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뷰티풀 크리처스 - 소녀가 어느덧 어른이 되었네요

효준선생 2013. 4. 22. 07:30

 

 

 

 

 

  한 줄 소감 : 열 여섯, 이팔청춘이 좋을 때다

 

 

 

 

화 뷰티풀 크리처스를 보고 난 뒤 인터넷으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정치성향을 검색해보았다. 보수성향이 짙고 외부로부터의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소극적인데다 아직도 일부에선 토속 종교와 미신을 숭배하기도 한다고 되어 있다. 이런 지적은 동명의 소설 서두에 고스란히 적시되어있다. 그 흔한 스타벅스 커피전문점도 없고 영화관에선 구닥다리 영화가 걸리고 그마저도 제목도 잘못되어 있다는 대사들. 이런 이야기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남자 주인공인 에단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사실 이 영화는 예고편과 몇 장의 스틸 사진만 보면 환타지 멜로의 영화처럼 보이긴 한다. 하지만 막상 다 보고 나니, 지방색이 강한 어느 작은 마을, 외지인으로 들어온 하이틴 소녀의 어른되기를 중심으로 두고, 거기에 그 또래 아이들이 갖고 있는 성장통이라든가 기성세대들의 지나친 관심과 혹은 간섭이 마치 다크한 판타지로 형상화되어 드러났다.


16살 생일이 되면 착하거나(빛) 혹은 착하지 않은(어둠) 마녀가 된다는 설정은 우리와는 다르게 좀 이른 나이에 어른으로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성인의례와 같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부, 일상적이지 않는 마법들이 총동원되며 한 소녀의 어른되기를 혼란스럽게 좌우하려는 시도가 단순히 볼거리에 경도되지 않음은 쉽게 눈치 챌 수 있을 것 같다.

 

 


아직도 마녀에 대한 질시와 경계심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좀 놀랍지만 개틀린이라는 작은 마을 주민들에겐 그건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외떨어져 사는 삼촌과 조카를 향해 대놓고 마녀의 저주에 걸린 자들이라고 하는 그들에겐 당연한 시각일 수 밖에 없다. 이 지역은 1860년대 남북전쟁의 후유증이 여전한 곳이다. 격렬한 전투 현장과 당시 죽은 병사들의 무덤이 있는 곳, 간혹 그 혼령들을 보았다는 증언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건 외지인의 접근에 대해 선천적인 거부감의 발현인 셈이다.


즉, 영화에서 이들 삼촌과 조카들이 부리는 일종의 초자연적 현상만으로 그들을 격리하려는 시도는 관객들의 눈요기를 제외하고도 충분한 설명이 된다. 그런데, 바로 이 에단이 또래 여학생이자 착하거나 혹은 악한 마녀의 갈림길에 선 리나에게 이성적으로 꽂히는 바람에 전체적인 이야기가 로맨스처럼 흘러버린 것이지만 이 영화는 분명 성장기 하이틴 소설의 영상화가 맞다.

 

 


에단 역시 이 지역 출신이면서도 언젠가는 이곳을 떠날 것임을 늘 각오한다. 만약 그 역시도 이곳에서 말뚝 박을 생각의 농촌 총각이었다면 그의 눈에 리나와 그의 삼촌은 멀리해야 할 존재로 비춰졌을 것이다. 다시 말해 리나와 삼촌은 자기들만의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든 어느 지역에 돌멩이 하나를 던져 본 것이고, 거기에 반응을 하거나, 혹은 따라 붙은 몇몇에게 이젠 그런 고루하고 보수적인 생각을 바꿔 보지 않겠나 하는 제안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대학 진학을 위해 대도시로 떠나던 에단이 차를 멈추고 마을에 남은 리나의 이름을 불렀을때, 마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리나의 서클렌즈의 색이 정상으로 바뀐 건 묘한 상황의 반전이라 하겠다. 에단은 리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설사 네가 인간이 아니라 마녀라 하더라도 왜 인간이 되고자 하냐고, 나약하고 재주도 없는 인간은 그냥 버티면서 사는 것뿐이라고, 그런데 불도 나게 하고 비도 눈도 내리게 하는 마법을 가진 그들에게 인간은 왜 동경의 대상일까 세상엔 마녀들만으로 살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만일까? 어른이 되었으니 사랑도 필요해서?  이 영화는 원작소설이 연작으로 나옴에 따라 후속작도 염두해두고 있다고 한다. 스케일에 비해 캐릭터들이 적지 않았던 이유도 그래서가 아닌가 싶고 엔딩에서도 그런 점을 살짝 내비치기도 했다. 설마 뉴욕에서의 마녀의 활약을 기대하라는 건 아닐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뷰티풀 크리처스 (2013)

Beautiful Creatures 
8.7
감독
리차드 라그라브네스
출연
앨리스 엔글레르트, 제레미 아이언스, 엠마 톰슨, 에미 로섬, 엘든 이렌리치
정보
판타지 | 미국 | 124 분 | 2013-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