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러스트 앤 본 - 결핍은 외의로 관계의 돈독을 불러온다

효준선생 2013. 5. 4. 07:30

 

 

 

 

 

  한 줄 소감 : 이 영화를 보면 세상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는 곳임을 알게 된다.

 

 

 

 

 

큰 한 남자가 병원 복도에서 전화기를 붙잡고 서럽게 울고 있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 한 여자에게 끊지 말라고 하고 있다. 이내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오랫동안 하지 못한 말이었다. 가장 힘들 때 곁에 있어줄 사람임을 확인한 뒤에 오는 안도감 같은 것이리라

 

 

영화 러스트 앤 본은 두 남녀의 서로 다른 듯 하면서도 같은 처지에서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관계에서 사랑을 확인하는 관계에 이르는 시간을 상당히 현실적으로 그려낸 감동적인 드라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는 내내, 어쩌면 저렇게 삶이 신산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모질게 다가왔다. 하는 일마다 되는 일도 없고, 생각하기 조차 싫었을 끔찍한 일들이 그들을 스쳐가지만 무엇이 그들을 하나의 끈으로 묶어 놓았는지 인연이란 게 있다면 이런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잘나가는 여자 돌고래 조련사와 세상의 막일은 자기가 다할 것 같아 보이는 남자는 우연하게 나이트 클럽 손님과 기도로 만난다. 위기의 여자를 구해주면서 인연이 닿은 셈이지만 더 큰 인연은 졸지에 당한 사고로 인해 이어진다.

 

 


인기도 있었을 법한 여자 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좀 의아하지만 스스로가 벽을 만들고 살았을 그녀에게 거칠기만 남자는 상대적으로 그녀에겐 순종적이다. 그가 여자의 호출을 받으면 바로 달려와 그녀의 파트너와 도우미 역할을 자청하는 데는 남자의 눈에 그녀는 두 다리를 잃은 불쌍한 장애인으로만 여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랬다면 이들이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있을 이유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이 영화는 비장애인이었던 여자가 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그 결핍의 상황을 남자가 채워주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 과정이 자못 선정적으로 비춰질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남자에게 다른 뜻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대신 거리의 파이터로 살거나 경비일을 잘못하다 해고를 당하거나 복서가 되려다 또 다른 사고에 휘말리는 등 운이 나빴을 뿐이다. 간혹 이런 경우엔 자신의 화를 여자에게 풀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선 그런 욱한 상황은 나오지 않는다.

 

 


이 영화엔 유난히 등장인물의 결핍 상황이 많다. 주인공 뿐만이 아니다. 남자의 아들은 엄마의 부재에 마음이 아프다. 남자의 누나는 전형적인 비정규직 직원을 상징한다. 언제 해고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하루를 버티고 살고 있다. 이들이 현재 상황을 딛고 일어서는데 혼자의 힘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곁에 있는 또다른 결핍 상태에 빠진 사람들에게 애써 손을 내밀지만 그게 여의치가 않은 것이다.

 

없는 사람들에겐 스스로가 돕는 길 밖에 없다고 한다. 이들이 어떤 계기로 상대의 손을 잡아주는 지는 후반부에 드러난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항구적일까 의심도 되지만 최소한 차선책은 되지않을까

 

 


영화 러스트 앤 본의 의미는 녹과 뼈라는 뜻인데, 영화에선 뼈가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그런데 녹의 의미는 무엇을 의미하는 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또 하나 남자와 여자는 물과는 철천지 원수가 아니었나 싶을 텐데, 그건 삶의 또 하나의 극복대상이다. 돌고래가 무척이나 싫었을 그녀가 자발적으로 동물원으로 찾아가 다시 교류하는 장면과 불편한 몸으로 다시 수신호를 연습하는 장면은 슬픔을 자신의 방법대로 이겨보려는 몸짓으로 이해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특수효과의 공이 무척 크다. 여주인공으로 나온 마리온 꼬띠아르는 이 영화 촬영을 위해 엄청난 감량을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 장면을 어떻게 찍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배우들의 명연기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도 했다고 하는데  영화 러스트 앤 본을 통해 진정 사랑하는 관계란 상대방이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닌 내가 그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에 달려있음을 재차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러스트 앤 본 (2013)

Rust and Bone 
9
감독
자크 오디아르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아만드 베르뒤어, 불리 라네, 셀린느 살레뜨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벨기에, 프랑스 | 120 분 | 2013-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