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춤추는 숲 - 함께 사는 의미를 모색해보다

효준선생 2013. 5. 23. 07:30

 

 

 

 

 

   한 줄 소감 :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살 수 있을까

 

 

 

 

 

심에서 생태친화적인 공동체 마을을 만들어 삶을 영위한다는 건 어디서든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압축 개발성장의 표본과도 같은 서울에서 이런 시도는 도박과 같다. 제 아무리 다른 곳에서 견학을 와볼 정도로 성공적인 모델로 커간다고 해도 말뚝 하나 박고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개발!! 이라고 하는 공권력의 메가폰 앞에선 무력해질 수 밖에 없다. 말도 안된다고? 서울은 그렇게 만들어져 온 공간이다.

 

 


서울에서의 숲은 잘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조성하고 둘레를 쳐서 공원처럼 만들지 않는 이상 수백 년, 아니 수십 년을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숲이 서울에 있겠는가.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동네 산에서 나무와 풀벌레와 흙을 밟고 거기서 쉴 수 있음에 행복한 것인데, 그 마저도 언제 빼앗길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하기에 성미산이 근 몇 년 동안 겪었던 아픈 해프닝은 그래서 이야기가 된다.

 

 


영화 춤추는 숲엔 실제 춤을 추는 것 같은 수목의 그림이 등장한다. 키 높은 나무들이 바람에 의해 제 몸과 이웃의 몸을 부딪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키 높은 나무가 아닌 그 아래에서 사는 사람의 이야기다. 성미산 공동체라는 타이틀을 달려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산 속에서 움막을 짓고 살지는 않는다. 서울 마포구, 얼핏 보면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서민 주택 밀집지역이다. 비슷한 건물에 비슷한 연립주택에 오고가는 사람들도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내면이다.

 

 


영화에서도 여러 차례 볼 수 있지만 그들은 대개 모여있다. 이름대신 별명을 하나씩 갖고 있는 그들은 지방선거에도 나가고 함께 어울려 합창대회 연습도 한다. 아이들도 많지만 대개는 30,40대 학부모들이 많이 보인다. 그들이 내재적 가치가 바로 성미산의 가치이며 그들의 말과 행동이 지금보다는 조금은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해보려고 의지인 셈이다.


그들이 맞닥뜨린 문제는 바로 어느 사학이 성미산 자락 일부를 허물고 사립여학교를 만들려고 하려는 것과 그걸 막아 보려는 주민간의 갈등이었다. 솔직히 이 영화가 성미산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해서 “다큐 3일” 정도로 부담없이 유쾌한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싸워야 하는 그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어디서부터 잘 못인지 잘 모르겠다. 조금만 타협을 했다면 사학재단도, 성미산 주민들도 윈윈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제3자의 눈으로 얼마큼이나 정확하게 봤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어린 아이들이 숲 속에서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성미산과 아이들이 자라 학교에 다니고 그 학교가 성미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건 또 다른 자산일 수도 있지 않을까 했다. 영화는 일방의 모습을 비추고 있어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엔딩신에서 드러나듯 완공을 앞둔 학교가 이젠 주민들에게 싸움과 대결의 결과물이 아닌 또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영화는 즐거움도 많다. 함께 노래도 부르고 아이들의 제법 철든 모습이 어른 못지 않았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어렸을때 성미산에서 자랐다는 걸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면 성미산이 왜 존재해야 하는 지는 자명한 일이다. 언제가 되어 또 다시 성미산이 신음 소리를 내며 잘려나갈 지는 모르겠다. 땅이 사라질지언정 더불어 산다는 것, 그리고 그게 전보다는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을 망각하지 않을때 성미산의 실험은 계속되어야 할 의미를 지닐 것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춤추는 숲 (2013)

Forest Dancing 
9.4
감독
강석필
출연
짱가, 꽃다지, 쟁이, 웅이, 강이헌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95 분 | 2013-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