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사랑은 타이핑 중! - 타닥타닥, 사랑의 시그널

효준선생 2013. 5. 26. 11:00

 

 

 

 

 

  한 줄 소감 : 영화 자체가 사랑스럽다

 

 

 

 

 

금은 타자기로 입력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타자기는 문서작성의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수기에서 벗어나 기계의 도움을 받는다는 건 효율성면에서나 균질한 가독성면에서나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다가 전동 타자기와 워드 프로세서의 과도기를 지나 퍼스널 컴퓨터의 보급으로 90년대 중반부터 각 사무실에선 더 이상 타자기를 보기 힘들어졌다.

 

 


그럼 그 많던 타자기들은 어디로 갔을까. 골동품점에서나 간혹 볼 수 있는 타자기와 관련된 영화 한 편이 사랑이라는 주제로 등장했다. 영화 사랑은 타이핑 중! 이라는 프랑스 영화다. 소녀 감성의 핑크빛으로 치장된 포스터와 금발 머리의 소녀가 타자기를 앞에 두고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면 났던 화도 누그러질 지경이다. 그녀는 왜 타자기를 앞에 두고 있는 걸까? 이미 사라진 물건인데. 바로 이 영화의 시대배경은 1958년에서 59년 사이를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미혼여성에서 가장 각광받던 직업은 비서였다. 시골에서 아버지 일을 돕던 소녀는 파리로 와 보험사 사장의 비서가 되고자 했지만 다른 경쟁자와 비교해 우위에 설 만한 이른바 스펙이 없었다. 잘릴 위기였지만 그녀는 특유의 넉살과 제법 빠른 독수리 타법의 타자솜씨로 사장님을 사로잡고, 타자 빨리 치기 대회에서 입상하는 조건으로 파리지앵의 꿈을 이어간다.

 

 


이 영화를 사장과 여비서 사이의 달콤한 로맨스물로만 봐서는 안되는 이유를 먼저 언급하자면 1958년 즈음은 프랑스 역시 전후(戰後) 사회 시스템의 복구 과정중에 있던 때로, 격변기라고 할 수 있다. 남자들이 전사한 경우도 많았고,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인 루이 역시 참전했던 인물로 나온다. 지금은 선망받는 보험사 사장이지만 과거 마음을 나누었던 이성을 전쟁에 나가느라 때문에 잡지 못했다는 아픔이 있고, 그로인해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서는 여비서 로즈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는 장면도 있다.

 

 


둘째 요즘 시쳇말로 사장은 갑이고, 여비서는 을이다. 이들이 가까워질 수 있었던 계기도 타자 빨리 치기 대회에 나가라는 사장의 독촉 때문이었고, 만약 참가하기 싫었다면 아마 짤리지 않았을까? 지역대회와 프랑스 전국대회 우승으로 세계 대회에도 나갈 수 있었던 과정을 보면 물론 개인의 영예이기도 하지만 타자기 회사의 상업적 모략과, 그녀의 외모를 탐하던 남자들의 껄덕댐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과연 그녀는 얼마나 순수한 마음으로 이런 대회에 나가려고 했었을까

 

 


사랑을 얻기 위한 자기가 가진 거의 유일한 재주인 타자 빨리 치기, 그리고 곁에서 그녀가 자신의 재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만족했던 사장. 이들이 서로가 원하는 수준의 사랑으로 변화하는 데는 주변인의 도움도 필요했고, 그 사이에 그 당시 시대상을 대표하는 볼거리도 아름답게 채워졌다.


1950년대 말엽, 프랑스 파리의 모습들이 마치 거짓말처럼 재연되었다. 차량도, 거리의 사람들도, 패션의 도시답게 미술적인 측면에서도 빛을 발한다. 1분에 500타 이상을 치는 실력의 그녀와, 처음부터 그렇게 잘 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부단한 연습을 통해 그녀가 일취월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주변사람들의 모습 역시도 아름다웠다.

 

 

 

 

전통적인 타자기의 결함을 개조하는데 도움을 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미국의 타자기 제조업체에게 제안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미국은 비즈니스가 프랑스는 사랑이"... 프랑스 영화답게 알콩달콩한 장면들이 연신 쏟아진다. 사장과 여비서의 사랑이라고 좀 삐딱하게 볼 건 아닌 듯 하다.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것 같다. 영화 사랑은 타이핑 중!을 보고 난다면.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사랑은 타이핑 중! (2013)

9
감독
레지 루앙사르
출연
로맹 뒤리스, 데보라 프랑소와, 베레니스 베조, 숀 벤슨, 멜라니 베르니에르
정보
코미디 | 프랑스 | 111 분 | 2013-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