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폭풍우 치는 밤에 : 비밀친구 - 늑대와 염소의 수어지교(水魚之交)

효준선생 2013. 5. 3. 06:30

 

 

 

 

 

 

   한 줄 소감 : 이런 영화는 친구랑 봐 주어야 함 

 

 

 

 

 

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만 어린 염소가 늑대를 친구로 삼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영화 폭풍우 치는 밤에 - 비밀친구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인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친구다. 염소와 늑대뿐 아니라 길에서 만난 온갖 동물들의 입에서 친구에 대한 화두가 끊이지 않고 쏟아진다. 대체 왜 이렇게 친구 타령일까

 

 


한 가정 한 아이가 대세인 요즘 이른바 소황제(小皇帝)로 오냐오냐 키워진 아이들에게 자기 말이라면 꿈벅 죽는 시늉까지 하는 가족이 아닌 자기와 같은 레벨의 친구를 만나 사회성을 키우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일본도 그리고 한국과 중국도 별로 다르지 않다. 오직 나밖에 모르는 아이들에게 친구의 소중함, 그리고 교우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란 이 영화에서 말하듯, 나를 지켜줄, 내가 지켜줄 누군가가 바로 친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약육강식의 위험한 자연계에서 먹이사슬에 고스란히 걸쳐져 있는 늑대와 염소는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폭풍이 치던 날, 허름한 창고에 비를 피하던 이 두 녀석은 서로의 모습이 아니라 서로의 목소리에서 어둠, 무서움, 외로움을 상쇄했다. 위기를 함께 넘긴 이들에겐 먹잇감이 아닌 동지애가 생겼을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리고 첫 번째 만남에서 여전히 본능을 벗어 버리지 못한 늑대의 움직임이 코믹스럽지만 그만큼 친구만들기란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이들만 있는 건 아니다. 여전히 염소를 한끼 식사거리로 생각하는 늑대들이 있고, 늑대들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는 염소들이 있다. 그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버린 이 두 녀석은 언제까지 우정을 나눌 수 있을까?

 

 


외모로만 보면 늑대는 남자, 염소는 여자로 보이고 염소에 비해 늑대는 세상물정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약속을 하고 만나서 하는 일이라는게 좀 더 먼 곳으로 산책을 나가보는 것들이었다. 사람으로 치면 데이트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작은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늘 다른 늑대로부터 염소를 지키며 힘들어하는 모습과 육식동물인 늑대에게 고기를 먹지 말라는 건 죽으라는 말과 같다. 영화에선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늑대의 고충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수달에게서 얻어낸 생선 한 마리에 목숨 걸고 먹는 모습이 그랬다.

 

 


염소와 늑대 말고 수달의 이야기도 흠 잡을 데가 없는 부록이다. 물고기를 혼자 잡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어른이 되었다는 것으로 혼자 살아온 수달에게 친구라는 단어는 개념조차 있을 리 없었다. 두 녀석은 수달에게 친구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었고, 수달은 여기에 반응했다. 이 장면에서 영화를 보러온 어린 꼬마 관객들이 수달이 되는 빙의현상이 있었을 것이다.


동물 만화 영화지만 교훈도 좋고, 물론 그림체도 유려했다. 어린 염소는 귀요미의 상징으로, 늑대는 비록 맹수면서도 염소 앞에서는 쩔쩔매는 독특한 이미지로 나온다. 이 영화는 스타에게 더빙을 시키는 마케팅을 포기하고 전문 성우들로 더빙을 했다. 그래서인지 특정 인물들을 연상하지 않은 채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폭풍우 치는 밤에 : 비밀 친구 (2013)

One Stormy Night 
9.2
감독
아미노 테츠로
출연
요시노 히로유키, 쿠기미야 리에
정보
애니메이션 | 일본 | 89 분 | 2013-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