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어느 비행사에 대한 추억 - 차별없는 하늘에서 사랑을 느끼다

효준선생 2013. 5. 3. 07:00

 

 

 

 

 

 

   한 줄 소감 : 사랑이야기는 판타지스러울때 더욱 느낌이 온다.

 

 

 

 

 

본 애니메이션 영화 어느 비행사에 대한 추억은 장르는 멜로지만 로드무비의 형식을 띠고 있다.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는 로드무비라면 주로 도시에서 시골로, 혹은 바다가 보고 싶다는 한 사람의 주장에 동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 영화는 보다 스케일이 크다. 기관총이 탑재된 초계기를 타고 안전지대로 이동하는 이른바 어드벤처 플라잉 무비라 하면 맞을 것 같다.


이 영화의 시대와 공간적 배경을 보면 마치 일본 시나리오 작가들의 옥시덴탈리즘의 수준이 가늠된다. 제 나라의 이야기도 아니고 어느 정도 서양인의 모습을 한 인물들의 등장과 사는 장소와 그들의 이름도 마치 에스파냐의 것처럼 들린다. 남자 주인공은 샤를르, 여자 주인공은 파나다. 다른 사람들 이름도 여기에 준한다. 그러면서도 마치 일본의 정신만큼은 담아두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전반적인 시대 분위기는 2차 세계대전 즈음으로 보이지만 비행기들의 메카니즘을 보면 미래의 어느 시점이다. 가공의 공간에 살고 있는 어여쁜 공주님은 정략결혼으로 레밤 왕국의 왕자와 혼인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주변국인 아마츠카미에서 전쟁을 도발한 탓에 공주님의 아버지가 사망하고 그녀는 왕자가 살고 있는, 무척 안전한 곳으로 옮겨가야 하는 신세다. 지도에서 얼핏 보이지만 공주가 살고 있는 곳은 적의 가시권에 들어있는 상태로 그곳에서 왕자가 있는 곳까지 가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건데, 이 영화의 출발점은 이렇듯 녹록치 않은 조건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공주나 왕자가 아닌 조금 슬픈 표정이 잘 어울리는 비행기 샤를르다. 그는 혼혈로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차별이 그를 더욱 일에 매진하게 했을 터고 그 결과로 최우수 비행사로도 손꼽힌다. 그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차별은 생각보다 커보였다. 일에 대한, 신분에 대한 차별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도 표현하지 못하는 애닮음으로 이어지고 그 잘난 신분의 차이로 인한 남녀의 갈등, 거기에 남녀의 성의 역할에 대한 논의, 진정한 사랑을 느꼈을 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중간 중간 풀어놓는다. 요즘에 사랑함에 있어 그런 제한이 어디있냐겠지만 이 영화는 마치 중세의 어느 시점을 조준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한편으로는 파나 공주의 젠더로서의 역할이 말해진다. 연보랏빛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에 공주님 옷을 걸치며 하인들의 수발을 받으며 살았던 그녀가 비행기에 실려가는 과정을 거치며 생존에 대한 소중함과 어렴풋하지만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스스로가 반문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게다가 남자들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전투기를 매만지며 목숨을 담보하기 어려운 시기를 비행사와 함께 하려는 기특함도 엿보인다.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장족의 발전이라 하겠다.


비행기가 날고 적의 추격이 이어지며 살벌한 하늘에서의 활공쇼가 대단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멜로 드라마다. 그 좁은 비행기 안에서 며칠을 같이 보내고, 급기야는 몇 번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일들이 반복되면서 이들에겐 당연히 없던 정도 생길 판이다. 하지만 그 아슬아슬한 감정의 차이는 이들에게 주어진 천부적인 제약으로 인해 이루어지지 못한 수준에 놓이고, 그걸 보는 건, 마음이 아플 뿐이다.

 

 


볼거리도 좋다. 수시로 나타나 이 단촐하기만 한 전투기를 향해 폭격을 가하는, 마치 하늘을 날아다니는 항공모함 같았던 적기를 오히려 폭파하는 장면과 대폭포 앞에서의 탈출장면, 그리고 마지막 일대일 대회전등은 마치 보는 관객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느낌을 받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당신이 파나공주든, 아니면 이룰 수 없는 사랑에 힘들어 하는 샤를르든 누군가를 사랑했었고 그를 위해 목숨마저 초개처럼 버릴 상황에서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 얼개지만 사랑에 대한 질문을 이 영화는 진지하게 던지고 있다. 간혹 사랑이 목숨보다 소중하다고 믿는 때가 있긴 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어느 비행사에 대한 추억 (2013)

The Princess and the Pilot 
10
감독
시시도 준
출연
카미키 류노스케, 타케토미 세이카, 토미자와 타케시, 오노 다이스케
정보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로맨스/멜로 | 일본 | 99 분 | 201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