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앤젤스 셰어 - 미래를 저당잡힌 채 살아가는 청춘들의 현실적인 반란

효준선생 2013. 5. 18. 07:30

 

 

 

 

 

 

   한 줄 소감 : 위스키 몇 방울이 이들에게 교훈을 주었네 

 

 

 

 

 

날 터키땅에 나스레딘 호자라는 인물이 살았다. 그는 자신을 밀수꾼이라고 보는 국경 수비대 앞에서 짚을 잔뜩 실은 당나귀 수레를 몰고 왕래했지만 호자에게선 아무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간혹 짚을 헤집어 놓기도 하고 불에 태워 보기도 했지만 호자가 밀수하는 물건을 없었다. 하지만 호자는 날이 갈수록 번창했다. 몇 년 뒤 우연히 길에서 만난 국경 수비대원이 그에게 물었다. 호자는 그제서야 빙그레 웃으며 자신이 밀수한 것은 바로 당나귀였다고 했다. 그런데도 국경 수비대는 잡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영화 앤젤스 셰어 : 천사를 위한 위스키에서 주인공 로비가 동료들에게 전하는 일화다. 이 영화는 상당히 현실적인 케이퍼 무비다. 즉, 주인공을 필두로 값비싼 몰트 위스키를 훔치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과시욕, 탐욕등을 꼬집고 있는데, 좀도둑, 건달 출신들인 이들과 다를게 무엇이 있냐고 묻고 있다.


장소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도심에서 좀 떨어진 한적한 외곽 마을에서 사는 로비는 아기 아빠가 되어 새 삶을 살려고 하지만 불량스러워 보이는 청년들을 그를 수시로 괴롭힌다. 사회봉사로 징역살이를 대신하지만 그에겐 그 곳은 탈출하고픈 곳이다. 그를 비롯한 비슷한 처지의 젊은이들은 투덜거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얼룩진 삶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던 중 우연히 참가한 위스키 시음대회에서 유난히 후각이 발달한 능력을 알게 된 로비는 위스키 경매회사에 보관중인 위스키를 몇 병 훔치기로 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모두에서 당나귀 밀수꾼 이야기를 꺼낸 건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성향을 말한다. 비싼 물건이면 결코 하자가 있을 리 없다고 믿지만 실상은 아닐 수도 있다. 한편, 영화 제목으로 쓰인 앤젤스 셰어란 위스키를 주조하면 오크통 속에서 자연증발되는 약간의 손실을 시적표현으로 만든 조어다. 질 좋은 위스키를 얻으려면 최소한의 손해는 감수할 수 있다는 건데, 만약 그게 신이 아닌 인간의 짓이라면? 이 영화는 바로 이 부분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하나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영화가 단순히 위스키를 훔치는 네 청춘의 이야기만 하느냐 하는 것이다. 결코 아니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네 명의 청춘들은 본의 아니게 세상이 흘러가는 흐름 속에서 자신이 끼어들 차례를 놓치는 것뿐이다. 그렇게 커다란 수레바퀴 속에서 튕겨져 나온 그들에게 사회가 나눠줄 만한 것은 뭐가 없을까 고민하는 켄 로치 감독의 의지가 읽혀졌다.

 

 


복지가 화두가 된 세상이다. 비록 많은 부분은 아니지만 자연증발로 사라질 어떤 것이라도 그걸, 꼭 필요로 하는 계층에게 돌리면 어떨까? 오크통 하나의 술에 백만 파운드(한국돈 20억)가 넘는 돈을 쓰는 걸 아까워하지 않는 어느 졸부와 허름한 술병에 담아놓은 진짜배기 술이 비교되는 장면은 일견 통쾌하기까지 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믿어주고 격려해주던 관찰관에게 보낸 편지는 꽤나 감동적이었다. 오크통에서 숙성되어가면 사라지는 2%의 몫처럼, 이들에겐 관찰관이 엔젤이 아니었을까 하는 느낌도 든다.

 

 


이 영화의 배우들은 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프로 배우가 아니라고 한다. 게다가 억센 스코틀랜드 식 영어를 구사해서 같은 영어권 영화를 보는 것과는 다른 질감이다. 이 또한 낯설면서도 신선한 자극이었다. 2012년 깐느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앤젤스 셰어 : 천사를 위한 위스키 (2013)

The Angels' Share 
10
감독
켄 로치
출연
폴 브래니건, 존 헨쇼, 게리 메잇랜드, 윌리엄 루에인, 자스민 리긴스
정보
코미디, 드라마 | 영국,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 101 분 | 201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