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저스트 어 이어 - 댁네 사랑전선, 안녕하신지요?

효준선생 2013. 5. 24. 07:30

 

 

 

 

 

 

    한 줄 소감 : 천편일률적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편견을 날려버리다 

 

 

 

 

 

 

애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상대방의 이해할 수 없는 습관들 때문에 고통인 신혼부부라면 영화 저스트 어 이어는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최고로 사랑하기에 결혼까지 했건만 더 멋지고 더 자신을 사랑해 줄 것 같은 이성이 대시를 해온다. 남편(혹은 아내) 말고 이토록 가슴 떨린 경우는 없었건만 잘못하고 있는 거 같은데, 어디다 묻고 싶다. 결혼도 리와인드 할 수 없냐고.

 

 


영화 저스트 어 이어는 종래 보기 드문 엔딩을 가진 로맨틱 코미디다. 하지만 코미디라고 보기에 과정은 씁쓸하고 그 결과는 보기에 따라 이럴 수도 있을까 싶기만 하다. 대부분의 사랑타령들은 설사 투닥거리고 싸우던 커플들도 결국은 온갖 고난과 오해를 극복하고 다시 사랑을 쟁취한다며 진한 키스신으로 마무리되곤 한다는 데 키스신은 있되, 그 상대방이 지금의 그, 혹은 그녀가 아니라면.  이게 대체 무슨 변고인가.

 

 


곁에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아 부지런히 결혼은 했다. 주례를 보던 신부님의 잠시 초를 치며 불길한 전조를 보여주고 언니되는 사람이 "일년만 살아봐 사랑 그 말라빠진..."이라며 초를 쳤지만 사랑에 빠진 그들에게 그런 게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남들과 다르지 않은 신혼생활은 깨소금냄새가 진동했다. 그래서 사랑하면 결혼하나 보다 생각을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이다. 하지만 이 영화 좀 이상하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시선이 둘이 아닌 아내의 몫으로 살짝 바뀐다. 영화에선 이들이 부부 생활에 대한 카운슬링을 받는 장면과 그들이 겪은 지난 1년간의 부부로서의 생활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풀어 가는데 진짜 저런 모습이면 둘다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쓰는 남편과 밖에서 워킹우먼으로 일하는 아내, 집안일이라고는 잘 하지도 않고 한다고 해도 훼방수준이다. 거기에 간혹 등장하는 시댁 식구들과 남편의 친구들이 쏟아내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과 행동들, 여자는 점점 지쳐간다. 그럼에도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고 안위하고 참아낸다.


영화에서 웃음이 유발된다면 바로 남편이 보여주는 진상급 행동들이다. 거의 푼수같은 그의 행동과 생활 습관들은 결혼 전과 달라진바가 없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행동을 이해 못하는 아내에 대해 이해를 시키려는 노력이나 혹은 화를 내지도 않는다. 그렇게 1년의 결혼. 말이 씨가 된 건지 모르겠다. 각자에겐 다른 이성이 접근하고 자신들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조금씩 빠져든다.

 

 


쉽게 말해 불륜의 전조증세 같은 것이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막가는 장면을 넣어가며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다. 대신 유부남, 유부녀로서의 심리적 갈등을 행동으로 자연스레 연결시키며 관객들에게 동조를 요구한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문해보라. 나중에 결혼을 하고 나서 상대방의 생활습관을 100% 이해할 자신이 있는가 아니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들을 고칠 자신은 있는가. 그것도 아니면 꾹 참고 버티며 살 수 있는가. 요즘은 결혼 연령이 늦어져 서른 즈음에 결혼을 한다고 치면 30년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남녀가 아침부터 밤까지 한 공간에서 살면서 100% 자기 마음에 맞는 생활 습관을 보여가며 살기란 정말 어려울 것이다. 그까짓 거라고 쉽게 여기지 말라고 바로 이 영화가 말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랑의 유통기한이라고 운운할 수 없다. 사랑은 하되,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케이스라면, 바로 그 상황에 서로에게 지금보다 더 끌리는 이성이 나타났다면 그래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이 영화는 지금 겨우 참아가며 살고 있는, (생각보다 적지 않은 경우일 것이다.) 1년차 부부들에게는 고통이자 가시방석과 같은 영화가 될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사랑이 아닌 정으로 살게 된다면 자신은 둘이 함께 할 자신이 없다고. 과연 그는 지금 잘 살고 있을까? 그에게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저스트 어 이어 (2013)

I Give It a Year 
9.8
감독
댄 메이저
출연
로즈 번, 라프 스팰, 사이먼 베이커, 안나 패리스, 제이슨 플레밍
정보
코미디, 로맨스/멜로 | 영국 | 97 분 | 2013-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