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오블리비언 - 잊힌 것들에 대한 쓸쓸한 퇴고(推敲)

효준선생 2013. 4. 13. 06:30

 

 

 

 

 

   한 줄 소감 : 머리를 비우고 눈으로만 보면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가 안될 수도 있음.

 

 

 

 

 

2017년 5월 지구의 시계는 멈췄다. 그리고 60년이 지난 뒤 지구의 모습은 폐허에 다름 아니다. 핵폭발에 상당하는 외계인으로부터의 공격을 받았고 지구의 대부분은 연상하기 쉽게 사막과 고철이 나뒹구는 버려진 땅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이 잊힌 땅에서 더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이 있는지, 지구 침략자들은 거대한 구조물을 공중에 띄워놓고는 마지막 탐사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그 임무를 잭 하퍼라는 지구인에게 맡겨놓았다.

 

 


영화 오블리비언, 세기말적 분위기도 걷힌 뒤, 생명체라고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지구에서 타워를 세워놓고 두 남녀는 마치 일개미처럼 부지런히 탐사를 다닌다. 얼마 뒤 인간의 도피처라고 하는 타이탄으로 가기 전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려는 듯, 아쉬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그들이 수신하는 비주얼을 통해 보이는 그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사는 걸까 테트라는 곳은 또 어디고 지구엔 이제 더 이상의 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을 줄 알았건만 스쳐지나가는 검은 존재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영화는 공상과학 장르지만 속도감은 대단히 느린 편이다. 그렇다고 철학적 사유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카운터 파트너가 등장하면서 싸우든지, 혹은 돕든지 해야 이야기가 차지게 보일텐데, 톰 크루즈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다니고 바이크를 몰고 다니고, 낯선 곳에서 정찰을 하는 모습을 보니, 이 영화 SF영화치고는 등장인물이 참 없네 싶었다.


대신 이 영화에는 잊힌 존재가 다수 등장한다. 잭 하퍼는 드론(공격용의 비행물체)을 잘 아는 엔지니어다. 하지만 그는 잊힌 존재다. 그를 아는 사람도, 그 스스로도 얼핏 꿈에서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고민할 뿐 누군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와 함께 사는 베카는 잭 보다 더욱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저 테트에서 보내오는 지령에 따라 잭에게 전달하는 이른바 메신저일 뿐이다. 지구엔 그들 뿐 아니라 이른바 약탈군들도 실상은 잊힌 존재들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번성하고 후대를 이어나간다고 해도 인류에게 그들은 중시조쯤으로 인식하게 될까?

 

 


그럼 지구는 어떤가 지구 밖에서 사는 모종의 존재에겐 지구는 잠시 와서 에너지를 채우고 가는 정류장일지 모른다. 그 안에서 수천 년을 소위 역사라는 걸 만들어 살았던 인류의 그것들이란 정말 하찮은 것들이다. 자신들이 가진 무기로 쓸어버리면 먼지처럼 사라질 것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인물이 아니라 확실하게 지구라는 인식은 뒤로 갈수록 짙어진다.


이 영화는 잊힌 존재라는 거대한 담론에서 잭 하퍼라는 지구인, 사실 그의 정체도 확실하게 드러난 바는 아니다. 그가 진짜 잭 하퍼인지, 아니면 지구를 침공한 자들이 가공의 비주얼로 복제해서 만든 여러개 중의 하나인지 알 길이 없다. 하여튼 그가 조금씩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의심을 하고 과거의 자기의 아내와 만나며 해야 할 일의 목적을 궤도 수정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핵심이지만, 간혹 광각으로 비춰지는 지구의 구석 구석과 은회색, 은청색 주조의 미래를 단정하는 색감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튀어 나오는 "멋진데" 라는 감탄사가 아니라면 이 영화에는 엄청난 스펙타클이나 스릴 넘치는 서스펜스가 있지는 않다.

 

 


결론도 다소 애매한 부분이 없지 않다. 희생이라는 이미 닳고 닳은 가치로 자신의 밥값을 해내는 주인공, 생각지도 못한 핏줄의 등장과  수인번호처럼 찍힌 49호가 아닌 52호의 등장이 남겨진 인류에게 작은 희망이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당사자는, 자기가 사람한 사람과 닮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거나 그와 함께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인류가 제 아무리가 자기 파괴를 통해 진화를 해왔다고 해도 이미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은 그걸로 끝인 셈이다. 제 기억에서 삭제된 것에 대한 재생은 과거의 것이 아닌 또 다른 새 것이다.

 

 


만약 지구에서 살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서 토성의 위성 타이탄으로 몰려가는 경우가 있을지 모르겠다. 잭 하퍼가 가끔 들리는 연못가의 오두막이 천상의 궁전처럼 보이는 이유가 결국 “지구 좀 지켜라”라는 사명감처럼 들린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국어사전에 "잊혀지다"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해서 "잊히다"로 써보았는데,  좀 어색합니다.

 

 


오블리비언 (2013)

Oblivion 
8.3
감독
조셉 코신스키
출연
톰 크루즈, 모건 프리먼, 올가 쿠릴렌코,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니콜라이 코스터-왈다우
정보
SF, 액션 | 미국 | 124 분 | 2013-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