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노리개 - 심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소

효준선생 2013. 4. 20. 07:59

 

 

 

 

 

  한 줄 소감 : 설정이라도 차라리 징역 10년 쯤 때렸다면 좀 시원했을까

 

 

 

 

 

고는 내려졌다. 익히 알고 있었던 수순이었다. 그렇게 된 내막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억측만 난무했다. 최소한 겉으로 드러난 정황은 피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죽음이 이슈화되어 그것이 공중의 눈앞에 재현되었지만 르포 그 이상은 될 수 없으리란 건 이미 예상했던 바다.

 

 


영화 노리개, 조선시대 여염집 아낙들의 손아귀에서 조물락거려지며 반려가 되었던 그 노리개를 제목으로 달고 나왔다. 심상치 않은 제목이지만 그게 사물이 아닌 누군가의 딸이자 누군가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에 이미 분노는 절반쯤 얹고 들어간 셈이다. 언제쯤 폭발하느냐의 문제만 남겨졌다.


영화 시작 전 자막으로 “본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고 하고 “영화 속 이름씨는 모두 허구”라 했다. 하지만 등장인물과 회사명은 거의 일대일로 매치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영화는 법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았다. 음독을 하고 자살한 한 신인 여배우의 죽음, 거기에 연루되어 피고석과 피의자가 된 몇몇, 그리고 증인들. 그 증인들 중 한 명이자 이 영화에서 나레이터가 된 해직기자.

 

 


영화에서 죽음에 이르게 된 신인 여배우의 등장은 생각보다 늦은 시간대였다. 그녀의 등장은 기획사 사장이 주선한 술자리에서부터 였고, 법정의 심리는 그 자리에 동석했던 증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증인의 이야기가 겹치고 쌓이며 정황의 불리함이 피고쪽으로 쏠리면서 사실과는 다른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을까 했지만 결국 결정적인 장면들이 등장하며, 분노와 한숨으로 몰아갔다.


비단 한 여자 연예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금도 인기와 돈을 쫒아 부나방처럼 몰려드는 소위 연예인 지망생들, 영화에서도 언급이 되지만 그들은 스스로가 자신의 끼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했고 그 앞에 놓인 적지않은 함정과 싸워야 했다. 그 질퍽한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고 해서 동료들의 오늘을 눈감을 수 밖에 없었던 그들. 그런 그들을 돈과 권력을 이용해 단물 빨아먹듯 하는 소위 잘 모셔야 하는 물주들.

 

 


도덕적으로 살아왔다고 강변하는 피고인의 모습 뒤로, 연상되는 인물들이 보였다면 어느 정도는 세태에 밝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엔딩 자막에 띄운 것처럼 수많은 연예인에게 유혹처럼 쏟아지는 부적절한 관계가 비단 성공의 지름길인 것처럼 호도되고 강권되는 이상,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텔레비전과 각종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선정적이고 말초자극적 이야기들, 누군가는 거기에 혹해 일차적 욕구를 해결하는데 혈안이 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성공의 지름길을 타기 위해 원치 않는 자리에서 힘겹다 할 그들에게 이 영화가 작은 위안이 될지 이미 덧난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 될지 잘 모르겠다.

 

 


영화에선 공판이 마무리 된 것으로 나오지만 아직 심문은 끝나지 않았다던 여자 검사의 외침이 공허하게 들린다. 그동안 독립영화에서 눈에 익었던 배우들이 여럿 선을 보인다. 이 영화의 또다른 의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노리개 (2013)

9.2
감독
최승호
출연
마동석, 이승연, 민지현, 서태화, 기주봉
정보
드라마 | 한국 | 95 분 | 2013-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