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셰임 - 터뜨리지 않으면 터질 것 같은 자괴감

효준선생 2013. 5. 10. 07:30

 

 

 

 

 

   한 줄 소감 : 마이클 패스벤더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완벽하게 채우고자 했다

 

 

 

 

 

는 분출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아일랜드에서 미국에 와서 이 정도면 성공한 게 아닌 가 싶었다.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오피스텔에 들어오면 잘 정돈된 가구하며 깔끔을 떠는 성격 탓에 머리카락 한 올 떨어진 게 없어 보이지만 공허했다. 그리고 그 공허감이 갈수록 쌓이자 어느 순간부터 터뜨리고 싶어졌다. 날마다 야한 동영상을 보다 잠이 들고 그것도 부족하면 여자를 불러 들여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지하철 건너편에 앉은 여자를 쳐다본다. 눈빛은 이글거리고 금새라도 잡아 먹을 것 같은 숫컷의 그것처럼 맹렬했다. 혹여 상대방이 반응이라도 보일라치면 따라 내리지만 그렇다고 이내 본성을 발휘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맥 빠지는 하루가 연이어졌다. 아무래도 어디엔가 터뜨려야 할 것 같다. 분노와는 사뭇 다른 감정이다.


영화 셰임의 주인공 브랜드는 겉으로 보기엔 잘생긴 외모와 큰 키, 세련된 스타일과 괜찮은 직업을 가진 차도남처럼 보인다.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 그를 감싸돈다. 무엇이라고 구체적이지 않은 초조감 같은 것이지만 그저 하루를 정욕의 분출로 마무리하며 미봉할 뿐이다. 그런 그에게 친 여동생의 등장으로 그의 루틴한 삶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제목만 봐서는 부끄러움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영화를 다보고 나서 든 한 단어는 자괴감이다. 뉴욕에 살지만 진정한 뉴욕커도 아니고, 어디에 정붙일만 한 곳도 없어 보인다. 그의 서식지라고 할 수 있는 오피스텔은 그저 잠을 자거나 욕정을 해소하는 장소에 불과했다. 회사 동료와의 어울림도 표피적이었다. 술 한잔 걸치면 불콰해지고 그렇게 어울리는 이성이 오래갈 리 만무하다. 나중에 길거리에서 만나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주인공 브랜든으로 나오는 마이클 패스벤더가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줘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게 보일 정도다. 밑천이 다 드러나도 그는 얼굴 붉히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성정을 파고 드는 것들이 그를 나약하게 만든다. 여동생의 일탈, 그리고 동료와의 관계, 언제나 끄덕도 하지 않은 채 붙박이로 서있을 것은 강골의 그였지만 서서히 무너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영화 자체가 클라이막스를 타기 시작한다.

 

 


성적 표현은 일반 영화에선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면서도 강도도 세다. 브랜든의 컴퓨터 하드에 들어있다는 각종 성애물의 내용들은 브랜드이라는 현실의 그에게 접목시켜 영상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그가 절정에 치닫는 엔딩 즈음에선 동성애, 쓰.리.섬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그는 희멀건 웃음 비슷한 것으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더 이상 분출할 것이 없다는 신호처럼 보였다.


껍데기만 남은 그에게 더 이상의 성적 유혹은 그가 기대하는 분출의 목적인 아닌 모양이다. 건너편 여성의 야릇한 미소에 바로 반응할 예전의 그의 모습이 아니라 100m를 전력질주하고 나서 기진맥진해진 육상 선수의 눈매가 비춰졌다. 그에겐 이제 스스로를 부수고 난 허울뿐 인지, 아니면 동생의 놀랄만한 행위에 데고 난 뒤끝에 오는 허탈감인지, 지켜보는 일만 남은 셈이다.

 

 


영화 셰임은 한 남자의 행동심리를 자극적으로 그리고 있지만 일정 부분에서 공감할 사람이 꽤나 있을 성 싶다. 그저 야하다고 외면만 할 수 없다. 정도의 차이일 뿐 오늘도 세상이 누르고 있는 중압감 때문에 소리라도 지르고 싶지 않는가. 그는 그 소리를 몸으로 대신하는 것뿐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조만간 캐리 멀리건 기획기사를 하나 써볼까합니다. ^^

 

 


셰임 (2013)

Shame 
8.4
감독
스티브 맥퀸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캐리 멀리건, 제임스 뱃지 데일, 니콜 비하리에, 해나 웨어
정보
드라마 | 영국 | 101 분 | 2013-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