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콰르텟 -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운 여생

효준선생 2013. 3. 28. 07:00

 

 

 

 

 

 

  한 줄 소감 : 이 정도면 행복한 삶이 아닌가 싶다

 

 

 

 

 

생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린 사람들을 흔히 장인, 혹은 달인이라고 한다. 인생을 통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부(富)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마련이지만 여생을 함께 해줄 인복은 반드시 따라오지는 않는 모양이다. 미첨하우스에 모여 사는 노인들의 면면을 보니 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왕년에 꽤나 인기 있었던 음악인들조차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고 요양원에서 살아야 한다니, 경제력이 안 되는 노년은 어떡하란 말이냐.

 

 


배우 더스틴 호프만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콰르텟은 노인 복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병원 냄새를 풍기는 요양원이나 경로당 수준이 아닌 고급 실버하우스인 그곳의 모습을 보니 저곳에서 사는 노인들은 그래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곳에서 산다고 마음마저 행복한 건 아니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노후대비란 그저 돈만 모아둔다고 완성되는 게 아님을 알려준 것도 큰 정보인 셈이다.


늙으면 애가 된다는 말도 있고, 인생은 60부터라는 말도 있고, 인생 황혼기를 사는 노인들의 이야기는 분명 반면교사가 될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반복하는 건, 요즘 들어 추하게 늙지 말아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어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인데, 자꾸 물욕이 생기고 남겨진 것들에 미련이 남는다. 그걸 떨쳐 버리기 쉽지 않지만 방안에 가득 찬 물건을 보니 애써 버리기 쉽지 않다.

 

 


평생을 음악을 해온 그들, 백발이 성성하고, 주름이 짜글거리고 심지어 초기 치매 증세도 보이지만 성격도 까칠하고 왕년에 인기 좀 누렸다는 자존심도 무척 강하다. 우연히 전 남편을 이곳에서 만나 애매한 경우도 있고 친구들이 예전처럼 멋지게 오페라의 한 구절을 불러보자고 구애를 해도 시큰둥하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첨하우스는 은퇴한 음악인을 위해 건립된 이른바 고급 실버타운인 셈이다. 그 안에서 닥터와 간호사들의 관리를 받고 또래의 노인들, 다들 왕년에 한가락씩 뽑던 인물들이다. 영화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합창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예사 목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라이벌이었던 사람도 그 안에서 만나야 하니 좀 난감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외롭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 자신이 왜 여기에 와 있어야하는 회의도 든다.

 

 


콰르텟은 4중창이라는 의미다. 주인공 4명의 노인들, 남녀 두 명씩은 자주 어울리고 이 중 두 사람은 첫 번째 결혼 상대였다. 이들이 미첨 하우스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노래를 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이 이 영화의 주된 테마인데, 그들이 선택한 곡명은 베르디 가곡 <리골레토>다. 이 영화는 이 곡 말고도 주옥같은 클래식 명곡들이 귀를 자극한다. 영화 말고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인 셈이다. 영화 중반부엔 클래식 강의를 듣기 위해 이곳을 찾은 청춘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미리 랩에 대해 공부하는 노교수의 모습과 이른바 재능기부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모습이 벅찼다.   

     

노인들이라고 자식들 눈치만 보며 구석방에서 텔레비전이나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몸은 늙었지만 생각은 고루하지 않고,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 자신이 가진 재능을 한없이 내주는 모습들. 할아버지와 할머니 사이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어린 자매의 모습이 그래서 보기 좋다.

 

 


이제 남은 건 4중창의 우아한 하모니를 들을 수 있느냐다. 그들의 목소리는 예전과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여전히 청아한 노래소리로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지게 늙는 모습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들처럼 나이가 들 것이다. 이들처럼 늙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보는게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령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드라마 

  수입 배급 백두대간

  홍보 언니네 홍보사

 

 

 

 

 

 

 

 

 

 


콰르텟 (2013)

Quartet 
9.6
감독
더스틴 호프먼
출연
매기 스미스, 마이클 갬본, 빌리 코널리, 톰 커트니, 폴린 콜린스
정보
코미디, 드라마 | 영국 | 98 분 | 2013-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