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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프터 어스 - 아들은 아버지의 그림자를 먹고 자란다

효준선생 2013. 5. 30. 07:30

 

 

 

 

 

   한 줄 소감 : 기왕이면 좀 넓은 화면으로, 기왕이면 4D로 보는 것도 좋을 듯.

 

 

 

 

 

화 애프터 어스의 시대배경은 무려 서기 3072년, 그런데 그 시점은 인류가 황폐해진 지구를 버리고 새로운 정착지 노바 프라임으로 떠난 지 어언 1000년, 그렇게 따지고 보니 지금부터 두 세대 정도면 지구에서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다는 얘기다. 어찌되었든 영화에선 지구에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는 있지만 다른 동물들, 예를 들어 거대 맹금류는 살 수 있는 모양이다. 사자를 닮은 맹수도 보이고 작은 조류 따위도 천적 인간이 사라진 뒤 유유히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쩌면 지구가 인간을 버린 게 아니라 인간이 더 호조건의 주거지를 선택해 날아가 버린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영민한 인간이 살 수 없다면 동물은 말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주거지라고 인간에게 호의적인 건 아닌 모양이다. 특히 얼사라는 흉측하기 짝이 없는 괴물은 두려움을 느낄 때 인간의 몸에서 발산되는 호르몬의 냄새를 맡고는 여지없이 죽이는데, 마치 지구에서 그 옛날 원시인들이 맹수들과 싸우는 모습과 흡사하다. 영화의 주인공인 사이퍼 장군만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상태인 고스팅에 능해 만인의 존경과 경외심을 받는다. 그의 아들 키타이와의 우주선 여행이 바로 이 영화의 시발점이 된다.

 

 


이 영화를 굳이 미래의 망가진 지구에서의 해프닝을 그린 공상과학영화라고 정해놓고 볼 필요는 없다. 몇 가지 크리처와 관련된 장치를 제외하면 봉사활동이나 보이스카웃 활동을 떠난 아들을 자가용으로 어느 낯선 지방에 데려다 준 아버지의 관찰기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부자의 맹활약으로 지구를 다시 인간들이 살 수 있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변모시켰다든지, 혹은 외계인과의 한판 전투를 거쳐 “우주평화는 내 손으로”를 주장하는 주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로서 군인으로서 임무에 충실하다보니 가정에 소홀했고 그럼으로써 아들과의 소원해진 관계를 집을 떠나 둘만의 시간을 보냄으로서 다시 돈독하게 만들었다는 그런 류의 영화다. 흔한 소재지만 역시 광각으로 촬영한 미래의 도시와 황폐해졌다고는 하지만 인공적인 건축물이 사라져 오히려 청량감을 주는 지구등, 볼거리를 챙기다 보면 러닝타임은 훌쩍 지나고 전보다 많이 성장한 아들 키타이와 배우 제이든 스미스의 청년같은 모습에서 바로 자신의 아들과 오버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은 유난히 아버지의 역할을 그린 영화들이 득세하고 있다. 밖에 나가서 돈 벌어다 주는 역할에 그쳤던 그들의 영화 속 분투는 거꾸로 말해서 그들의 존재를 정상화시켜보자는 기획일테고, 이런 점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 인 모양이다. 영화에서 의미있는 장면이 하나 나오는데 키타이의 목숨을 노렸던 독수리가 은혜를 갚는 컷이다. 이 역시 자신의 새끼를 지키는데 일조한 키타이를 위해 미물일망정  자식사랑은 인간 못지않음을 보여주었고, 큰 울림은 아니지만 이때부터 키타이의 마음가짐이 좀 달라진 게 아니었나 싶다.

 

 


지구가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진과 해일, 그리고 화산폭발이나 태양의 영향 등으로 인간은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가 언제가 되었든 간에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곳이길 바란다. 독수리만도 못해서야 쓰겠는가.


3년전 홍콩스타 성룡의 도움을 받아가며 무술을 익히던 작은 꼬마 제이슨 스미스가 이번엔 아버지의 본격적인 스타만들기 프로그램에 따라 얼추 다 자란 모습을 선보였다. 영화 속에서 고스팅에 능한 아버지의 모습을 따라 그 역시도 괴물 따위는 단칼에 베는 용사의 모습을 보였듯이 조만간 또 다른 영화에서는 성인배우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애프터 어스 (2013)

After Earth 
10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윌 스미스, 제이든 스미스, 이사벨 펄먼, 조 크래비츠, 크리스토퍼 히브주
정보
SF, 액션 | 미국 | 100 분 | 2013-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