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고령화 가족 - 한솥밥 먹다보면 어느덧 식구가 됩니다

효준선생 2013. 4. 30. 07:25

 

 

 

 

 

  한 줄 소감 : 웃긴 영화인데, 조금씩 슬퍼지는 이유가 뭘까

 

 

 

 

 

명히 코미디다. 영화 고령화 가족의 장르를 말하는 게 아니다. 물론 이 영화의 장르를 코미디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그보다 이들 가족 구성원이 뽑아내는 적지 않은 상황들이 그렇다. 천명관 작가의 동명소설을 각색해서 스크린으로 옮겨낸 영화 고령화 가족은 영화감독을 하다 말아먹었다는 트라우마에 갇힌 둘째 아들의 귀환에서 시작한다.

 

 


첫째 아들, 둘째 아들, 딸, 그리고 딸의 여식과 할머니. 이런 가족 구성원들이 허름한 연립주택에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발생하는 생활의 발견은 한마디로 콩가루다. 세상에 이런 콩가루 집안도 없어 보인다. 형제들은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거나 이득을 챙기기 위한 편의적 동지로 여긴다. 그리고 서로를 배척하거나 인간이하로 취급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처지는 오십보 백보다. 누구 하나 특출나 보이지도 않지만 그저 한 집에서 산다는 이유로 가족이라 칭한다. 정말 이들은 갈 곳이 없어서 한 집에 사는 걸까

 

 


가족을 다룬 수많은 영화들 중에 이렇게 위 아래가 없는 모습도 드물다. 전해진 정보에 따르면 대충 5살 차이가 나는 3남매임에도 막말을 서슴지 않고 심지어 욕이 난무한다. 이들에겐 엄마의 눈치때문이라도 참아야 하는 존재가 아닌 모양이다. 이들 가족 맞어? 라는 의문이 들 때쯤 이야기는 서서히 轉變하기 시작한다. 옳거니 그래서 그런거구나 싶기도 한데, 설득력이 약하다. 전후 사정이 플래시 백으로 보여지고 나서야 무릎을 탁치게 된다. 이들 가족 맞네.


출생의 비밀이라거나 원수의 재발견이라거나 복수 혈전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막장 드라마에 익숙해진 관객의 눈높이에 이 영화도 결코 수준을 낮추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 간과한 게 있다. 가족이라는 가치다. 반드시 피를 나누어야 하고 혼인이라는 관계하에서만 가족이냐 하는 질문에 이 영화는 조금 다른 시각을 보인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을 보면 결코 혼인관계에 있어 완성체가 아니다. 이들의 혼인관계는 모두 깨져있다. 재혼에 이혼에 별거에 심지어 삼혼까지 등장한다. 이렇게 복잡한 관계에서 세상에 던져진 한 명의 개체들이 한데 보여 우리는 가족이라는 푯말을 붙이고 좁은 집에서 살아야 하다니, 당연히 말썽이 안 날 수가 없다. 하지만 영화는 분명히 밝혀두고 있다. 제 아무리 가족이나 친척이면 뭐하나 살을 부비고 살지 않으면 다 남인 것을, 가족의 해체 시대에 이 영화는 그 점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부부도 갈라서기를 마다않고, 삼촌과 조카는 이름도 모르고, 사촌 정도가 되면 데면데면하기 이를 데 없고 그 이상은 길에서 만나도 인식조차 못할 세상에 살면서 나를 위해 대신 맞아주고, 나를 위해 대신 돈 갚아줄 누군가가 있다면 그건 가족이라는 표면적인 연대감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는 천성임을.

 

이 영화엔 모두가 둘러 앉아 뭔가를 먹는 장면이 연신 등장한다. 오죽하면 손녀가 할머니에게 삼겹살 좀 그만 먹자고 하겠는가 영화 초반 밥상머리에서 가족 모두가 하나의 된장찌개에 숟가락을 넣고 떠먹는 장면이 나온다. 요즘엔 그런걸 보고 불결하다 하지만 예전에 다 그렇게 먹고 살았다. 가족이기 때문에, 조카의 피자도 뺏어먹고, 미장원 여자에게 만두도 사다주고 불고기도 먹고, 나중엔 혼자 밥먹으면서 다른 가족이 왜 밥먹으러 안오냐고 걱정까지 한다. 왜 이 영화엔 그렇게 수시로 먹는 장면이 나오는 걸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요즘 온 가족이 둘러 앉아 함께 식사하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다. 바로 식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다. 먹을 식(食), 입 구(口), 한솥의 밥을 나눠먹는 관계라 이런 단어가 생긴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 가족과 밥 한끼를 같이 하지 못했다.

 

 


지금 정말 오붓하게 잘 살고 있는 모범가족이라면 이 영화가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 영화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확실히 갈수록 후자의 편에 선 경우가 많아진다는 건 맞는 말 같다. 그래서 이 영화는 많이 현실적이다. 좀 씁쓸하긴 해도.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고령화 가족 (2013)

8.7
감독
송해성
출연
박해일, 윤제문, 공효진, 윤여정, 진지희
정보
가족 | 한국 | 113 분 | 2013-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