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런닝맨 - 혼자가 아니라 관객과 함께 달렸더라면...

효준선생 2013. 4. 15. 06:30

 

 

 

 

 

  한 줄 소감 : 집에 오니 막 유재석의 런닝맨이 끝났더군...

 

 

 

 

 

망을 매개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영화들의 공통된 특징은 쫒기는 자가 자신이 왜 도망을 다녀야 하는 지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설사 나중에 알게 되더라도 그 자리에 서서 해명을 좀 하면 좋으련만 이미 너무 많이 와 버린 탓인지 가속도를 붙여 열심히 달린다.


제목에서부터 숨찬 뜀박질이 연상되는 영화 런닝맨은 도망을 쳐야 살 수 있는 곤경에 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모략에 가까운 군수산업계의 비리, 정보기관의 어두운 그림자, 이제 대놓고 한국영화의 감초역할을 자임하는 대한민국 경찰, 그리고 소시민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와 아들의 사연을 하나의 틀에 넣고 구워낸 붕어빵 같은 영화다.

 

 

 


이 영화가 흔해빠진 추격 장르의 영화보다 인상적인 것은 무엇보다 어떻게 도망치는 장면을 보다 역동적이면서도 종래에 볼 수 없었던 영상으로 채울 것이냐를 고민했고, 그 고민의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있었기 때문이다. 수차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차종우의 도망 씬은 액션 활극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고 위험 수위라든지, 스케일 면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특히 컨테이너 차량이 전복되는 장면, 차량 트레일러에 매달리는 장면, 좁은 골목길에서 투휠 드라이브 장면들은 상당히 애를 쓴 흔적들이다.

 

 


이 영화는 언뜻 보면 아들에게 자랑스런 아버지가 되고픈 전직 잡범 출신의 남자의 다소 신파적인 내용과 커다란 무기수입거래와 관련해 이런 저런 조직이 단서를 갖고 있는 그 남자를 쫒는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 것 같지만 실상 그 두 가지 이야기 갈래는 별도로 진행된다. 차종우는 이젠 다 큰 아들 기혁이 자꾸 도망 현장에 나타나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데 그건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아들로서는 아버지를 돕겠다는 기특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총알이 난무하고 흉기가 날아다니는 그 험악한 곳에 덮어놓고 뛰어 들어 “저도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어졌어요”라고 하는 건 속도감을 저해하는 것 뿐이었다.


기존엔 이 아들의 역할을 사랑하는 여자가 대신했을 법 한데, 그걸 포기하고 父情의 승화로 치환하고는 애인이나 딸이 아닌 아들은 사건에 휘말려 좀 맞아도 되거나, 혹은 나중에는 난데없이 해커 수준의 컴퓨터 전문가가 되거나 마치 좀 놀아본 액션스타의 모습을 보인다는 건 어색했다. 그런데도 마치 “이 영화는 어쩌면 버디 무비인지도 몰라요”라는 듯 씨익 웃고 만다. 초반엔 아버지의 이름을 막 부르다가 나중에서야 아버지라고 하는 건 “그냥 철이 들어서다” 라고 급하게 마무리짓는다고 해결될 만큼 더 이상 관객들은 순수하지는 않다.

 

 


추격 영화에선 쫒기는 자도 명분이 있어야 하지만 쫒는 자도 성의를 보여야 옳다. 흔해빠진 국정원 요원들, 책임자는 무슨 부장, 차장이라고 하던데, 거의 조폭수준이다. 총에다 칼에다 민간을 상대로 상해를 입히는 것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살인병기들이다. 그런 자들은 또 등장한다. 프랑스 쪽 비밀조직인데, 한국인 둘을 써서 함께 동반 추격조로 나왔다가 허망한 결과를 자초한다.

 

 


어수룩하다 못해 코미디언들 같은 경찰 몇몇이 만들어내는 웃음도 좋다. 주인공으로 나온 신하균이 만들어 내는 성룡급의 코믹액션도 좋은 볼거리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그토록 목숨걸고 뛰는 건지, 그리고 그 시끄러운 와중에 부자 상봉이 그렇게 엄청난 감동을 줄거라고는 믿지 못하겠다. 러닝타임을 짧게 가져가고 중간 중간 장소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몇몇 인물들의 다음 씬에 대한 신의 영역에 속하는 추리력을 좀 더 타당성 있게 끌어냈더라면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오락영화라지만 앞뒤 전개 과정의 당위성이나 개연성없이  대사 한 두 마디로 딱딱 맞춰 버린다면 관객의 머리는 텅빈 상태로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신하균과 같이 달리고 싶은데, 길가에서 만국기만 흔들라는 요량이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를 sbs 예능 프로그램인 런닝맨이 하는 시간에 보았다. 영화 런닝맨이 달리기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에 즐겨하는 TV프로그램을 보지 못했음이 아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게 다였다는 건 솔직히 앙금이 남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런닝맨 (2013)

8.2
감독
조동오
출연
신하균, 이민호, 김상호, 조은지, 오정세
정보
액션 | 한국 | 127 분 | 2013-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