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전국노래자랑 - 그 무대에선 누구라도 챔피언

효준선생 2013. 5. 2. 07:00

 

 

 

 

 

 

  한 줄 소감 : 가끔 목놓아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가 있다

 

 

 

 

 

국인처럼 흥겨워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민족이 있을까? 텔레비전에서 보듯 아프리카 소수민족이나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사는 사람들의 춤사위도 예사롭지는 않지만 역시 “흥”이라는 단어는 한국인의 전매특허 같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흥겹게 하는 걸까? 그리고 그때가 되면 어깨춤이 절로 나고 걸쭉하게 노래 한가락 뽑아내면 몸 안에 모든 시름이 다 사라지는 것 같다.

 

 


외래의 록을 해도, 랩을 해도, 심지어 흑인들의 아픈 역사가 녹아있다는 알앤비를 해도 한국인의 목청엔 노래 잘하는 오래된 DNA가 있어 보인다. 제 아무리 음치라고 해도 멍석만 깔아주면 본전치기는 하고 노래가 안되면 막춤이라도 춘다. 그러다 보면 모르는 옆 사람과도 친해진 것 같고, 주위가 온통 내 세상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쯤되면 노래와 춤은 마력이다.

 

 

 

무려 33년의 방송역사를 가진 전국 노래자랑, 일요일 낮 12시가 되면 어김없이 딩동댕이라는 신호음과 빠빠빠 빠빠빠아 빠라밥빠 빱빠빠빠바아 하며 휴일 늦잠을 자던 온 국민을 일깨우던 그 프로그램이 영화로 선을 보였다. 이 프로그램의 살아있는 역사인 송해 선생과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무대위에 올랐던 출연자들, 예선 참가자들, 그리고 흥을 함께 나누었던 수많은 관람객까지 포함한다면 이 영화는 기본적인 관객은 보장한 셈이다.

 

 


영화 전국노래자랑에는 그동안 출연했던 출연자들의 사연중에서 네 가지를 골라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주인공 격인 남자, 왕년에 노래 좀 했지만 지금은 아내의 미용실에서 시다 겸 셔터맨으로 죽어 사는 그. 어린 손녀와 둘이 살며 낙조를 기다리는 노인, 무대에 올라 회사제품을 홍보해야 하지만 동료를 짝사랑 하는 스물 다섯의 처녀, 그리고 전국노래자랑이 열리는 김해시 시장의 자기피알등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이들 네 팀의 이야기들은 서로 연관성은 거의 없다. 각자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다소 산만해보이지만 이야기가 농축되면서 점차 진솔해졌다. 개인적인 감수성의 차이가 있겠지만 어린 손녀와 할아버지의 에피소도, 그리고 짝사랑 에피소드에선 짠한 감성이 전해졌다.


이 영화는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뽑아 일등에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보내주는 내용이 아니다. 상을 받는 장면은 나오지도 않고 그럴 마음도 없어 보였다.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 누구나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렇게 해서 그동안 억눌려 있었던 것을 해소하고 그런 것들을 멀리서 구경만 하는 것으로도 흥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방청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표정이 그렇다. 민초들의 오락거리란 게 그런 것이다. 

 

 


코미디언 이경규의 제작이라는 화제성이 있는 영화지만 그보다 우리들에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더욱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간혹 잊고 살았던 존재, 주말엔 또 어김없이 무대위에 올라 노래를 부를 것이다. 그게 전국노래자랑의 요지다.  

 


전국노래자랑 (2013)

7.9
감독
이종필
출연
김인권, 류현경, 김수미, 오광록, 유연석
정보
코미디, 드라마 | 한국 | 112 분 | 2013-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