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스타트렉 다크니스 - 먼길 떠나는 신진에게 한 수 알려주다

효준선생 2013. 5. 29. 07:30

 

 

 

 

  

  한 줄 소감 : 언젠간 우주로 먼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

 

 

 

 

 


 

200여년이 지난 지구엔 어떤 모습의 인류와 환경이 존재할까? 아무도 그때를 살아보지 않았으니 알 리 없지만 공상과학영화 등을 통해 어렴풋이 상상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영국 런던의 모습, 마천루가 즐비하고 노선버스처럼 비행물체가 유영을 하는 모습만 봐도 미래의 세계임을 눈치 챌 수 있는데 그때가 되면 우주는 지금의 오대양 정도로 마음만 먹으면 우주선을 타고 어디든지 가볼 수 있는 세상. 그곳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또 어떤 것일까?

 

 


영화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아직 가보지 못한 더 먼 곳으로의 출발을 앞두고 있는 거대함선 엔테프라이즈호의 여정을 축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함선의 항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어떤 해프닝을 담고 있으며 그건 지난 과거와의 어느 정도의 단절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시리즈 전작인 더 비기닝에서 엔터프라이즈호의 함장인 커크와 크루의 만남과 소개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면 이번 영화에선 전작에서 앙금처럼 남아있던 함장과 크루들의 갈등구조를 해체하고 사명감을 부여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들을 담아냈다. 이런 구도에 힘을 보탠 건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에서 온 인물 존 해리슨이다.

 

 


2259년이면 21세기 초반을 살던 사람들에겐 엄청난 미래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반대로 그들의 눈에 21세기 초반을 살던 사람들은 구닥다리 원시인쯤으로 볼 수 도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른바 냉동인간들, 미래과학의 발달에 시금석을 놓았던 어떤 무리들이 오랜 잠에서 깨어 마치 단지 타임슬립이라도 한 것처럼 가공할 힘을 보여주었을 때, 까마득한 후손쯤인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최첨단 무기의 향연을 보여주든지, 혹은 아직은 영글지 않은 재주들을 하나로 똘똘 뭉쳐 대적하는 수 밖엔 없다. 바로 이 영화는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엔터프라이즈호 대원들의 일심단결을 위해 과거에서 온 존 해리슨이 던진 돌, 화두를 끄집어내서 앞으로 있을 수많은 모험과 역경을 헤쳐 나가는데 도움을 주고자한다.

 

 


그런 이유로 이번 영화에서 커크와 그의 크루들이 받아내야 하는 악전고투는 그 정도가 심하면 심할수록 약이 되었을 것이다. 존 해리슨의 역할이 농도가 짙어 질 수록 영화가 흥미로워졌다는 건 단순히 일회성 싸움대결이 아님을 알게 해준다. 일당백의 옵션을 지닌 존 해리슨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역할이 여기서 멈춘다고 해도 커크에게 전수된 일종의 육체적 기제들은 확실히 존의 그것과 유사하게 작동될 테니 말이다.

 

 


다시 중반부 이야기로 가보자. 아직은 설익은 엔테프라이즈호의 대원들이 점차 강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은 마커스 제독의 공격을 받은 직후부터였다. 자신의 여식이 타고 있는 엔터프라이즈호에 대고 공격포를 쏟아붓는 그. 마치 낭떠러지에 새끼를 굴려놓고 살아남은 놈만 골라 키운다는 맹수의 그것과도 같아보였다. 그 역시도 다음 세대들에게 지구의 운명, 인류의 운명을 부탁하려는 의도였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성장담이다. 외모에서 봐도 아직은 아버지의 아우라에는 미치지 못하는 젊은 함장 커크, 종족에 대한 차별로 마음 상한 채 함장에게 사사건건 맞서는 부함장 스팍, 그리고 언제든지 완장을 찰 준비가 되어있는 술루등등. 그들이 장기간의 우주항해를 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모멘텀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들끼리의 똘똘 뭉침 역시 중요했다.

 

 


영화 초반부, 화산에 갇혀 죽을 수도 있는 운명이었던 스팍을 규정을 어겨가며 구해낸 커크의 행동은 영화 엔딩 장면에 와서는 또 다른 의미에서 구원의 힘을 재연시켰다. 주인공들은 쉽게 죽지도 않는다고 뭐라할 수도 있지만 이들에겐 그것만이 존재의 의미가 된다. 다음 편에선 최소한 누군가는 희생의 이름표를 달고 사라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탑승한 대원처럼 충원도 될지 모르겠다. 이 영화가 기왕 시리즈물을 표방하고 긴 호흡을 관객들과 마주할 요량이라면 거기에 맞춰주면 될 것 같다. 대신 이번 영화처럼 거대한 스케일로 시야를 넓혀 놓았으니 다음엔 어떤 시퀀스와 비주얼로 등장하게 될지 그것이 좀 궁금하다.


아직 본격적인 우주항해는 시작도 안한 셈이다. “trek” 은 느릿한 속도의 장거리 여행을 의미한다. 공상과학영화치고 스타트렉의 진행속도(화려한 볼거리의 연이은 등장이 아닌 내러티브의 그것)는 상당히 완만하다. 진득하니 또 기다리는 수 밖엔 없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스타트렉 다크니스 (2013)

Star Trek Into Darkness 
8.7
감독
J.J. 에이브럼스
출연
크리스 파인, 재커리 퀸토, 조 샐다나, 베네딕트 컴버배치, 칼 어번
정보
액션, 어드벤처, SF | 미국 | 132 분 | 2013-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