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크루즈 패밀리 - 동굴말고 신세계에서 살아봐도 좋아요

효준선생 2013. 5. 15. 07:30

 

 

 

 

 

   한 줄 소감 : 주인공 크루그는 한국의 아버지와 닮은 모습이다.

 

 

 

 

 

화 크루즈 패밀리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그루그는 어찌보면 한국의 50대 초중반쯤의 가장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첫째딸은 이제 남자친구를 만날 나이에 세상에 호기심이 충만하고 아들은 어딘가 부족해 보이면서도 아직은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한 녀석으로, 그리고 막내는 말도 잘 못하면서도 성질 하나는 끝내준다. 거기에 여우같은 아내와 시시콜콜 대립각을 보이는 장모까지, 대식구를 거느리면서도 늘 세상은 안전제일이라고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진 그에서 나는 중년의 향기다.

 

 


그루그는 이른바 동굴 신드롬 환자다. 태어나서 동굴 주변을 떠나본 적이 없는 그는 동굴이 무너져 타의에 의해 새로운 세상에 나서는 그였지만 뭐든지 위기가 닥치면 일단 동굴처럼 보이는 곳으로 피하고 보는 그의 모습이 그랬다. 늘 현실에 안주하며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데 주저하는 모습. 여러 가족 구성원중에서 그와 캐릭터가 정반대 있는 사람은 장녀인 이프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마인드의 그녀는 우연히 만난 훈남 청년과 러브라인을 만드는데도 적극적이고 가보지 못했던 저 먼 곳으로 가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당연히 아버지와 사사건건 마찰이 있을 수 밖에 없어 보였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한 사람만의 주장만으로는 살아 갈 수 없음도 보여준다. 자연이란 인간이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경이로우면서도 두려움으로 가득찬 곳이다.

 

 


“크르릉거리다”라는 의미의 크루즈는 이들 가족의 로드무비를 잘 대변한다. 동굴을 떠나 무작정 신세계를 찾아 나선 이들을 막아서는 건 세상의 모든 위협이었다. 덩치 큰 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낭떠러지와 지진, 화산폭발등 가족들은 위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서로 도와야 하는 것임을 몸소 체험한다. 아마 동굴에서만 머물렸다면 도무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재미난 건 훈남 청년 가이의 존재다. 그는 처음부터 이들과 함께하지는 않았다. 그는 가족이 없다. 혼자 살다가 낯선 가족을 만나 거기에 합류하며 새로운 가족구성원이 된다. 원시시대임을 감안하면 그의 존재는 인류의 번식이라는 측면에서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후반부에 엄청난 대폭발이 끝나고 보이는 건 크루즈 패밀리뿐이었다. 그 와중에 가족이 아닌 사람은 가이 뿐이다. 과연 그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 영화엔 박애주의도 살짝 엿보인다. 한 집안의 가장이 희생을 무릅쓰고 가족을 구하고 난 뒤 기적적인 탈출을 앞두고 계속 가족들을 괴롭혀왔던 맹수와 존재감도 없던 작은 생물들도 구하는 모습이 그랬다. 이런 모습에선 노아의 방주같아 보이기도 했다.

 

 


크루즈 가족들은 이제 신세계에 도착했다. 더 이상 동굴이라는 제한된 공간이 아닌 너른 해변이 보이는 곳을 선택한 것은 의미가 있다. 이들이 실사 영화의 캐릭터라도 어색해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선사시대 원시인 가족이라고 해서 색안경을 쓰고 볼 필요도 없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만 가지 장치들은 오늘 우리 가족들이 직면한 문제와도 궤가 닿아있다. 이 영화를 다보고 나면, 가족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아버지의 팔뚝이 전보다 가늘어졌음이 마음아프다 할 지도 모르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크루즈 패밀리 (2013)

The Croods 
9
감독
커크 드 미코, 크리스 샌더스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엠마 스톤, 라이언 레이놀즈, 캐서린 키너, 클로리스 리치먼
정보
애니메이션, 가족, 어드벤처, 코미디 | 미국 | 98 분 | 201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