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공정사회 - 누가 이 아줌마에게 손을 내밀어줄 텐가

효준선생 2013. 4. 17. 07:02

 

 

 

 

 

  한 줄 소감 : 아줌마의 분노가 법이 되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화 공정사회는 사적 복수는 가능한가라는 해묵은 질문과 더불어 근래 들어 빈번해진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에 대처하는 어느 엄마의 고군분투를 짧지만 강렬하게 그려냈다.


이 영화는 포스터와 공개된 시놉시스를 통해 범인이 누구인지와 결국 엄마는 복수를 감행한다는 걸 알고 보게 된다. 그리고 남은 건 어떤 방식의 복수이며 그렇게 하면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카타르시스라는 건 어떤 양상일지가 궁금해졌다.


이 영화는 주인공인 아줌마의 정체에 대해 살짝 오픈한다. 지금은 치과의사인 남편과 별거중이며 전직 치과 조무사 출신으로 지금은 생활 설계사로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녀가 힘들어 하는 건 의도적 연출임을 감안하고도 적지 않다. 잘나가는 치과의사이자 방송인이라는 타이틀을 단 남편은 간호사와 내연의 관계고, 딸아이가 몹쓸 짓을 당했다고 하는데도 자신의 체면만 챙기려 든다. 신고를 위해 찾아간 파출소 순경이나 경찰서의 담당형사도 저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그녀의 아픔에 무성의하다. 그 뿐 아니다. 보험계약을 위해 나간 자리에서도 그녀의 몸매를 훔쳐보는 남자 앞에서 연신 옷매무새를 가다듬어야 하는 그녀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사는 여자이자 엄마다.

 

 


딸아이의 불행한 일은 이미 지나간 과거다. 엄마가 혼자 범인을 색출한다고 해서 딸이 다시 웃음 지을 수 있으리란 보장도 없다. 이미 상흔은 남았고 자라면서 지울 수 없는 기억이 될 것이다. 이 점은 엄마도 잘 안다. 물론 감독도 이 부분에서 범인을 잡아내고 그에게 어떤 복수를 해야 속이 시원해질 것이다라는 요점으로 이 영화를 만들려고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범인이 지속적으로 자신을 쫒아오는 엄마에게 속삭이듯 말한 부분은 미래다. 그의 범죄성향으로 보면 그게 그저 공갈로 들리지 않음이 공포스럽다. 제목으로 쓰인 공정이라는 단어는 뜻밖에도 범인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보호받아야 마땅한 사회적 약자들이 오히려 사회적으로 농락당하는 수준의 시스템이라면 범인에게 누구나 수긍할 정도로 공정한 법의 심판이 내려지겠냐는 요지의 嘲笑적 겁박이었다.

 

 


그의 말이 어떤 의도인지는 여자를 둘러싼 환경이 결코 만만하지 않음에 있다. 그 누구하나 그녀에게 선의의 손길을 내밀려고 하지 않았다. 몇몇 조언을 해준 사람들도 무기력해보이는 답변만 해줄 뿐이었다. 그리고 지쳐버린 그녀를 복수심으로 불러일으킨 건 범인이 아니라 그녀를 지치게 만든 이 세상의 시스템이었다.


그녀는 영민한 선택을 한다.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상대를 돈과 돈으로 움직일 수 있는 남자를 쓴 것이다. 복수의 과정인 영화의 결말은 생각보다 짧고 잔인한 편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천벌을 받아 마땅한 범인에게 앙갚음을 해줄 수 있는 그녀가 행복한 것일까? 남겨진 상처의 후유증이 업보처럼 남아있음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이 영화는 5천만원이라는 제작비로 완성되었다고 해서 놀랐다. 9회차 촬영에 정식 극장상영도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던 이지승 감독의 辯이 오히려 생경하면서도 진정성이 느껴졌다. 연기 잘하는 장영남 배우를 비롯해 아역배우를 최대한 배려해가면서 찍은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외에도 초반부 반복되는 편집등 영화 제작방식에 대해 몇 가지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공정사회 (2013)

Azooma 
9.1
감독
이지승
출연
장영남, 마동석, 황태광, 배성우, 추귀정
정보
범죄 | 한국 | 74 분 | 2013-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