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안나 카레니나 - 화려한 불륜 뒤끝에 묻힌 씁쓸함

효준선생 2013. 3. 26. 07:45

 

 

 

 

 

   한 줄 소감 : 걸작 고전에 대해 내용이 아닌 형식의 재해석

 

 

 

 

 

나가 친 오빠를 찾아 모스크바에 온 이유는 딸 아이의 가정교사와 바람이 난 오빠와 올케 사이를 화해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기차역에서 한 남자와 눈길이 마주친 그녀가 오히려 불륜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기차역 火夫의 죽음 앞에서 慈善의 행동을 보인 브론스키 때문이었다.

 

 


19세기 중반 제정 러시아 시기, 점차 외부로부터의 개혁의 바람이 솔솔 불고 있었지만 소위 잘 사는 사람들에겐 남의 일이었다. 그들에겐 선민사상이 가득하고 사교계에서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에게 꿀리지 않게 치장하는 게 가장 해야할 일었기에 설사 불쌍하게 죽은 하류층들을 보더라도 그저 혀 한번 차주면 그걸로 그만이었다. 하지만 브론스키는 좀 달랐다. 어쩌면 이런 모습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안나에겐 신선한 충격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인연이 되었는지 반복되는 마주침, 무도회장에서 숨가빠하며 서로의 호흡을 느끼며 추었던 볼룸댄스, 남녀상열지사는 점점 무르익고 만다. 톨스토이의 동명 원작인 안나 카레니나는 한 여주인공의 불륜만을 다룬 소설이라기보다 당시 사회가 안고 있었던 소위 상류계층에서의 비도덕적 불감증과 그들만의 세상을 폭로하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가 잘 드러난 고전 걸작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지배계층이나 가진 자들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문학작품은 많지 않았다. 당시 불륜이란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특히 여성의 불륜이란 사회 시스템의 파탄이라는 지탄을 받아 마땅한 것으로 여겨졌다. 영화에서 사교모임에 갔던 안나가 주변 귀족 부인들에게 백안시당하는 모습이 그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직장과 경제력을 갖춘 남편, 그리고 생때같은 자식 등 기득권을 내려놓고 불확실하기만 젊은 귀족에서 매달리는 안나의 모습은 러시아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불륜이 새로움을 지향하는 개혁이라든지, 혹은 혁신은 아니지만 자기 마음이 가는 곳으로 가지 못한 채 예전에도 그러했으니 앞으로도 그대로 가야한다는 고루한 전통에 안나는 반기를 든다. 자유연애가 지금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그 당시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기에 비록 유부녀임에도 이렇게 일탈에 나선 것은 지금봐도 상당한 충격을 준다.

 

 


영화 안나 카레니나는 영상매체라는 특징을 반 정도 접어 놓고 연극적 요소를 다분히 가지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을 무대위로 한정하기도 하고 간혹 미니어처로 대신하거나 CG처리를 통해 공간의 이동이나 인물의 심경변화를 대신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당시 화려했던 상류층 패션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것 같은 드레스와 무대설치등 미술부분이 아름다웠고, 신경질적인 연기로는 최고인 키이라 나이틀리의 분전이 눈에 띈다.

 

 


대신 원작 소설의 내용을 기승전결로 각색해서 서술형 구조로 가지 않고 각각의 해프닝을 마치 연극의 章節로 나눈 뒤 나중에 이어붙인 것 같은 효과 때문인지 집중도는 많이 떨어졌다. 원작 소설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경우라면 이 영화는 상당히 불친절하게 느낄 수도 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안나 카레니나 (2013)

Anna Karenina 
8.5
감독
조 라이트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주드 로, 애론 테일러-존슨, 켈리 맥도널드, 매튜 맥퍼딘
정보
드라마 | 영국 | 130 분 | 2013-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