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감 : 스릴러 영화로서 시나리오 틀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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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IMF구제금융이 시작된 1997년 겨울, 외신과 소위 경제 전문가들은 IMF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각자의 소견을 쏟아냈다. 그중 하나가 인상적이었는데 “한국은 앞으로 최소 20년 동안은 IMF의 그늘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런 글이었다. 비록 IMF는 예상보다 빠르게 한국에서 물러났지만 그건 대기업과 텅 빈 국고에 얼마간의 달러가 채웠다는 걸 의미할 뿐 당시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과 자영업을 하다 문을 닫은 서민들에겐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일 뿐이다.
영화 몽타주엔 두 개의 사건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아동유괴를 중심으로 공소시효의 문제점등을 효과적으로 삽입했다. 그러나 이야기의 시작은 역시 IMF였다. 1997년 여름, 이미 전조는 작은 영세업체에서 시작되었고, 이 영화의 키맨 역시 당시 힘겨워하던 인물로 나온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고 반사회적 인물이 되어 살아야 하는 신세라는 점은 많은 이의 공분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지만 그 안에 숨어 있던 부모되는 심정을 헤아린다면 이 영화 속 “그”는 그저 능지처참이라도 받아야 마땅할 그저 나쁜 악한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범죄극에서 범인을 맞춰본다는 건 이야기 극 흐름의 스릴러적 요소 이상의 묘미가 있다. 설령 자기가 찍은 인물이 범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언젠가 드러날 진실을 마주대할때의 쾌감, 그런게 범죄 스릴러 장르 영화의 장점이다. 그런점에서 이 영화는 구성과 영화적 질감 상당히 좋은 편이다.
앞서 말했지만 15년 전 발생한 사건이 공소시효를 앞두고 당시 담당 형사와 피해자의 가족이 처한 심리적 공황, 그리고 유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터지는 긴장감과 도대체 범인은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보지 못한 플롯으로 엮이면서 클라이 막스로 달린다. 그 기분은 칙칙한 범죄의 현장과 상관없이 상큼하기까지 했다.
이 영화는 작년 늦은 가을에 개봉한 내가 살인범이다와 흡사한 면이 없지 않다. 일단 범인에 대한 의외성, 그리고 진실이 밝혀질때까지 관객을 혼란으로 빠뜨린다는 점, 그리고 그 영화에서 가장 흉악한 놈으로 나왔던 배우가 이 영화에서 적지 않은 비중의 배역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등이다. 만약 그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두 영화를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한 아이의 부모로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의 부모가 되어 보지 못한 사람으로서는 쉽게 다가서지 못할 모성애, 혹은 부성애. 표면적으로는 배우 엄정화로 대표되는 모성애가 부각되지만 부성애 역시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대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아이에 대한 모성애와 차마 떠나 보낼 수 없는 부성애가 충돌을 하고 그 사이에 끼어버린 한 형사의 고뇌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이 영화는 후반부 반전을 타당화시키기 위해 앞선 부분에서 여러 가지를 보여준다. 카메라가 “툭” 하고 멈추는 곳에 숨은 그림들이 있으니 유심히 봐야 하는 건 불문가지다. 그리고 후반부 나레이션을 통해 설명되는 “왜?”의 장면과 맞춰본다면 한결 이해하기 쉽다. 15년 전의 그 사건과 현재의 사건, 그리고 이야기의 두 축이 되는 배우 엄정화, 송영창의 화면이 뒤섞이면서 혼란스럽지만 그들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행위가 대범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몽타주 (2013)
Montage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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