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 성직자와 자연인의 경계에 서다

효준선생 2013. 4. 28. 07:30

 

 

 

 

 

  한 줄 소감 : 리더, 혹은 보스가 될 생각이 있다면 이 영화를 꼭 보시라

 

 

 

 

 

록 신자는 아니지만 그 어떤 종교에 비해 천주교가 갖고 있는 신성함의 아우라는 다른 종교에 비할 바 없다고 본다.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상대적으로 엄숙함이 묻어나는 의식과 성당이라는 건축물이 주는 장중함등. 무엇보다 길거리에서 행인들을 붙잡고 선교하지 않는 점도 좋다.

 

 


얼마 전 전임 교황이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일은 드문 일이며, 그로인해 세상의 추기경들은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의식을 치렀다. 그걸 콘클라베라고 하며 그 방식에 대해서는 각종 언론들이 생중계를 하며 상세하게 알려주어 일반인들도 다 알 수 있었다. 남녀노소, 국적과 인종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바티칸에 몰려들어 흰 연기가 나기만을 기대하는 심정은 어떤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 마치 산고를 겪는 임부 곁에서 손을 꼭 잡으며 옥동자가 태어나기만을 기다리는 아비의 마음쯤 될까? 하지만 막상 건물 안에서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외부와 격리된 채 인고의 시간을 지내야 하는 추기경들의 모습은 제대로 전해진 바 없었다.

 

 


영화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는 종교영화로만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선출직에 뽑힌 속된 말로 완장을 차게 된 사람의 심리에 대해 본인과 타인의 시각을 교차해가며 자리가 주는 부담감에 대해 조명한 내용을 더 깊게 봐야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선출 과정에서 다수의 표를 얻지 못하면 무한정 투표를 해야하는 방식에서 추기경들은 이상하게도 본인은 뽑히지 않기를 바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아닌 몇 억 명의 신도들이 우러러 보는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도 이들은 한사코 원치 않았다. 하지만 멜빌 추기경이 뽑히고 나서 이야기는 엉뚱하게 흘러갔다. 이 영화가 다큐가 아닌 드라마인 점은 이때부터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탈리아의 유명 감독이자 배우인 난니 모레티는 아예 카메라 앵글안으로 들어와 그들을 조율한다. 정신분석학 의사로 나오는 그는 교황으로 뽑혔음에도 한사코 대중들 앞에 서지 않으려는 신임 교황과 면담을 하고 그가 교황청을 탈출한 이후에도 그곳에 남아, 다른 추기경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평안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라는 속담이 있지만 오랜 세월을 비교적 좁은 생활영역에서 살았을 그가 민중의 공간으로 들어가 그들의 삶을 보고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나온다. 무릇 지도자라면 보여주기 위함에서라도 자주 하는 것들이지만 권력을 탐하는 자와 권력을 내려놓으려는 자 사이엔 진정성의 경중이 다르다.


한편 사라진 신임교황 대신 경비대원이 몰래 그를 대신하는 해프닝과 대기시간에 배구를 하면서 활력을 불러일으키려는 시도 속에서 그저 기도만 할 것 같았던 추기경들의 꿈틀거리는 승부욕과 체력도 과감히 보여준다.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성직자와 자연인의 경계에 대해 인위적으로 선긋기를 해왔던 우리들의 선입견을 어느 정도 들어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압권은 후반부다. 결국 그를 기다리는 민중 앞에 선 신임 교황은 자신의 속내를 여과없이 드러낸다. 부족하지만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상투적인 인사말이 아닌 자연인으로서 멜빌 자신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 지에 대한 소회로 보였다.


이 영화를 보면 은근히 정치인들을 연상케 한다. 오로지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권력의 상층부만을 향해 달려드는 정치인들에게 이 영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들은 경제난으로 허덕이거나 말거나 자신들만의 특권을 유지하는데 급급하고 선거 때만 국민을 현혹하는 말로 표만 얻어내는 그들과 비교해 영화 속의 성직자의 모습은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비록 이 영화가 현실에서 교황의 선출과 맞물려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굳이 지금이 아니더라도, 설사 본인이 천주교도가 아니더라도 자리와 감투를 다투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꼭 보면서 제대로 처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실한 리더쉽은 믿고 따르는 아랫것들을 무척이나 피곤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비단 바티칸이나 이탈리아에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We Have a Pope 
7.4
감독
난니 모레티
출연
미셸 피콜리, 난니 모레티, 마르게리타 부이, 예르지 스투르, 레나토 스카르파
정보
드라마 | 이탈리아, 프랑스 | 102 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