 생긴 남자에겐 일종의 모성애였던 모양이다.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임을 알게 되지만 그렇다고 내치지도 않는다. 그건 어떤 심정이었을까? 발각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은 없다. 그저 남은 건 자학일뿐이고 그렇게 한다고 이미 엎지러진 일들이 제 자리로 돌아올 일도 없다.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그녀의 옷차림이 정갈하다. 그건 외로움의 다른 이름이다. 싱글 파티가 가보는 것도, 전화 저편에 아무도 없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타인에게 다가서려고 한다. 그 사이 그녀에게 닥친 두 사건의 후유증은 또 다른 모습으로 그녀에게 부담이 된다.


이 영화는 삭막하고 각박한 오늘을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스릴러적 요소로 잘 표현해냈다. 늘 벅적거리며 살 것 같으면서도 혼자가 되면 쓸쓸함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 손을 내밀어 보지만 자기 마음같지도 않다. 높은 아파트에서 내려다보이는 조감도가 더욱 쓸쓸해보였다. 아마 그녀의 눈빛도 거기에 꽂힌 모양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아이,애나 (2013)

I, 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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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바나비 사우스콤
출연
샬롯 램플링, 가브리엘 번, 헤일리 앳웰, 랄프 브라운, 에디 마산
정보
로맨스/멜로 | 영국, 독일, 프랑스 | 91 분 | 2013-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