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4월 이야기 - 기억하나요? 90년대식 사랑 모드

효준선생 2013. 4. 24. 07:29

 

 

 

 

 

  한 줄 소감 : 한 편의 영화가 또 다시 감성에 젖게 하다

 

 

 

 

 

즘에야 사랑도 이별도 빨리 해치우는게 트렌드인 듯 하지만 그런 사랑이 버겁게 느껴지는, 90년대 청춘을 보냈던 지금의 중년들에겐 그 시절이 그립다. 90년대 중반, 비록 짧았지만 나름 호황기를 보내던 시절, 일본의 청춘 역시 첫사랑에 몸살을 앓았던 모양이다. 감독 이와이 순지는 러브레터와 4월 이야기등을 내놓으며 점점 각박하게 돌아가는 시대상 속에서 최소한 개인적인 영역인 사랑에서만큼은 순수함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영상으로 피력했다.

 

 


영화 4월 이야기는 북해도 아사히카와 출신의 대학 신입생이 보여주는 알싸한 첫사랑이야기다. 물론 이해 당사자들의 불꽃같은 조우는 없다. 어쩌면 사랑이야기보다 시골 순수녀의 도쿄 적응기라고 할 정도로 초반부 혼자 살아가는 한 시골 처녀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그녀가 선택한 도시 생활의 이면에 그녀의 사랑찾기라는 비밀이 밝혀지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공감을 얻어낸다.

 

 


우즈키는 쑥맥에 가까운 순박한 모습이다. 화장기라는 하나도 없는, 어린 송아지를 닮은 듯한 표정의 그녀에게선 세속에 찌든 豪奢는 없었다. 벚꽃이 비처럼 내리던 4월 어느날 이삿짐을 푸는 장면에서 시작해, 학교에서 친구를 만나고, 서클에 가입하고, 이웃과 서먹함을 풀어가는 모습등에서 당시 일본 젊은이들에게 한창 유행이었던 “히토리쿠라시(혼자 살아가기)”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대학 신입생 자기 소개때 한 녀석이 4월에 스웨터라니 덥지 않냐고 하자 반팔로 나선 그녀, 4월의 반팔은 어쩐지 추워 보이지만 도쿄에선 그런 줄 아는 그녀, 사랑스럽다.

 

 


이런 장면을 통해 외로운 소녀가 조금씩 알을 깨고 나오는 모습을 연상을 연상케 하지만 그녀가 숨기고 있던 하나의 비밀, 즉 선배와의 만남이 드러나면서 아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될 것 같다. 그녀가 자주 가는 서점, 그 서점의 이름도, 그녀가 다니는 학교 이름도 모두 “무사시노”다. 하고 많은 대학중에서 왜 그녀가 그 대학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도쿄의 대학으로 진학을 했는지, 이야기는 플래시백을 통해 밝혀지고, 그 연유를 알게 되면 아마 관객들은 그녀의 홍조처럼 아련한 첫사랑을 떠오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의 대부분의 느낌은 요즘과는 다를지 모른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바로 그 사람 앞에서 고백해버리면 그만이지 왜 표현하지 않냐고 말이다. 그런데 그때는 그게 사랑의 공식이라고 믿었다. 사랑은 결코 서두른다고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사랑의 결실은 행동이 아닌 마음이 움직이는 데 달려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이 영화엔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다. 이삿짐 인부들 사이에서 아무 것도 돕지 못하면서 쩔쩔 매는 그녀의 모습하며, 카레를 끓여놓고 이웃집 여자에게 권했다가 결국 혼자서 카레를 먹는 장면하며, 비가 오는 데 망가진 우산을 들고 겨우 찾은 선배 앞에서 쩔쩔매는 장면하며, 모두가 청순멜로의 이미지들이다.

 

 


2000년 한국에서 개봉했던 4월 이야기가 무려 13년이 지난 뒤 다시 선을 보인다. 그때도 무지 짧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확인해보니 겨우 67분 러닝타임이다. 좋은 영화란 길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가득찬 요즘, 67분이어도 충분히 느낌이 온다. 4월이다. 벚꽃이 날리는 요즘, 추억을 되살리는 영화 한 편 어떤가. 그리고 영화 4월 이야기의 여주인공 마츠 다카코의 근황도 궁금하다. 이 영화에 혹해서 구입했던 그녀가 부른 노래 테이프도 한 번 꺼내 볼 요량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4월 이야기 (2013)

April Story 
6.5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마츠 다카코, 타나베 세이이치, 루미, 카토 카즈히코, 후지이 카호리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일본 | 67 분 | 2013-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