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호스트 -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공존을 제시하다

효준선생 2013. 4. 6. 08:30

 

 

 

 

 

  한 줄 소감 : 상상력이 기발하고 치분하게 생각하며 볼 수 있는 공상과학영화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가 낯설지 않았다. 영화 다 보고 나면  짚이는 이름의 감독을 확인하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 인타임을 연출했던 앤드루 니콜이다. 그가 SF로맨스라는 독특한 질감의 장르 영화를 들고 다시 찾아왔다. 영화 호스트다.

 

 


숙주라고 부르는 남의 몸에 빌려사는 기생령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혼령같은 정체는 가시적인 생명체로 보인다. 단지 인간의 몸과는 다른 형체일 뿐, 지구에 왔으니 지구인의 몸에 붙어 그들의 생활영역에서 살아가고자 할 뿐이다. 어느 별에서 왔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종족명도 없다. 그저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왔거나 혹은 다른 행성도 들린다고 할 뿐이다.


그들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 보다 그들의 행동거지가 궁금해졌다. 그들이 인간을 섭취하는 과정에 쓰는 기계엔 평화[PEACE]라는 인간의 글자가 쓰여있다. 하지만 인간의 몸에 소울이라고 부르는 자신들을 집어 넣고는 정복이라는 말을 입에 올린다. 지구엔 더 이상 원래의 주민이 살 수 없지만 용케 도망친 자들에겐 미래버전의 노아의 방주가 필요했고, 몇몇이 살아남아 천연요새 같은 곳에 머물고 있다.

 

 


이 영화는 공상과학영화같아 보인다. 외계인의 등장이 그렇고 메탈릭한 디자인의 탈 것들과 흰 정장을 갖춰입은 모양새도 그래 보인다. 무엇보다 사람의 몸에 자신들의 영혼을 끼어넣는 다는 설정이 그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이제 주인공 이야기를 해야 한다. 멜라니라고 하는 여자,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와 남동생, 그리고 무리들. 하지만 멜라니 역시 이젠 숙주로 만족해야 한다. 원래 숙주가 된 인간은 제 의사표현을 할 수 없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녀는 기생하는 완더러와 상호견제 및 동조를 해 가면 전에 없던 정체성을 보인다. 이게 바로 이 영화의 돌연변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완더러(나중엔 완다라 불린다)와 멜라니 조합은 주제 넘게도 외계인과 지구인의 공존과 공생을 위한 대안책을 내놓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감춰진 인간으로서의 연애감정들도 살포시 꺼내 놓는다. 하지만 아직 덜 익은 연애 감정보다 완다의 입을 빌어 내놓는 감독의 의도는 단연코 같이 잘 살 수는 없을까 하는 심정으로 읽혔다. 전작인 인타임에서도 그는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고 결론도 그렇게 내렸다. 그 영화에서도 차이를 뛰어 넘는 로맨스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부차적 재미일 뿐이었다.


살아남은 지구인들이 숨어사는 공간을 들여다보면 아주 독특한 곳이 하나 있다. 너른 밀밭이다. 거울에 반사되는 태양광을 이용해 농작물을 생산하는 그곳, 그곳엔 지위의 고하가 없다. 심지어 외계인의 소울이 입력된 가녀린 여자도 밥값을 해야 하는 곳이다. 어린 아이도 역시 마찬가지다. 드러내놓고 평등 사회를 주창하지는 않지만 곱디고운 선으로 사회파 영화임을 다시 한번 되새긴 영화 호스트는 또 한편의 기억에 담아둘 영화다.

 

 


하나의 몸, 그리고 그 안에 숙주와 기생이라는 두 개의 정신이 살고 있으면서 각각 다른 사람을 연모한다는 설정, 그리고 외계인과 지구인의 공생, 작금의 야수같은 세상살이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묘한 제안을 받은 기분이 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호스트 (2013)

The Host 
7.2
감독
앤드류 니콜
출연
시얼샤 로넌, 맥스 아이언스, 제이크 아벨, 다이앤 크루거, 윌리엄 허트
정보
SF, 로맨스/멜로, 판타지 | 미국 | 125 분 | 2013-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