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잠 못 드는 밤 - 둘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엿보다

효준선생 2013. 5. 31. 08:00

 

 

 

 

 

   한 줄 소감 : 여름밤 부부가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근처 극장에서 심야영화로 보기에 딱 좋다. 

 

 

 

 

30대 중반의 현수와 주희, 주변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아직 신혼 부부의 티가 다 가시지 않은 그런 커플이다. 남자는 멸치가공공장에서, 여자는 요가학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20평 초반의 단출한 아파트에서 둘 만 살고 있는 그들의 일상은 우리네와 별로 다르지 않다. 부모 걱정을 하고, 아이를 낳는 이야기를 나누다 자신이 없다며 그만두고, 밤엔 또 남들처럼 할 거 다하면서 산다.

 

 


영화 잠 못 드는 밤은 특출날 것 없어 보이는 30대 부부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그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순리대로, 혹은 비딱하게 그려내고 있다. 커다란 사건 사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익사이팅한 전개가 아닌, 하루가 지나고 다시 다음날이 찾아오듯 이들 부부의 일상도 그러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우린 영화를 보면서 정말 독특한 발상에만 촉각을 세우며 지켜보았던 것 같다. 그게 신통치 않으면 기억에 남겨두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고 했다. 즉, 과격한 흥분 물질이 뇌 속에서 분비가 되지 않으면 바로 숙면모드로 들어가 심심했던 영화라고 흥분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선 얼마나 밍숭맹숭한 일이 많았던가. 아침에 일어나 많은 이들처럼 직장에 가고 하루종일 늘상 비슷한 일을 하다 퇴근하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다시 잠을 자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생활, 이들 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보니 딱 그 모습이다. 해서 이 영화는 톡톡 터지는 팝콘같은 에피소드가 아니라 부드러운 요플레를 떠먹는 정도의 해프닝과 부부의 투닥거리는 말다툼 정도를 즐기면 된다.

 

 


영화에서 아내가 주차해 놓은 자전거를 잃어버리고 집으로 돌아와 이런 말을 한다. 잃어버렸을 때는 화도 나고 속도 상했지만 생각해보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 자전거를 타고 오다 넘어지거나 사고를 당할 수도 있었겠다. 그 자전거는 나와는 인연이 없을 수도 있었겠다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도리어 차분해진다는 말. 일리 있는 말이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다시 자전거를 우연히 찾게 되자, 그제서야 그 자전거 주인은 따로 있는 모양이다. 바로 당신, 이라는 말에서 마치 그 자전거가 아무것도 아닌 말다툼 끝에 집을 나가 별똥별 구경을 하고 있는 남편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의 이야기를 밀착해서 그린 영화라 그런지 뜻밖의 노출 장면도 들어가 있고, 알콩달콩 그 또래 남녀가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음에 흥미롭기도 했다. 몇 개의 에피소드를 추가해 장편의 길이에 맞추었으면 어떠했을까 할 만큼 짧은 러닝타임이 아쉬울 따름이다.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관음증은 무시 못 할 재미이기 때문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잠 못 드는 밤 (2013)

Sleepless Night 
9
감독
장건재
출연
김수현, 김주령, 최현숙, 정대용, 정영헌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65 분 | 2013-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