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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한지 : 영웅의 부활 - 한고조 유방의 마지막 회고록

효준선생 2013. 4. 1. 07:00

 

 

 

 

 

 

  한 줄 소감 : 기름기 쏙 빼고 만든 중화요리를 접하는 기분 

 

 

 

 

 

국지만큼이나 인물간의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 바로 초한지다. 당대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한고조 유방과 초 패왕 항우의 대결을 중심으로 중국 최고의 지략가들이 총출동하며 중국 역사의 한 줄기를 만들어 내는데 공헌을 세웠던 바 초한지는 샐러리맨에게도 효과만점의 처세서가 될 것이다.

 

 


삼국지의 세 인물은 비록 코흘리개 아이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일테지만 불행하게도 그들은 통일왕조를 세우는데 모두 실패했다. 한마디로 땀만 흘리다 이름만 남기고 저 세상으로 간 셈이다. 하지만 유방은 다르다. 가난하고 이름없는 유생출신으로 한직에 머물던 그가 세력을 규합하고 진시황에 이어 두 번째로 중원 땅을 수하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보좌했던 세 명의 걸출한 지략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로 한신, 장량, 그리고 소하다. 이들이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는 했지만 그들의 최후를 들여다보면 과연 어떤 처세가 옳은 것인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초한지 : 영웅의 부활에선 바로 이 부분, 건국대업을 이룬 한 고조가 죽음을 앞두고 과거를 회고하는 내용으로 꾸며진 역사실화다. 물론 사마천의 사기에 기술된 부분으로 극화를 한 탓에 부분적으로는 허구도 있지만 다른 유사한 영화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고증이 잘된 편이라는 느낌이다. 특히 종래의 중국 사극이 주는 허장성세와 화려한 볼거리를 가급적 배제하고 스토리텔링과 인물 서사에 집중해, 한마디로 기름기를 쏙 밴 담백한 맛의 고기요리라는 기분이 들었다.


한고조 유방이 범접할 수 없었던 항우에 맞서 기세를 올릴 수 있었던 계기인 홍문연 장면은 그 압권이다. 전쟁터에서 화려한 연회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막사안에서 간단한 주연을 나누고 검무를 빙자해 유방을 해치려던 시도가 항우의 숙부인 항백의 방해로 이뤄지지 못했던 장면, 그리고 그걸 계기로 이어지는 해하성에서의 전투 장면 역시 액션이나 전쟁장면보다 인물의 움직임에 포커스를 둔 것은 훨씬 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이 영화의 시작은 병색이 완연한 한 고조가 악몽을 꾸면서 시작된다. 그의 회상을 통해 항우를 따라다니며 몰래 세력을 키웠던 때부터 홍문연 이후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11년 동안 재위하며 세 명의 지략가를 다루는 장면들이 오버랩된다. 아물래도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한신을 처리하는 장면이라고 보인다. 한 고조의 아내인 여치(여후)는 남편이자 황제인 유방이 죽고나면 권신들이 설칠 것을 우려해 그들을 모두 내쳐야한다고 上奏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투옥과 고문, 그리고 誅殺 장면등.


영화에선 한신의 죽음과 관련해 그가 항우의 사람이었던 전력을 들추며 어쩌면 반역을 꾀했을 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로 언급을 하지만 유방은 한신의 조력이 없었다면, 결코 통일제국을 완성치 못했을 것이다. 이는 한신의 시선으로 봐도 무척이나 억울했을 법 싶다. 한신이 유방을 도운 최초의 이유는 자신의 원적인 韓나라를 멸망시킨 秦나라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가능성이 보인 유방을 도운 것이므로, 그에게 새로 생긴 漢나라는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더불어 한 고조가 건국공신들에게 봉분을 하는 장면에서 지금의 산동성 출신인 한신에게 이미 망한 초나라의 옛땅을 다스리라 하니, 한신으로서는 배신감도 들었을 것이다.

 

 


초나라가 사라진지 이미 수 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초나라 땅의 백성들은 초나라의 향수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으로 따지만 전라도와 경상도 차이만큼이나 분명한 지역색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걸 알아서 통제하라니 제 아무리 한신이라도 미운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크게 내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의 재능을 두려워 한 한 고조에 의해 토사구팽당한 것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정무적 감각이 뛰어났던 승상 소하의 죽음도 얼추 비슷했다. 장량은 처세의 달인답게 알아서 지방으로 숨어들어 목숨만을 살릴 수 있었다.


이렇게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면서도 끊임없이 사람을 의심을 하고 용인술에 있어서는 최고였던 그가 이런 선택을 하는 과정이 영화에선 상당히 극적으로 표현이 된다. 병이 들어 마치 정신병자처럼 운신하는 한 고조 유방역을 맡은 유엽은 이름값이 아닌 연기로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충실하게 채워온 배우라 할 수 있고, 한신 역의 장진과 항우 역할의 오언조 역시 제 역할에 걸맞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 초한지 : 영웅의 부활에는 그저 이름만 내세워 어울리지도 않는 사극에 출연하는 유명 배우들은 보이지 않는다. 중국 본토박이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고(대만의 장진과 홍콩의 오언조 말고는 모두 내륙 출신의 배우들), 감독을 비롯한 스탭 대다수가 마찬가지로 내륙출신이다.


어색해 보이는 북경어 더빙도 없이 고어체가 아닌 현대 중국어를 구사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보고 나면 싸움장면과 거대한 스케일의 텅 빈 듯한 세트만 기억에 남는 중국 영화가 아니라 중국 역사의 한 부분을 들여다 본 것 같은, 한마디로 뭔가 남는 영화다. 중국어 전공자로서 추천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중국 역사극

  수입 영화사 폴

  배급 인벤트 디

 

 

 

 


초한지 : 영웅의 부활 (2013)

The Last Supper 
9.3
감독
루 추안
출연
유엽, 장첸, 오언조, 진람, 사일
정보
액션 | 중국 | 116 분 | 2013-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