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끝과 시작 - 파국적 사랑에 대하여 설파하다

효준선생 2013. 3. 27. 11:02

 

 

 

 

 

  한 줄 소감 :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를 본 사람에겐 궁금한 뒷 이야기

 

 

 

 

 

미 개봉한 지 꽤 된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2009) 중의 한 편인 민규동 감독의 끝과 시작이 장편으로 재편집되어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단편치고는 생경할 정도의 이미지 컷들의 연속인지라 정확하게 의도하는 바를 읽어내지 못한 기억이 있는데 장편인 영화 끝과 시작은 그 애매함의 상당부분을 덜어 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내러티브에 입각해 친절하게 기승전결로 나누어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다.

 

 


남자는 죽었다. 혼자 남은 아내를 찾아온 젊은 여자, 처음 그녀를 본 아내는 못마땅했다. 당연하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여자다. 무슨 이유에선지 같이 살게만 해달라고 했다. 자신을 일하는 여자 취급을 해도 괜찮다고 했다.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의 체취라도 느낄 요량인가 싶어 진저리가 났다. 모질게도 굴고 겁박도 했다. 그런데 여자는 그곳을 떠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서히 침염(浸染)되어가는 두 여자의 관계. 그녀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영화의 시작은 거칠다 못해 가학적인 남녀의 베드신으로 시작한다. 마치 죽기 직전의 고통이 성행위의 극락이라고 믿는 듯 군다. 그런 남녀를 찍고 있는 카메라와 그 화면을 들여다보는 아내. 이들 관계, 불륜임이 확실하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영화 중간 중간 나레이션으로 끼어들는 남자의 한 두마디는 지금 전개되고 있는 영화, 즉, 불륜의 이야기는 남자가 지어낸 또 다른 가상의 이야기처럼 만든다.   

 


 

이런 이유로 보통은 상상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의 교착들이 마치 난해한 소설을 영상으로 옮기면서 느껴지는 버석거림처럼 느껴졌고, 오히려 그런 전제가 깔리면서 영화를 두고 보게 되는 여지가 되었다. 


영화 제목이 시작과 끝이 아니라 끝과 시작이다. 따져보면 하나의 말미가 다른 말미와 접을 붙이고 그렇게 해서 영속성을 갖게 된다는 설정일 수 있다. 왜 아내와 여자는 또 다른 사랑의 접점을 찾고 있는가. 왜 이미 죽었다는 남자는 불쑥 끼어들어 화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영화의 소품으로 등장하는 페인트 칠이 된 나무에 물을 주자 싹을 틔우는 장면이 보인다. “사랑은 키워지는 걸까” 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된다. 만약 세상의 모든 연인들이 이들 같다면 그럴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황정민과 엄정화는 이후 댄싱퀸으로 소정의 목표를 달성하고 김효진은 김꽃비와 영화 창피해에서 또 한번의 동성애 연기를 펼친 바 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끝과 시작 (2013)

In My End is My Beginning 
8.6
감독
민규동
출연
엄정화, 황정민, 김효진, 이휘향, 김강우
정보
드라마 | 한국 | 87 분 | 2013-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