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미나문방구 - 잊고 지낸 동심의 추억이 돋네

효준선생 2013. 5. 9. 07:00

 

 

 

 

 

   한 줄 소감 : 요즘 아이들에게도 이런 문방구를 추천합니다.

 

 

 

 

린 시절 문방구는 학교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소로도 딱이었다. 대개는 준비물을 사러 들르곤 했지만 문방구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달고나를 녹여 먹거나 지금보면 조잡하기 이를데 없는 오락기계에 눈독을 들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뽑기를 하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문방구는 어느 가정의 밥벌이 수단이기도 했지만 그 자체가 살림집이기도 했다. 기억에 어느 문방구에 들어서면 유독 청국장 냄새가 지독했다. 정말 가기 싫었는데 거기가 학교 정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 코를 막고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6년 동안 두 번이나 그 집 아들과 같은 반이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이야 아이들이 학원이다 과외다, 그것도 아니면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기에 밖에 돌아다니지도 않고, 학교 준비물도 학교에서 대부분 마련해 주기 때문에 문방구에 갈 일도 없다고 하던데, 둘러보니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내 문방구라고는 상가 건물 2층에 있는 미미 문방구 달랑 하나다. 오히려 인근 학교 앞엔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요즘 아이들에게 문방구와 얽힌 추억은 있을래야 있을 리가 없다.


영화 미나문방구가 선을 보였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녹여내면 “아주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동심이라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착한 영화”라고 하겠다. 기억력이 안좋은 건지, 살면서 잊고 있었던 것인지, 초등학교(국민학교라고 불리던 때에 다녔음) 시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단편적인 것 말고는 거의 기억에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영화를 보면서 “맞다. 우리때 문방구에서 저런 것 팔았는데, 저거 우리 집에도 있었는데,” 또 아이들의 어깨 높이 밖에 안되는 담장으로 막힌 골목을 보면서는 “내가 살던 골목길도 저랬는데” 하고는 불현듯 기억이 났다.

 

 


기억은 참 요상한 놈이다. 내가 억지로 기억하려고 하면 절대 떠오르지 않던 것이 이런 영상, 이런 소리, 이런 냄새를 통해 떠오르다니, 만약 당신이 오래된 기억의 한 끝자락이라도 생성해내야 한다면 이런 영화의 도움을 받는 게 어떨까?


아버지의 부재로 졸지에 문방구 사장이 된 약간은 드세거나 약간은 철부지 같은 딸, 두 달 停職 공무원 강미나.  오로지 문방구를 처분하고 일터로 돌아갈 생각만 하지만 아이들과 맞부딪치면서 아버지와의 껄끄러웠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고, 또 산다는 게 반드시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음을 스스로 깨달아간다. 만약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철밥통을 걷어차고 시골 허름한 문방구 여주인이 된다고 하면 과연 그녀의 삶은 비루한 것일까? 결코 그래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선택을 좀더 두고 봐야겠지만 설사 그녀가 그런 선택을 한다고 해서 영화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한다면 "추억도 삶의 중요한 내적 자산"이라고 말하는 걸 제대로 읽지 못한 셈이다.

 

 


영화를 보면서 아주 조금씩 명치끝이 아려왔다. 극중 선생으로 나온 봉태규도 그런 말을 했지만 그 당시 동네 문방구를 함께 주름잡고 다니던 아이들은 다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지금은 제각각 사는 처지가 다르겠지만 문득 그때를 떠올리며 헤벌쭉 미소를 짓고 있지는 않을까? 친구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지 않은 편이지만 친구가 없다면 혼자서 만든 추억은 옅을 수 밖에 없다.

 

 


이 영화엔 아이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특히 왕따를 당한다는 소영이라는 소녀를 여주인공 최강희 캐릭터와 오버랩 시켜놓긴 하지만 아무래도 요즘 어린 친구들보다는 그 시절을 보냈던 지금의 중년들에게 더 소구하지 않을까? 문방구 깊숙이 숨겨져 있던 추억의 장난감들이 소개될 때 몸이 들썩거려졌다. 종이로 된 축구 보드게임에다, 지우개 레슬링, 책받침 쪼개기, 고무줄 놀이, 거기에 쫀드기 구워먹기, 뽑기하기등, 요즘 컴퓨터 게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인간적이지 않나 문방구 앞에 자리잡고 있던 평상은 아이들에겐 놀이터요, 아고라인 셈이다. 그위에서 뒹굴며 서로 눈을 보고 손을 잡아가며 놀 때가 가장 행복했던 때였음을 그때는 몰랐으니.

 

 


만화가 현태준은 시간이 날때마다 시골 문방구를 돌아다니면서 일부러 오래되서 안 팔리는 장난감만을 사들인다고 했다. 안 팔린다고 고물은 아니다. 누구에겐 추억이라는 아주 고마운 선물을 얻는 셈이고, 또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에게 소중한 추억을 "파는" 셈이다. 아마 영화 미나문방구는 내겐 그런 추억을 선사하는 영화로 남을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미나문방구 (2013)

5.8
감독
정익환
출연
최강희, 봉태규, 주진모, 정규수, 김원해
정보
드라마, 코미디 | 한국 | 106 분 | 201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