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인비저블 사인 - 우리만의 소통방식은 이런 것

효준선생 2013. 4. 23. 08:00

 

 

 

 

 

 

   한 줄 소감 : 일상적인 이야기도 이렇게 독특한 질감으로 뽑아낼 수 있다니...

 

 

 

 

 

학자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유난히 수학을 좋아했던 소녀, 아버지와 달리기를 하는 것으로 삶의 활력을 찾던 그녀는 10살 되던 해 갑자기 아버지에게 닥친 병마와 함께 삶의 대부분을 스스로 놓아버렸다. 그리고 다시 10년 뒤, 어엿한 숙녀가 된 그녀는 초등학교 수학 선생 자리를 놓고 자신과의 힘든 싸움을 해야하는 처지가 된다.

 

 


영화 인비저블 사인은 독특하다. 언뜻보면 마치 판타지 장르같은데, 그 이유는 아버지와 소녀가 보여주는 행동들을 정상적인 시각에서 이해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멀쩡하던 아버지가 병명도 알려주지 않은 채 투병생활을 해 간다는 설정, 그리고 거기에 충격을 받아 자신이 좋아하던 거의 모든 것들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소녀의 마음가짐, 스무살이 되자 남자친구도 없고 일자리도 없는 딸을 독립이라는 명분으로 집에 내쫒는 엄마. 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이내 초등학교로 장면 전환이 되고 그 알쏭달쏭한 이야기들의 후반부는 한동안 내내 계속 되었다.


일단 소녀의 행동거지는 의문스럽다. 간헐적 대인기피증에, 공황장애를 의심되는 소견이 보이고, 세상에 숫자를 포함한 수학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통해 이 영화는 소통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한다.

 

 


초등학교 3학년 수학과목을 맡은 그녀는 말썽꾸러기 아이들과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해본다. 그 중에 마치 자신의10년 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았던 리사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야기의 진폭을 키운다. 이 영화엔 유난히 아픈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리사의 엄마 역시 흔치 않은 난치병 환자다.


이 영화는 세상엔 나만 고통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 아픈 사람에겐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위로이며, 조금 더 건강한 사람에 좀 아픈 사람을 보듬어 줄 수 있을 때 세상은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다. 같은 학교 과학선생의 구애가 이어지며 그녀는 조금씩이라도 마음을 여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어린 시절 심정적으로 충격을 받았던 그 이면엔 자신이 기대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미리 예측했을때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영화는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줌으로써 전에는 결코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던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설사 조금 어색하고 민망할지 모르지만 이들에겐 차선의 선택이라고 보인다. 이 영화는 버려야 할 것과 보내야 할 것, 그리고 품어야 할 것들을 명확하게 구분지어준다. 그런게 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판타지에 가깝지만 불치병에 걸린 사람을 억지로 살게 한다고 무조건 수긍되는 건 아니다. 사람은 어차피 현실에 발을 붙이고 살지 않는가. 대신 그 다음을 마련해주는 편이 오히려 올바른 선택이라 하겠다.

 

 


수학만을 자신의 모든 존재감과 일치시키며 간신히 버티며 살았던 소녀가 어느덧 세상 속에서 홀로서기를 해가는 과정이 때로는 불가사의하게, 때로는 로맨틱하게 그려진다. 마냥 남의 이야기로만 여기지지 않는 건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다들 조금씩은 그녀와 닮은 구석을 안고 살아가서는 아닐까. 제시카 알바의 두드러지지 않는 메이크업과 순박한 연기가 돋보인다. 

 

 

 

 


인비저블 사인 (2013)

An Invisible Sign 
9
감독
마릴린 아그랠로
출연
제시카 알바, 크리스 메시나, 소냐 브라가, 존 셰아, J.K. 시몬스
정보
드라마 | 미국 | 96 분 | 2013-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