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웃는 남자 - 웃어도 그저 웃는 게 아냐

효준선생 2013. 3. 29. 06:30

 

 

 

 

 

   한 줄 소감 : 진짜 이런 삶을 살았던 사람이 있었다니 놀랍다

 

 

 

 

 

모의 사랑은 커녕 자신만 쏙 빼놓고 피난을 떠나버린 어른들이 밉기도 하겠건만 소년 그윈플렌은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눈밭을 헤맨다. 도중에 자기보다 어린 앞 못 보는 소녀까지 대동하고 찾아낸 마차, 그 곳의 주인은 유랑극단의 주인인 우르수스다. 버려진 자들이 새로운 가족을 탄생시킨 셈이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며 그래도 삶은 살아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에 소중한 것이라고 애써 격려하며 살았다.

 

 


소년의 입은 양 갈래로 찢겨져 있다. 오래된 옛날인지라 제대로 처치를 못 받았는지 흉터가 눈에 띌 정도고 사람들은 그를 보고는 손가락질까지 해댔다. 하지만 유랑극단 위에서 그는 탤런트였다. 앞 못 보는 여자 동생과의 이야기를 곁들여 그들은 인기를 끌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가도를 시샘이라도 하듯, 풍파를 불러일으킨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 웃는 남자가 영화화되었다. 생각보다는 짧은 러닝타임에 놀랐고 레미제라블에 이어 다시 한번 위고의 작품성의 공통점을 발견하며 두 번 놀랐다. 기존 기득권들에 의한 사회질서를 전복하고 세상은 시민의 힘으로 재차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는 예언이 다시 한 번 등장한다. 물론 그런 혁명적 주장은 이 영화에선 부담스럽지 않게 작용한다. 대신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성장한 데아와 자신의 흠을 끝끝내 성장동력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신분변화 앞에서 갈등하는 그윈플렌의 알싸한 러브스토리가 채워졌다.

 

 


이 영화는 출생의 비밀이라든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채 음독에 빠진 연인의 이야기라든지,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신파적 요소가 다분하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에 가까운 설정이었을 것이며 원작의 맛을 영상으로 옮겨내는데 성공여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알고보니 귀족 출신이었고 자신의 입이 그렇게 째지게 된 이유에 대해 알게된 그윈플렌의 심정은 충동적인 성적유희와 그 후유증으로 인해 세상을 보는 눈을 깨우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그윈플렌이 의회에 나가 수많은 귀족앞에서 자정과 회개를 강요하게 만든 힘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 그윈플렌은 전부터 세상의 변혁을 가슴에 품고 살았으며 그걸 토로하는데 여력과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가 광대로 살았을 때의 모습과 귀족으로 치장한 뒤의 모습은 차이가 크다. 마치 꽃 미남이 흔남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해야하나 비록 고급 옷에 멋지게 화장을 하고 나타났지만 예전의 미모엔 못미쳤다.


아이들을 키워낸 우르수스는 그윈플렌에게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누군가에게 두려움과 경외심을 갖게 된다”고, 크면 상처도 커질 것이고 사람들은 째진 입을 보고는 비웃거나 혹은 입에 발린 소리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 말은 적중했다. 지금이야 성형수술 몇 번만으로 제거할 수 있는 흉터지만 귀족이 된 그윈플렌 앞에서 그의 외모를 보며 비웃는 다른 귀족들의 마음씨는 수술로는 결코 제거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개인적인 아픔,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는 사랑이라는 감정, 그리고 기득권층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등이 이 영화가 풀어내고 싶었던 화두들이다. 우르수스가 변사가 되어 유랑극단 위에서 연극을 하는 장면과 그윈플렌을 꼬시려는 여귀족에게 부자들의 낙원은 빈민들의 지옥으로 만들어진다며 질책하던 그의 모습이 참으로 멋지게 보였다.

 

 


다소 어두운 분위기와 그로테스크한 비주얼때문인지 스릴러적 요소가 다분했다. 하지만 캐릭터 상호간의 밀고 당기는 긴장관계가 제법이었고, 아역과 성인역을 불구하고 남녀주인공의 월등한 미모가 한 눈 팔지 못하게끔 만들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웃는 남자 (2013)

The Man Who Laughs 
9.4
감독
쟝 피에르 아메리스
출연
제라르 디빠르디유, 마크-앙드레 그롱당, 크리스타 테렛, 엠마누엘 자이그너, 스완 아를로드
정보
미스터리, 판타지 | 프랑스, 체코 | 94 분 | 2013-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