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009 사이보그 - 기계인간, 신의 영역에 대적하다

효준선생 2013. 5. 13. 07:30

 

 

 

 

 

   한 줄 소감 : 캐릭터 안배의 힘도 돋보인다.

 

 

 

 

 

화 009 사이보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대사는 “그(놈)의 목소리”다. 등장인물들은 쉴새 없이 그의 목소리를 들었고, 느낌이 어떠했다는 말을 한다. 대체 그는 누구이며, 무슨 소리라는 걸까?


일본 애니메이션이 점점 철학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영화 중반 주인공중의 한명은 아예 철학개론 혹은 종교학개론을 들려준다. 기존의 주류 철학이나 특정 종교에서 설파하는 것들이 아닌 시나리오작가가 고심해서 뽑아낸 이야기들이겠지만 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 데 힘은 되고 있다. 그걸 모두 급박하게 소화하기엔 영화를 즐기러 온 관객들에게 부담이 될 지언정.

 

 


그렇다고 이 영화 전부가 이해못할 현학적이고 고답적인 딱딱한 영화는 아니다. 단순하게 정리해서 정체불명의 세력이 전 세계의 고층빌딩만을 노려 파괴하고 이를 막아내기 위해 그동안 현실 속에서 살았던 9인의 사이보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활약을 한다는 설정이다. 재미있는 건 이들 9인이 모두 만나는 장면은 엔딩에서 잠시 보여줄 뿐 중간에 모두 한데 있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들은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을 막아내거나 혹은 그 이상의 예방조치를 하러 다닌다. 물론 캐릭터 상 그럴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박사를 중심으로 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은연중에 일본이 처한 현재를 읽어볼 수 도 있다.


영화의 시작은 중국 상해의 마천루가 마치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현재 중국 상해는 동아시아 최대의 상업도시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그동안 같은 영역에서 최고라 여겼던 일본 도쿄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나중에 도쿄 역시 적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고 하지만 결코 파괴되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다. 또 002는 미국인으로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한다. 그는 유독 일본인으로 설정된 009의 리더십에 반감을 갖고 있다. 이들이 한데 모이지 않는 이유도 바로 멤버간의 알력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그의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이들은 각각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하는데, 결론은 누가 어떤 상태에서 들었냐에 따라 다르다는 말을 한다. 이즈음이 되면 결국 그는 “神” 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프닝에서 나온 말들이다. 인간은 탐욕의 상징으로 높은 건물을 쌓아올리며 자신들의 능력 그 이상을 보여주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높은 건물들이 붕괴되는 건 인간들에게 극복가능한 시련을 보여주기 위함이라 했다. 이 말은 예전 바벨2세에도 나왔던 것처럼 신의 영역에 도전한 인간의 무모함을 꾸짖으려는 신화의 한 부분이 아닌가.


핵폭탄이 발사되고 이를 막으려는 과장된 설정들도 등장하지만 이렇게 얻어낸 평화를 지키는 것이 009의 사이보그에 의해서라면 인간의 능력은 참으로 미력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다. 세기말적 분위기가 농후하고 군축과는 거리가 먼 설정들이 다수 등장하는 모습이 요즘 일본의 그것과는 비견된다.

 

 


9인의 사이보그 캐릭터들은 피부색도, 인종도 성별도 나이도 제각각이다. 가지고 있는 필살기도 편차가 크다. 이런 건 별거 아닌 듯 싶지만 일본인을 모델로 한 009를 중심으로 사랑이야기도, 영웅이야기도 퍼져나간다 잘못하면 다른 사이보그들이 들러리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또 009의 학교 친구로 두어 번 나온 여학생의 존재는 무엇일까? 기억상실증에 걸린 죠가 의지할 수 있는, 현실에서의 거의 유일한 친구라는 점은 사이보그들이 가진 인간미의 부족을 메꿔보려는 시도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009 사이보그 (2013)

009 Re: Cyborg 
8
감독
카미야마 켄지
출연
미야노 마모루, 스기야마 노리아키, 요시노 히로유키, 오오카와 토오루, 사이토 치와
정보
애니메이션, SF, 액션 | 일본 | 103 분 | 2013-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