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라자르 선생님 - 치유가 필요했던 서로에게 손을 내밀다

효준선생 2013. 5. 11. 07:30

 

 

 

 

 

   한 줄 소감 : 다들 아프다고 하니 정작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줄 사람은?

 

 

 

 

나다 퀘벡주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끔찍한 일이 터졌다. 학교 교실 안에서 담임 선생님이 목을 매고 자살을 한 것. 이 장면을 목격한 아이들은 충격에 빠졌고 후임으로 온 라자르 선생님은 아이들의 심적 고통을 이해하려고 애를 써보지만 물리적 한계에 봉착한다.

 

 


영화 라자르 선생님은 곧 다가오는 스승의 날에 제법 잘 어울리는 소재의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종래의 학교를 배경으로 스승과 제자간의 갈등과 화합 같은 걸 그리려고 애를 쓰지는 않는다. 그런 연유로 다소 주제찾기가 애매하긴 하지만 치유의 과정은 스승이나 제자나 매 한가지라는 점에서 휴먼 드라마라고 하면 맞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 선생의 존재란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과 매 한가지다. 사표(師表)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고, 예로부터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했다. 이곳 학생들에게 마틴 선생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학교 내에서 자살은 어린 학생들에겐평생 지울 수 없는 충격으로 각인되었을 것이고, 이 영화에서도 끝날때까지 어두운 기억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알제리에서 온 라자르 선생이 이 학교에 온 건 약간의 트릭이다. 영주권자도 아니고 그저 그곳에서의 삶이 버거워 이곳에 온 망명자 신세, 학교 선생의 자격도 없는 그였지만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는 기어코 선생의 자리에 선다. 이렇게 되면 이제 남는 건 과거의 기억을 새로 온 선생님의 도움으로 지워가는 과정이 보여져야 할텐데 이 영화는 다른 선택을 보여준다.


즉,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의 시점이 아니라 선생의 시점을 따라간다. 망명 신분을 획득하기 위한 법정에서의 모습, 고향에서 부쳐온 소포의 내용물들, 그리고 전임 교사에 대한 다소 노골적인 반응등. 이런 라자르 선생의 모습은 기대했거나 쉽게 상상했던 모습들이 아니다. 제 몸이 고통스러운데 아이들의 불편하기만 한 심리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까?

 

 

 

이 영화가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장면이 하나 나온다. 라자르 선생님은 인지하지 못한, 이미 아이들의 기억에서 삭제되었겠거니 했던 전임 교사와 아이들의 관계, 그게 한 아이뿐이 아닌 반 전체 아이들 가슴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었음을 알고 난 뒤, 라자르 선생님의 반응. 사진 한 장 속에 웃고 있는 선생님의 가족이나, 말썽꾸러기 시몽이 가지고 있었던 전임 교사의 사진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는 걸 알고는 그는, 아픔은 공유할 수 없지만 치유는 공유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흔히 교육 영화라 하면 스승은 아이들을 위해 희생이라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선택으로 아이들과 관계 개선에 쓰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좀 다르다. 결코 그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가진 무기를 꺼내려고 하지 않는다. 동료교사가 알제리에서 있었던 개인적인 이야기로 아이들의 환심을 사보라고 하자 펄쩍 뛰는 것도 그런 것이며, 이제 사용하지 않는 문법을 가르치다 아이들에게 지적당하고는 머쓱해 하는 모습들에서 이 영화는 라자르 라는 이름을 가진 어떤 남자의 일상을 그리는데 할애하려는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알제리는 몇 년 전 시위와 탄압, 그리고 대통령의 하야등으로 외신에 알려졌다. 영화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라자르의 슬픈 가족사가 덧붙여져 있다. 그렇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다양한 캐릭터가 선명한 아이들에게 있지만 결국은 캐나다 퀘벡이라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사회에 떠밀리듯 들어온 한 망명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퀘벡은 프랑스 문화권인지라 이 영화 대사들은 프랑스어다. 아이들의 면면도 그렇고 배경이 학교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덧붙여 알리스로 나온 어린 여배우(소피 넬리스 분)의 이목구비가 무척 또렷하다. 라자르와 그녀의 포옹이 왜 포스터를 장식하는지 꾸준하게 지켜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라자르 선생님 (2013)

Monsieur Lazhar 
7.9
감독
필립 팔라르도
출연
모하메드 펠라그, 소피 넬리스, 에밀리언 네론, 다니엘 프룰, 브리짓 푸파
정보
코미디, 드라마 | 캐나다 | 94 분 | 2013-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