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시저는 죽어야 한다 - 예술을 하고 나니 인생을 알게 되었네

효준선생 2013. 4. 19. 06:29

 

 

 

 

 

  한 줄 소감 : 진짜 배우들처럼 생겼고 배우들처럼 연기했다

 

 

 

 

 

년 베를린이 선택한 타비아니 형제 감독의 영화 시저는 죽어야 한다 에는 흔하지 않은 요소가 하나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바로 실제 수감중인 죄수들이라는 것이다. 특히 중형을 받고 복역 중인 이들이 세상과 통하는 길인 영화출연을 했다는 건 여러모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들이 만들어낸 아웃풋만 놓고 보자면 기성배우들과 견주어도 크게 어색하거나 하지 않다. 아니 사전정보가 없었다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율리어스 시저를 감옥에 있는 무대위에 올리기로 한 감독, 이들은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죄수들을 모아 놓고 취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주연배우를 뽑기 위한 오디션을 본다. 그런데 이 오디션 장면이 흥미롭다. 자신이 살았던 동네와 이름을 열거하고는 그걸 감정을 실어서 표현해보라는 제시를 받는다. 그리고 한 명씩 호명된다. 그들은 이제 배우가 된 셈이다. 비록 그들의 몽타주 아래에는 실제 죄명과 복역해야 하는 수형기간이 함께 나오지만, 그들에겐 잠시나마 몰입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좀 아슬아슬했던 건 그들이 감옥의 이곳 저곳에서 자기들끼리 대사와 동선을 맞춰보면서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나 않을까 해서였다. 대개 십년 이상, 혹은 무기수였던 그들의 죄목 자체가 반 마피아법 위반, 마약운반, 가중처벌등의 이른바 잡범 수준이 아닌지라 혹시라도 수틀리면 칼이라도 들지 않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그런 노파심은 모두 기우였다.

 

 


좁은 감방 안에서도 대사를 암기하고, 이번 공연에 참여하지도 않은 감방 동료를 들들 볶아가면서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의 삶을 살아본다는 심정은 다른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율리어스 시저라는 희곡 자체가 장중하고 등장인물도 적지 않고 암투와 음모등으로 점철된 콘텐츠인지라 여기에 참여하는 이들의 면면도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이탈리아 남자들은 그냥 평범한 사람일텐데도 저렇게 하나같이 배우처럼 생겼나싶다. 짙은 인상의 이목구비와 설사 조금 비주얼이 안되는 경우도 성격파 배우로 충분히 써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저들이 조금만 더 일찍 연극을 만났더라면 그들의 인생은 바뀌지 않았을까?

 

 


이 영화의 흐름은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중간에 한 두 번 연습과정을 둘러싸고 작은 해프닝이 일어나긴 했지만 그게 실제상황인지 영화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인위적인 장치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흐름이 오롯이 진짜 무대위로 연결되면서 어느새 컬러로 전환되었음을 인식하게 된다.

 

6개월 동안의 연습과정이 드러나고, 리허설과 실제 무대위에서의 공연이 끝나고 그들은 환호했다. 성공적으로 공연을 끝냈을 때 그들은 환호했고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쳐주었다. 그들은 다시 각자의 감방으로 돌아갔다. 여담이지만 이들중 브루투스를 연기한 배우는 그 자신이 이곳에서 수형생활을 하다가 출소한 경험이 있었고, 지금은 전문 배우로 활약 중이라고 한다.

 

 


희곡연습 장면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율리어스 시저라는 작품에 대해 좀 알고 이 영화를 본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77분 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그로인해 아쉬움을 느끼지는 않을 임팩트를 가진 영화다. 베를린의 눈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시저는 죽어야 한다 (2013)

Caesar Must Die 
9.7
감독
비토리오 타비아니, 파올로 타비아니
출연
살바토르 스트리아노, 지오반니 아르쿠리, 코시모 레가, 파비오 카발리, 안토니오 프라스카
정보
드라마 | 이탈리아 | 77 분 | 2013-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