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어디로 갈까요? - 마음 닿는 곳이 가장 행복한 곳

효준선생 2013. 5. 7. 08:30

 

 

 

 

 

   한 줄 소감 : 인연은 참으로 따로 있는걸까?

 

 

 

 

 

수아비처럼 살고 있다. 대저택, 아랫사람도 부리고 사모님 소리 들어가며 살고 있지만 이 집안에서 특히 남편 앞에선 그냥 유령이나 다름없다. 남편은 내 이름은 알고 있을까? “강희영” 한때는 영화배우를 꿈꾸던 청춘이었지만 돈을 본 결혼 앞에서는 그녀의 삶은 속절없이 회색으로 변해버렸다. 이런 삶이 아닌데, 몇 알의 신경안정제나 수면제와 친구를 맺다니. 그녀는 그곳을 떠나 부산으로 갔다.


영화 어디로 갈까요? 는 도발적인 분위기를 띤다. 소재만 놓고 보자면 그 옛날 유한부인의 유희적 일탈 정도로 보이긴 하는데, 그녀의 행동만 놓고 보자면 다소 심각한 상태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녀의 부산행은 과거 자기가 사랑했고 함께 영화를 찍었던 감독인데, 그를 찾는다고 그녀의 삶은 펴질 수 있을까? 별로 그래보이질 않는다.

 

 


꿩대신 닭이라고 그녀에게 다가선 대체재는 부산의 젊은 택시기사. 그녀를 태운 인연으로 마치 부산의 가이드처럼 그녀 곁을 지키는데, 마법사 지니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다. 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인연은 따로 있는 걸까? 라는 생각에 미친다.


사람을 찾아다니고, 밥도 먹고 심지어 잠자리도 함께 한다.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공허하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그녀 앞의 그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애시당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그녀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왜 사랑하지 않으면서 집에 들여놓고 부인 행세를 하라고 하는 걸까? 전직 영화배우라 반반한 얼굴에 몸매 좀 되는 탓에 그저 愛玩이라고 생각한 걸까? 그녀의 남편의 존재감은 극중에선 미미하지만 불쌍한 건 그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서류에서 얼핏보듯 스무 살이상 차이가 나던데, 그런 인생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이란 그녀가 바라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나 보다.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별볼일 없는 택시기사보다 나이많은 대신 돈 많은 아저씨가 낫지 않겠냐고? 하지만 그녀는 또 다른 선택을 한다. 그녀가 왕년의 남자 영화감독을 찾아 간 것도 실상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었는지 모른다. 현실에 대한 부적응이 과거회귀로 치닫는 심리. 아줌마가 차려준 근사한 상차림보다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아니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 어느 남자가 끓여준 라면이 더 맛있다는 걸,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동정정도는 해줄 수 있겠다.

 

 


밤낮없이 부산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환하게 밝혀준 명물들. 딱 한 번 가본 곳이긴 한데, 바닷가 앞에서 낙조를 보는 그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녀에겐 더 이상 약물같은 것은 필요없을 것 같았다. 단역배우로 다시 돌아간 셈이지만 실제로 이런 비슷한 삶을 사는, 인기 좀 먹고 살았던 왕년의 스타들의 이야기로 비춰진다.

 

이 영화가 만들어졌을 무렵 유건이 나왔던 연극 도둑놈 다이어리를 보았던듯.

소동극인지라 무대위에서 가장 열심히 굴러다니던(?) 모습이 선하다.

그의 하드웨어는 언제봐도 정말 최상급이다.

 

그녀의 선택이 행복해 보이지만 영구적이진 않을 지도 모른다. 이미 잘 사는 게 뭔지 알았기 때문인데, 지금 당장 어디로 갈지 결정하지 못한 채 쩔쩔매는 몇몇에겐 희망의 메시지쯤으로 받아들여질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어디로 갈까요?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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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진승현
출연
김규리, 유건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한국 | 97 분 | 201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