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에덴의 선택 - 그녀에게 신의 가호를...

효준선생 2013. 4. 29. 07:39

 

 

 

 

 

  한 줄 소감 : 세상에 누가 누구를 함부로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나

 

 

 

 

 

녀에게 마수가 뻗친 건 어느 유흥업소에서였다. 친구따라 어른 흉내내며 처음 간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린건 훈남 청년의 야릇한 미소였건만 그녀에게 그 미소의 의미를 읽어내라 하기엔 그녀는 너무 어렸다. 아니 세상물정을 잘 몰랐던 것 같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녀도 성인이 되었지만 그를 감싸고 있었던 그 시간동안 그녀는 어둠과 친구처럼 지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제 그녀의 이야기는 실화였음을 밝히는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영화로 드러났다.

 

 


한국계 미국인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걸 무척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하기사 그동안 미국 영화에서 한국인의 존재란 중국인 대역이거나 혹은 악역, 그것도 아니면 코미디를 구사하는 희화된 캐릭터였다면 영화 에덴의 선택에선 비록 수동적 피해자의 역할임에도 제 목소리를 낸 보기 드문 설정이라는 점이 눈에 든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제이미 정, 서커펀치의 다섯 여전사 중 한 명이었으며 작년에 본 프리미엄 러쉬에서 중국 이민자로 나왔던 그녀가 이번엔 아주 간단한 한국어를 두세 개 구사하는 한국 이민자 가족의 딸로 나온다. 설사 그녀의 이름은 잘 몰라도 얼굴을 보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미지인데, 이번 영화에서 그녀는 인신매매로 잡혀 모진 고초를 당하면서도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에덴으로 등장한다. 약간 찡그린 듯한 눈매와 까무잡잡한 인상의 그녀에겐 정말 잘 어울리는 캐릭터라는 느낌이다.

 

 


워낙 영화 자체가 주는 컬러가 무거워서 그렇지 그녀는 오히려 같이 잡혀온 다른 소녀들과 달리 해맑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실제나이는 서른이지만 이 영화에선 18살에서 20살까지로 설정되어 있으니, 조로하는 서양여자들 사이에서 선방한 셈이다. 왜 나이이야기를 하냐하면 이 영화에선 그녀의 극중 나이가 그녀를 살린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틴에이지 소녀들을 납치해서 각종 성관련 업종에서 일하게 하고 심지어 야한 동영상까지 찍게 하는 등 몹쓸 짓을 하는 조직에서 성인이란 더 이상 그곳에서 필요없는 존재임을 누누이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목숨이 파리 목숨도 안되는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줄을 타야하는 것이고, 그 과정은 죽느냐 사느냐의 절체절명의 그것이기 때문이었다.

 

 


무자비하고 가학적으로까지 비춰지는 중반까지의 이야기와는 달리 그녀가 주도권을 서서히 잡기 시작하는 후반부는 내심 통쾌한 복수극을 기대하게 한다. 칙칙한 핏빛 스릴러물이 조금씩 옅어지는 느낌을 주기까지 그녀의 고통은 많이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일이 영상으로 모두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그곳에 머물던 다른 소녀의 케이스에서 유추는 가능했다. 그리고 그곳도 조직이라고 조직의 와해를 가늠케하는 몇가지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어쩌면 에덴의 소기의 목적인 이뤄질 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품게 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죽음보다도 못한 그곳에서의 생활에 대해, 왜 아무도 구원의 손을 내밀어 주지 않을까 궁금했다. 그녀들과 거래하는 소위 고객들, 그들은 돈으로 그녀를 사는 것이지만 이미 그들도 범죄행각에 동참한 셈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그녀들의 하소연이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낼 수 밖에 없는 약점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갇힌 채, 너무도 비인간적 대우와 그녀들이 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고초들, 비록 실제 인물의 회고를 통해 만들어진 영화 속 이야기지만 지금도 어딘선가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에선 마음이 답답해졌다. 믿었던 자들도 한통속이 되어 타인의 삶을 유린하는 작태, 이 영화는 그 점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싶은 마음이었던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에덴의 선택

Eden 
8.8
감독
메건 그리피스
출연
제이미 정, 스콧 메클로위츠, 보 브리지스, 매트 오 레리, 마리아나 클라베노
정보
드라마 | 미국 | 98 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