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비념 - 따뜻한 남쪽 나라에 삭풍이 불고 간 자리

효준선생 2013. 3. 30. 07:00

 

 

 

 

 

 

   한 줄 소감 : 사연많은 제주를 달래다

 

 

 

 

 

주가 뜨겁다. 기상이변으로 생긴 일이 아니라 제주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연이어 등장하기 때문이다. 작은 독립영화 안에서 제주는 아프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지난 주 관람한 영화 지슬이 1948년 가을을 조명한 4.3 영화라면 2011년 개봉했던 영화 잼 다큐 강정은 현재 진행형의 사태를 조명한 영화다. 그런데 영화 비념은 이 두 가지를 모두 합친 이른바 하이브리드 영화다.

 

 


드라마가 아닌 다큐지만 영화에서 나레이터로 나오는 몇 명의 인터뷰이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그 자체가 드라마라는 느낌이다. 미군정 시절, 한국내에서의 독트린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제주를 선택했다. 고립된 섬이 주는 폐쇄성, 외부와의 정보차단으로 자신들만의 이슈를 강요할 수 있다는 점이 그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오키나와도 같은 맥락이다.


섬 안에 안주하며 살았던 그들은 결코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육지보다는 그래도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었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소개령에 의해 이들은 가족과도 뿔뿔이 흩어져야했고, 부지불식간에 날아든 비보에 통곡을 해야 했다. 그렇게 잡힌 수만명의 제주도민들은 지금은 관광명승지가 된 폭포를 무덤 삼아야했고, 또 일부는 독립된 제 나라를 버리고 몇 년전만 해도 자신들을 강폭하던 일본으로 건너가 또한 숨죽이고 살아가야 했다. 영화 비념은 바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만 보고서는 한자어 悲念쯤으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제주에서 무당 한사람이 요령만을 흔들며 행하는 작은 규모의 굿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 의미를 알지 못한 상태인지라 그냥 나름대로 “슬픈 느낌”정도로 담아두기로 했다. 영화의 節調도 기본적으로 슬프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지금은 올레길이 만들어져 한결 이동하기 편해진 제주의 곳곳을 다니며 4.3 당시 피해자들이 묻혔던 곳을 담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양한 컷으로 보여준다. 사진으로, 영상으로, 심지어 음향으로만도. 사실 이 영화에선 영상과 음향이 매치가 안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기승전결의 잘 짜여진 극영화가 아니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진정성은 분명하다.

 

 


지금은 일본 오사카에서 살고 있는 어느 할머니의 육성녹음부터 강정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서 목청껏 반대의사를 밝히며 싸우는 활동가의 모습까지, 늘 아름답고 맑을 것만 같았던 관광지 제주의 아픔을 비교적 여과없이 담아내고 있다. 특히나 63년 전 제주에서 벌어졌던 사람이 사람에게 총질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 부분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이성을 따져 말릴 수 조차 없었을 것 같은 분위기. 당시 제주 인구의 10% 넘는 사람들이 이때 희생당했고 살아남은 자들의 트라우마는 헤아릴 수 조차 없다니 이런 광기의 시작과 끝은 대체 무엇을 위함이었나.

 

 


한 곳 한 곳 화면에 담아내고 그 곳을 점으로 표시하고 보니 제주도가 온통 점으로 채워진 것 같았다. 제주도의 너른 바닷가 풍경이 엔딩을 장식한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여기도 한국 땅이고 이곳에서 사는 사람도 한국 사람일진데 마치 식민지 어느 땅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요즘 세상에 본적 운운하는 사람도 없지만 따지고 보면 아주 먼 시기, 조상님이 제주 삼성혈에서 나와 나중에 남원으로 분적했다고 하니 제주와 아예 관계가 없지 않아서 그런지 낯설지가 않다. 좋은 일만 가득한 곳이 되길 바라며.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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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념 (2013)

Jeju Prayer 
10
감독
임흥순
출연
강상희, 한신화, 김정민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93 분 | 2013-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