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피노키오 당나귀 섬의 비밀 - 꾸러기 나무인형, 사람되다

효준선생 2013. 4. 29. 06:40

 

 

 

 

 

  한 줄 소감 : 이리 멋진 영화를 이탈리아 원어민 발음으로도 들어보고 싶다.

 

 

 

 

 

 

른 말을 잘 안 듣는 아이들은 어디든 많다. 버릇없다고도 하지만 어쩌면 자아정체성의 외적 발현이라는 심리학에서의 견해가 더 옳을 때도 있다. 아이들은 무조건 어른들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건 그저 어른들의 편의일 뿐이다. 아이들은 그들의 주관이 생길 무렵, 몸도 마음이 자랐다는 걸 대신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도 무조건 하지 말라는 말만 하는 어른이 못마땅하다. 그건 순종이나 효심과는 다른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 마다 호랑이가 밤에 와서 잡아간다는 둥,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까치가 쪼러 온다는 식으로 겁을 주었다.아주 어렸을때는 그런 말에 놀라 꿈을 꾸기도 했지만 세상에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음을 알게된 나이가 되면 콧웃음을 친다. 이제 다 큰 것이다.

 

 


영화 피노키오 당나귀 섬의 비밀은 혼자 사는 제페토 노인이 말하는 통나무로 인형을 만들고 그 인형을 손주로 삼았지만 워낙 말썽꾸러기에다 말 안 듣기는 탓에 노인 곁을 떠나 세상에 나가 수 많은 일을 겪고 나서야 제대로 인성을 배워 돌아온다는 원작 동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서술을 하고 있다.

 

원화에 가까운 그림체와 헐리웃 애니메이션과는 좀 다른 전개방식에 낯설기도 하지만 만화영화의 원형을 보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수 십년 전에 한 두 번 읽었을 명작 동화를 시간 순서대로 되짚어 보는 것 같아 은근 기분이 좋아졌다. lr기억이 가물거리는 디테일한 부분도 확인할 수 있었고, 어렸을때는 왜 피노키오가 저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던 부분도 어른의 입장에선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물론 도덕적 결론을 이끌어내지만 그 과정은 결코 흉내내서는 곤란한 것들이 많이 언급되었다. 노인이 외투를 팔아서 마련해준 알파벳 책으로 인형극 공연을 보고, 좋아 보이지 않는 무리의 꾐에 넘어가 금화를 빼앗길 뻔하기도 하고, 장난감 나라에 간다고 해서 덥썩 배를 탔다가 당나귀 섬으로 끌려가기도 하는 등 요즘 같아서는 큰일 날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순수해서가 아닐까 하는 동정심도 든다. 그때마다 피노키오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파란 요정이나 불독등도 세상엔 그른 어른만 있는 건 아니라는 말도 되고, 아버지를 위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깨닫게 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효도의 작은 의미도 부여하고 있다.

 

 


피노키오는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판타지의 세상으로 이끌고 간다. 그 과정은 한 아이가 자라나 청소년이 되고 이윽고 어른이 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수많은 유혹과 잘못된 길에 빠질 수도 있는 그들에게 警戒가 무엇인지, 그리고 正誤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비록 주류 성인 영화는 아닐지라도 이 순간 誤導된 삶을 살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힌트를 주는 영화다.    

 

아이돌 가수인 조권과 연기자 성동일의 더빙연기도 무난하지만 무엇보다 제페토 노인을 목소리 연기한 장광의 그것은 역시 전문가이기에 빛이 난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림도 멋지지만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도 제법이다. 엔딩까지 음미하고 나오시길.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피노키오 : 당나귀 섬의 비밀 (2013)

Pinocchio 
9.4
감독
엔조 달로
출연
조권, 성동일, 장광, 로버트 네일러, 로코 파팔레오
정보
애니메이션, 코미디 |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벨기에, 프랑스 | 86 분 | 2013-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