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새 구두를 사야해 - 그대에게 한 걸음 다가서는 설렘

효준선생 2013. 4. 16. 06:30

 

 

 

 

 

   한 줄 소감 : 사랑이 체현되기 직전의 아슬아슬함이 짜릿하네

 

 

 

 

번도 가보지 못한 장소에선 누구나 설레게 마련이다. 특히 이미 입소문을 들어 마치 여러 번 다녀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유명 관광지라면 더욱 그러하다. 또 한가지 두려움도 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섣불리 나섰다가 길이라도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달콤한 추억쌓기는커녕 거지 신세가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낭만의 도시 파리가 아닌가

 

 


영화 속에 비춰지는 파리는 안온하다. 로맨틱하다. 그러나 그곳도 낯선 곳임에 틀림없다. 만약 길이라도 헤매다 나와 같은 언어를 쓰는 이성을 만난다면, 그것도 참으로 매력적으로 생긴, 이번 여행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포토 그래퍼 센의 소감이다. 그는 일본인 친구다. 여동생에게 이끌려 파리에 오긴 했지만 동생의 장난으로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일본 영화 새 구두를 사야해는 더 이상 로맨틱할 수 없는 달달한 러브스토리다.

 

 


러브러터의 히로인 나카야마 미호는 이번 영화를 통해 타지에서 살아가는 게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외로움을 이겨내는 방식으로 알 듯 모를 듯한 사랑을 선택해보면서 대략적인 답을 내고 있다. 그녀 역시 현재 파리에서 거주하고 하고 있다니 이 영화엔 그녀의 심중이 적지않게 반영되었을 것이다.


파리를 배경으로 곳곳을 소개하고 있지만 이야기 전반적인 情調는 사랑이다. 그게 그렇다고 찐한 에로스적인 게 아니라 첫사랑의 그것처럼 한발 다가서자니 거부당할까봐 한발 물러서자니 거부하는 것일까봐 무척이나 신경이 써지는 그런 종류다. 특히 센이 귀국 하루를 남기고 파리 이곳 저곳을 함께 돌아다니는 장면, 센느 강을 보며 선상에서 가지 않으면 안되겠냐고 묻는 그녀의 모습은 러브레터때와는 또 다른 사랑의 묘미였다.

 

 


상대는 연하남, 사실 그가 누군지도 잘 모른다. 그건 센도 마찬가지다. 겨우 만난 지 3일째, 서로에 대한 호감이 일시적인 것인지 앞으로도 계속 될지 모르겠지만 센의 감정은 또 다른 어떤 건 아닐까? 그녀의 구두 뒤축이 떨어져 나간 일로 인연이 된 둘, 그녀에게 일본으로 부터의 엘레강스한 구두 한 켤레가 택배로 보내졌다. 신발에 아로새겨진 의미. 사랑이 맞을까


오래전 베이징에 머물고 있던 때 오랜만에 아는 지인이 여행삼아 놀러왔다. 3박 4일동안 가이드 삼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없던 정도 생길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가 떠난 뒤 공항에서 뒤 돌아 오니, 왜 그렇게 허전했던지, 4일 전 혼자 있었을때는 그렇게 씩씩했었는데, 타지에서의 외로움은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이었던 모양이다.

 

 


호텔 이름 드 라 푸셀도레안느, 어렵기만 한 발음때문이었을까? 센은 그곳을 잘 찾아갔을까? 호텔로 가는 택시를 세워두고 역광을 무시한 채 들이민 카메라 속으로 둘의 포옹장면과 그 때 흘러나오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배경음악이 멋지다. 늦은 봄, 뜨거운 여름이 오기 전 사랑을 느껴보고 싶은 외로운 자들에게 영화 새 구두를 사야해를 추천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새 구두를 사야해 (2013)

I Have to Buy New Shoes 
9
감독
키타가와 에리코
출연
나카야마 미호, 무카이 오사무, 키리타니 미레이, 아야노 고
정보
로맨스/멜로 | 일본 | 115 분 | 2013-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