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송 포 유 - 어깨를 빌려드릴테니 편히 쉬세요

효준선생 2013. 4. 14. 06:30

 

 

 

 

 

 

  한 줄 소감 : 사랑하는 사람의 빈 자리가 크긴 큰 모양이다.

 

 

 

 

 

기야는 눈물을 쏟아냈다. 양복을 차려입은 초로의 신사는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아냈다. 그 부분은 홀로남은 아버지와 아들이 舊怨을 벗어내고 화해를 하는 장면이었다. 덩달아 옆자리의 관객도 눈가가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감정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전염이 되는 모양이다.


영화 송 포 유는 아내를 먼저 보내고 혼자 남은 한 남자의 심경의 변화를 조목조목 따지듯 정교하게 집어낸다. 얼굴만 봐도 무척이나 꼬장꼬장해 보이는 남자, 같이 늙어가는 처지지만 아내는 암에 걸렸고 무뚝뚝하면서도 수발을 챙기는 모습이 아내에게만큼은 최고의 남편이라는 느낌을 준다. 얼마 남지 않은 삶 속에 유일한 즐거움이라 할 수 있는 노래교실로 데려다 주고 끝날때까지 우두커니 밖에서 기다리는 남편이라니. 하지만 이제 그런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한 사람의 죽음을 기다리는 심정이지만 영화는 투병생활의 애환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호상이라고 할 정도로 조용히 남편 곁을 떠난 아내가 어찌보면 고마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덩그러니 혼자 남은 할아버지 곁엔 짙은 그림자만 남아 있다.


이 영화는 남편이자 또 누군가의 아버지인 아서의 눈과 마음을 담아낸다. 아내를 보내고 혼자 남은 그에겐 다시 아들과의 서먹함을 풀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또 자신에게 인생의 고민거리를 나누려고 하는 노래교실 여선생도 있고, 물론 그가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노래교실의 다른 노인들도 있다. 영화의 후반부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흘러간다.

 

 


아내와의 인연은 이미 끊겼지만 아들과의 화해는 또 다른 이야기다. 아내없이 딸 아이를 키우며 혼자 사는 아들은 어떤 사연인지는 몰라도 아버지와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계기로 더 멀어져 버린 그들. 이들의 관계는 정상을 찾을 수 있을까.


노래교실을 중심으로 합창 장면도 여럿 나오고 흘러간 추억의 노래도 노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진다. 흥얼거리다 보니 어느새, 관건이 되는 대회에 도달하고, 엉뚱한 곳에서 사고가 터지고 이들의 마지막 노래를 듣기가 쉽지 않다. 친구이자 아내를 추억하며 단 한번이라도 불러보고 싶건만, 이들의 바람은 이뤄질까 그리고 그들이 준비한 노래는 대체 무엇일까?

 

 


일흔을 넘긴 노인이 텅 빈 집 안에서 아내와의 결혼 사진을 정리하는 장면, 그리고 그 사진들과 합창대회 티켓을 전달받은 아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장면은 눈물을 만들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화해의 손짓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먼저 내밀었다. 오직 자기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살아왔던 한 남자의 결정이 빈틈을 채우는 순간이었다.

 

 


무대위에 올라 나지막히 부르던 한 노인의 노래를 들으며, 아무리 악다구니처럼 살아왔다고 해도 사는 건 다 그렇고 그런 거구나 싶다. 아내를 위한 진혼곡처럼 들리지만 극중 관객도, 스크린 밖의 관객도 흠씬 젖어들게 만들었다니, 이 봄, 바람에 흩날리는 벚꽂처럼 애잔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송 포 유 (2013)

Song for You 
9
감독
폴 앤드루 윌리엄스
출연
테렌스 스탬프, 젬마 아터튼, 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앤 레이드
정보
코미디, 드라마 | 영국 | 93 분 | 2013-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