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비포 미드나잇 -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효준선생 2013. 5. 25. 08:00

 

 

 

 

 

  한 줄 소감 : 이들의 행보는 계속 될 것 같다

 

 

 

 

 

 

화 비포 미드나잇을 보려는 사람들은 전작들은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을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며 머뭇거렸다. 시리즈 물을 연이어 내놓는 제작사들로서는 이런 문제 때문에 프리퀄이니, 스핀오프니, 리부팅이니 해서 교묘하게 관객들의 집중력을 흩트려 놓으려 애를 쓰지만 안타깝게도 영화 비포 미드나잇은 전작들에서 남녀가 우연을 가장한 인연으로 만나 속내를 풀어내는 과정을 생략한다면 이번 영화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일지 모른다.

 

 


물론 영화 자체가 현학적이거나 계도적이라 어렵다는 게 아니라 시각적 효과에 많은 공을 들이는 요즘 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청각에 크게 의존한다. 당연히 영화를 모국어로 하는 관객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러니 한국 관객들은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는 두 배우,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주름진 얼굴과 배경으로 등장하는 그리스의 멋진 풍광을 얼핏 보는 것 말고는 자막을 읽어내고 자신의 언어로 소화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게다가 말투가 무척 빠른 편인지라 대사량도 엄청나고 두 배우와 감독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에서 끄집어낸 이야기들로 충실하게 채운 이들의 대사는 그저 말랑한 연애담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표를 끊은 20대 청춘 남녀들에게 다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밤 12시가 되기 전을 의미하는 이 영화의 제목은 휴가라고 그리스 까지 온 부부가 아이들에게 치이면서 다소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이곳을 떠나기 전날 마지막 하루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크게 말싸움이 나고 그걸 해소하는데 필요한 시간의 양을 말한다. 즉, 오전엔 그리스 친구들과 열심히 사는 이야기를, 이들이 알선해 준 호텔을 찾아가면서는 부부만의 사적인 감정을, 그리고 호텔 안에서는 부부이기에 가능한 행위와 여기서 벌어지는 부부싸움이, 그리고 이제 새날로 넘어가려는 늦은 밤, 이들은 노천 카페에서 다시 화해의 손짓을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이 영화는 거의 수다에 가까운 대화가 넘실거린다. 따지고 보면 크게 영향가는 없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서로에게 건넨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소통을 하고 있다. 나랑은 말이 안통해라면서 아예 입을 닫고 사는 수많은 부부들에게 제시와 셀린느 부부는 그래도 잘 살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들은 속내를 털어놓지 않았음을 호텔에서의 대화 속에서 터져나왔다. 해서는 안되는 말들이 마구 쏟아졌고, 그걸 수습하기 위해선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이 영화가 많은 남녀들에게 공히 수긍이라는 평가를 얻어낼 수 있는 건 서구나 한국이나 가정사는 얼추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결혼, 출산, 양육, 교육, 일, 친구, 친척, 노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달라 보이는 건 별로 없다. 대신 가슴앓이를 하기보다 상대방에게 까놓고 얘기를 하고 타진을 한다는 데 차이점이 있어 보인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딱 그런 느낌이 들었다. 혹자는 이번 시리즈를 끝으로 마무리 된 것 같다고도 하는데, 이들이 쉰 살이 되고, 자식들이 또 제 짝을 데리고 자신들 앞에 왔을 때의 이야기가 또 이어지지 않을까? 그때는 또 어떤 비포 시리즈가 등장하게 될까? 왕년의 핸섬하고 큐티했던 두 남녀 배우들의 모습을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중력의 법칙을 벗어나지 못한 몸매를 드러내며 베드신을 선사한 두 배우로서는 연기란 농익는 것임을 알려주려는 몸짓 같아 보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비포 미드나잇 (2013)

Before Midnight 
7.8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샤무스 데이비-핏츠패트릭, 아리안느 라베드, 아티나 레이첼 챙가리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108 분 | 2013-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