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테이크 쉘터 - 그 남자의 기우(杞憂), 어디까지가 현실인가

효준선생 2013. 4. 9. 08:00

 

 

 

 

 

 

  한 줄 소감 :  보는 내내 불안과 초조했다. 나 역시도...

 

 

 

즘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눈은 감고 있지만 모진 꿈속을 해메다 깨어나보면 일어나야 하는 시간과 맞지 않는다. 대개는 이른 시간이다. 다시 잠을 청하려 해보지만 방금 꾼 꿈이 선명해서 다시 그 꿈을 꾸게 될까 두렵다. 누구는 키가 크기 위해 겪는 성장통이라 하지만 이미 자랄 때로 자란 성인에게 이런 반복되는 현상은 말 그대로 고통이다.


현대 사회에서 신경정신과 치료는 더 이상 백안시 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주변 환경에서 받아내는 스트레스와 불편한 일상이 꿈으로 이어지기때문이라고도 한다. 해결방법은 약물에 의존하는 정도, 그것도 궁극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미친 사람을 돕겠다고 나서는 주변인은 많지 않다. 그저 안되었네 하는 눈빛으로 그만이다.

 

 


현대인의 불안과 초조등 정신병리학 현상을 잘 표현한 영화 테이크 쉘터는 곰곰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보는 내내, 정말 나도 저런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기우(杞憂)라는 말이 있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고 조바심을 내는 경우로 일상에서도 자주 사용한다. 그런데 누군가에는 이게 스쳐 지나갈 수준이 아닌 경우다. 이 영화에선 조현증이라는 신경정신학적 병명이 등장한다. 그리고 정신병도 유전이 가능한 지에 대한 묻고 있다.


시추업에 종사하는 남자, 귀가 안들리는 어린 딸과 아내와 함께 사는 전형적인 미국 서민계층이다. 이들을 괴롭히는 건 남편이 보이는 이상한 행동과 경제력이다. 잠을 자고 나면 악몽의 후유증이 반복된다. 치료를 위해 의사와 정신과 상담사와도 만나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거대한 태풍이 몰려올 거라면서 앞 마당에 피난소를 만든다고 한다. 옆에서 보면 당연히 이상한 행동으로 보이지만 그런 그를 괴롭히는 건 이미 정신과 치료를 위해 시설에 오랫동안 머물고 있는 그의 모친과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저해할 수준에 이르는 그의 괴팍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써야할 돈이 점점 고갈된다는 점이다.

 

 

 

남자는 거의 매일 악몽을 꾼다. 거대한 폭풍이 몰아칠 듯한 날씨다. 하늘에선 엔진 오일같은 누런 비가 내리고 간혹 새떼들이 자신을 공격한다. 더 무서운 것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대상들이 꿈속에서 자신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기르던 개가, 회사동료이자 친구가 심지어 아내까지...살 수가 없다. 의사와 심리상담사의 도움을 받아 보지만 그까짓 알약 몇알로 치유될 것 같지 않다.

 

이 영화에선 남자의 편집증적 행동이 반복되는 와중에 미국의 보험제도와 대출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보험여부에 따라 엄청난 비용을 내야하는데, 신경안정제 한통에 한국돈 5만원이나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실 이영화는 2008년 미국에 몰아닥친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개인이 감내하기엔 너무나 벅찬 경제적 위기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잘 산다는 국가가 자신들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개인적 불안감을 투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영화를 보면서 특히 당사자들에겐 충격이었을 듯 싶으며, 그걸 실제적 표현이 아니라 개인의 심리적 변화에 짜맞춘 내용때문에 놀랍다는 표현으로 이 영화를 특별히 언급한 것이다.

 

 

아무튼 이런 저런 그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들이 반복되고 추후엔 이런 증세들이 과연 타인에게도 전이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개인적인 심리 상태의 불안이 옆 사람들에게도 마치 전염병처럼 전이된다면 그것은 몇 배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엔딩 부분에서 가족들은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려 해안가로 놀러 가는데 그곳에서 의미심장한 장면을 보여준다. 과연 이들 가족의 운명은 단 한번도 보지 못한 태풍 앞에서 피난할 수 있을까?   그동안 남자가 가리키는 손가락만 봐왔다면 이제는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는 가족의 눈빛이 충격적이었다.

 

 


한국의 정웅인을 많이 닮은 마이클 새넌의 음울한 표정연기와 그의 아내로 나오는 제시카 차스테인의 현실적 연기가 빛을 발한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니 관객에게 마저 그들의 불안과 초조가 전이되는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테이크 쉘터 (2013)

Take Shelter 
6
감독
제프 니콜스
출연
마이클 섀넌, 제시카 차스테인, 쉬어 윙햄, 캐시 베이커, 케이티 믹슨
정보
드라마 | 미국 | 120 분 | 2013-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