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파리 5구의 여인 - 나락에 떨어진 지식인에게 손을 내밀다

효준선생 2013. 4. 26. 07:30

 

 

 

 

 

  한 줄 소감 : 봄이 늦으니 이런 영화가 땡긴다.

 

 

 

 

 

랑스 파리가 주는 이미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예술의 도시, 샹송이 흘러나오고 밥은 굶어도 커피는 마실 것 같은 파리지앵들, 센느강과 몽마르뜨 언덕으로 대변되는 유유자적함. 결코 빈민들이 우글거리는 슬럼가는 연상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은 사람사는 곳이 아닌가. 에펠탑 그림자가 드리워 하루종일 빛을 보지 못하는 그곳에 마치 바퀴벌레처럼 음습하기 이를데 없는 그곳에서 파리가 필요로 하는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는 이민노동자들의 거처도 있다.

 

 


영화 파리 5구의 여인은 일방적으로 이미지화 된 파리의 이면을 조명하면서 모든 걸 잃어 버린 한 보잘것 없는 지식인의 신산한 삶을 비교적 핍진하게 그려내고 있는 관심작이다.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동명 원작소설이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사랑을 받았고 이 영화 역시 지성미라면 빼놓을 수 없는 이단 호크가 전적으로 이끌고 간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최소한 이 영화에선 그다지 매력적인 인물로 승화하지 못한다. 물론 배우가 아닌 캐릭터로서의 그는 별로다. 그래도 바탕이 있어서인지 파리의 여인들은 한 사람 빼고는 그에게 호감을 갖는 모양이다. 그게 이민 노동자들이 즐겨 찾는 카페 여종업원이라든지, 정체가 모호한 팜므파탈 이라든지 말이다. 정작 가장 정상적인 여인, 아내로부터의 배척은 낯선 이방인에 불과한 그를 나락으로 인도한다. 게다가 가져온 슈트 케이스와 지갑마저 도난당한 그에겐, “왜 그렇게 사니?” 어서 너의 나라로 돌아가라고 조언해 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오로지 딸 얼굴 한번 보고 싶어 파리를 떠나지 못하는 그의 앞에 나타난 여인은 일종의 대리 만족재다. 아니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그가 꾸는 꿈속의 지니일 지도 모른다. 그의 주변에서 그가 싫어하는 사람의 죽음이 발생하면서, 그는 혼돈에 빠지고 찾는 사람은 찾을 수 없다는 현실이 그에겐 과연 꿈일까 생시일까


사람은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꿈을 꾼다고 한다. 그에게 필요한 건, 아내와 딸이 다시 자신을 받아들이는 걸까 아니면 파티에서 만난 매력적인 여인으로부터의 심리적 위안일까 그것도 아니면 잠자리를 제공해주고 마치 자신을 멘토처럼 여기는 어린 소녀로부터의 관심일까 그에게 파리는 낯선 곳이다. 그가 정주할 곳은 없다. 그가 머무는 잠자리는 최소한의 것들이다. 아니 그마저도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협이 느껴질 정도다.

 

 


그는 부엉이를 그리고 영화 중간에 장면 전환에서 부엉이가 나온다. 새는 남자를 보는 것이다. 그렇게 제 자리에 앉아서 갈 곳 몰라 하는 어느 중년 남성을. 파리 5구에서 사는 여인은 애초부터 없는 존재였다면, 우린 처음부터 이 영화를 프랑스 영화가 만들어 놓았던 말랑거리는 로맨스 영화일지도 모르는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 기묘한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미스터리 스릴러 한편은 프랑스와 프랑스 영화가 주는 인식의 틀을 살짝 틀어 놓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파리 5구의 여인 (2013)

The Woman in the Fif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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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파웰 파울리코우스키
출연
에단 호크,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요안나 쿨리크, 사미르 궤스미, 델핀 쉬요
정보
스릴러, 로맨스/멜로 | 프랑스, 폴란드, 영국 | 85 분 | 2013-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