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헬터 스켈터 - 슬픈 붉은 빛이 그녀를 감싸고 돈다

효준선생 2013. 5. 8. 07:00

 

 

 

 

 

  한 줄 소감 :  여배우 사와지리 에리카의 독백 자서전처럼...

 

 

 

 

 

본 영화 헬터 스켈터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좀 슬프다. 슬프게 하는 요소는 별로 없다. 눈물이 난다거나 통곡이라도 하고픈 심정이 아니라 만들어진 가공품처럼 살았던 한 젊은 여성의 추락을 목도하고 난 뒤끝이라 그랬을 것이다.

 

 


사와지리 에리카라는 출중한 인물의 여배우가 주인공을 맡아 리리코라는 정상급 모델의 이야기를 펼쳐보이는 데 자꾸 그녀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그만큼 배우와 캐릭터를 따로 떼어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싱크로율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 영화 촬영을 마치고 나서 터진 스캔들로 인해 저조한 분위기때문인지 모르지만 이 영화 내용의 실감 정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연예계의 뒷모습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무명에서 갑자기 스타가 된 리리코, 수많은 여학생들의 롤모델이 되고픈 모델이 된 그녀, 수많은 잡지의 표지 모델이 되고 광고주의 환호 속에서 그녀는 기고만장 상승세다. 남자친구와의 제멋대로의 멜로 행각도 겁내지 않고 매니저에 대한 인식도 상식외다. 그런 그녀를 지탱하게 하는 것은 성형이다. 중간에 그녀를 찾아온 여동생의 얼굴을 봐서 알겠지만 그녀는 이른바 “성괴”다. 하지만 사장이 말하길 그녀는 눈동자, 귀, 손톱 빼고는 죄다 성형의 결과물이라 했다. 심지어 피부까지도,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면, 그녀를 두 번 태어나게 한 성형외과 의사의 불법적인 시술 덕분이다.

 

 


그러나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그녀를 괴롭히는 건, 조금씩 후유증을 보이기 시작하는 피부조직의 괴사와 후배 모델의 득세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던 그녀는 이때부터 남들은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고 급기야는 약물에 의존하는 신세가 된다. 이때부터 그녀는 피부과나 성형외과가 아닌 정신과 치료가 필요했던 싯점이다.


이 영화는 리리코라는 어느 특정 인물의 상승과 하강 곡선을 그림으로써 인기라는 건 허상이며 그에 따른 심리적 고뇌를 그녀의 신경질적인 정신상태로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영화 초반, 엔딩에 어린 여학생들이 리리코에 대해, 외모에 대해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며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언제는 우상으로 언제는 불법 성형을 한 대표적인 몹쓸 연예인으로 치부하는 소비자들로서의 입장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인기를 얻었으면 하고 바란다고, 하지만 그 인기가 시들해 진 뒤의 사태라는 건 인기를 얻기 전보다도 훨씬 큰 후과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늘 반복되는 일들이지만 그들은 말한다. 어렵사리 얻고난 인기라는 것이 늘 괴물처럼 자신들의 목을 휘감는 바람에 결코 그 유혹과 겁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리리코는 거대 연예 매니지먼트 사의 희생양이기도 했지만 스스로가 언젠가는 무너질 수 밖에 없는 매우 취약한 인격체였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 너와 나같은 사람은 결코 결혼이라는 건 할 수 없다." 서로가 깨져버리고 나면 남는 것은 파편뿐인데, 그걸 서로의 목에 겨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리리코는 채울 수 없는 사람에게 대한 갈증으로 로드 매니저를 향해 퍼붓듯 갈구하고, 그게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원색에 가까운 붉은 데코레이션이 그녀를 맞아주고 화려한 화장과 옷차림을 고수하는 리리코, 박수가 아닌 냉소와 무관심 속에 전락해 버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인물들이 적지 않다. 오염된 먼지와 때를 최대한 지우고 아름다움만 보여주는 데 최고의 그 바닥의 생리에 대해, 이 영화는 그 어떤 고발 프로그램 이상의 효용을 갖고 있다. 비단 성형의 부작용뿐만이 아니다. 기자회견장에서 선 리리코가 사와지리 에리카라는 실제인물의 탈을 쓰고 서서히 무너져 가는 모습이 지독한 잔상으로 남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헬터 스켈터 (2013)

Helter Skelter 
8
감독
니나가와 미카
출연
사와지리 에리카, 미즈하라 키코, 테라지마 시노부, 오오모리 나오, 아야노 고
정보
스릴러 | 일본 | 127 분 | 2013-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