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어둠 속의 빛 - 서광이 비출 날이 멀지 않았네

효준선생 2013. 4. 7. 08:00

 

 

 

 

 

   한 줄 소감 : 인간의 인내심과 믿음이 절절하게 표현되었다

 

 

 

 

 

혹의 폴란드 남자 소하, 그는 하수도 전문가라는 칭호에 걸맞지 않게 빈집을 털어 돈 될만 한 것들을 긁어모으는 이른바 좀도둑이다. 그렇게 모은 걸 하수도 모처에 꽁꽁 숨겨놓는 걸로 치부를 하는 걸 보니, 시대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나 싶다. 영화 어둠 속의 빛의 시대배경은 2차 세계대전의 말미다. 장소는 폴란드의 어느 작은 시골도시. 독일군이 進駐한 상황이고 인종청소라는 끔찍한 모토로 유대인들은 잡히면 그 자리에서 사살당하든지 아니면 수용소로 끌려가야 했다.

 

 


이 영화에선 독일군, 유대인 그리고 폴란드 주민이 등장한다. 문제는 이 폴란드 주민이다. 독일군 입장에서 보면 폴란드 주민도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의 백성으로 마음대로 해도 그만인 존재였다. 심지어 독일군과 소련군이 대치하는 전장에 끌려가 총알받이가 되기도 했고, 군수용품을 만들어내는 공장으로 가서 일벌레가 되기 했다. 그런데 영화에선 그들은 다소 자유로워 보인다. 소하 역시 이런 부류의 사람이다. 물론 그가 그 지역에선 거의 유일한 하수도 전문가이기때문이기도 하다.


유대인의 입장에서 폴란드 사람들은 100% 믿을 수 없지만 그들이 없으면 낯선 땅에서 살기 어렵기에 도움이 어느 정도는 필요했다. 그래서 돈을 모아 소하에게 건네주고는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해줄 것을 청한 것이다. 허름한 집에 모여살던 그들이 목숨 값을 내고 지내야 하는 곳은 바로 하수도.

 

 


오수와 악취 그리고 시궁창쥐가 들끓는 그곳에서 한정된 사람들만이 명줄을유지할 수 있는 그곳. 돈으로 산 곳이지만 소하의 입장변화에 따라 위기감과 안도감이 교차하며 영화는 농밀한 연출력을 자랑하기에 이른다.


이 영화는 어두운 지하세계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간혹 지상으로 나오면 우리에게 빛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영화에서 지상과 지하는 상당한 구별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 두 공간을 이어주는 매개인 폴란드 인,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지하공간에서 이동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기에 어둡다. 그런 곳에서 단 한 시간도 머물고 싶지 않은데, 이들을 보면 역시 인간은 적응력의 동물이라는 생각이다.

 


이 영화의 단 하나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믿음”이다. 독일군 초급장교와 소하의 관계, 소하와 아내와의 관계, 그리고 이야기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소하와 유대인들과의 관계. 긴장관계는 독일군들이 지하에 숨은 유대인들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기인하지만 숨은 유대인들은 모두 선이고 독일군은 모두 악이라는 이분법은 억지스럽다. 마약쟁이에, 되도 않는 주문을 외우거나, 그 더럽고 좁고 모두가 함께 지내는 공간에서 남녀관계를 맺으려는 캐릭터들을 보면 과연 그들의 목숨까지도 건사해야 해야 싶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희생을 치룬 뒷 끝임에도 자신이 구해냈다며 終戰후 하수도에서 한명씩 끌어내는 소하의 표정에서 천사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일개 좀도둑 하수도 수리공에서 돈보다 사람 목숨이 먼저라는 뉘우침 뒤끝에 찾아온 일종의 뿌듯함이 전이되는 것 같았다.

 

 


이 영화는 외세의 침략을 받은 적이 있었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전쟁은 치루는 즉시 손실이 발생한다. 인명은 단 하나다. 이 영화에서도 무수한 인명이 사라지지만, 아무도 그 무수함 속에서 살아야 하는 한 사람에 대한 위로는 없었다. 나만, 내 가족만이 아닌, 목숨이 달린 것을 구하는 자체가 사는 이유가 되었을 무렵의 소하의 표정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소하 캐릭터는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종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사한 그를 두고 벌을 받았다고 손가락질을 한 독일 사람도 있었다는데,  영화에서 보이는 그의 행적을 통해 인간의 존엄에 대해, 그리고 하수도안에서의 유대인들의 인내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어둠 속의 빛 (2013)

In Darkness 
7.8
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
출연
로버트 비에키에비츠, 벤노 퓨어만, 아그니에슈카 그로호브스카, 마리아 슈레더, 헤르베르트 크나우프
정보
드라마 | 폴란드, 독일, 캐나다 | 143 분 | 2013-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