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호프 스프링즈 - 우리도 한때는 뜨거웠던 적이 있었다

효준선생 2013. 3. 27. 07:00

 

 

 

 

 

  한 줄 소감 : 50대이상에게 꼭 양보해야 할 영화

 

 

 

 

 

혼 한지 30년, 중년의 나이도 훌쩍 넘어 초로의 생활이 익숙해진 부부가 있다. 각방을 쓰는 게 편하고 남편은 아침이면 아내가 해준 간단한 끼니를 마주한다. 베이컨 한 조각에 달걀 후라이, 그리고 회계사로서 일을 하러 출근을 하고 아내는 멍하는 빈집에 남는다. 그런 일상이 지겹기도 하고 사는 게 사는 것 같지가 않아 아내는 부부생활 컨설턴트를 찾아가기로 결심을 한다.

 

 


영화 호프 스프링즈는 “희망 온천”이라는 이름이 붙은 미국 메인 주의 작은 도시이름이다. 60년, 70년대 한국의 신혼부부라면 꼭 간다는 온양온천 같은 분위기다. 그곳엔 여행도 하고 휴양도 하면서 유명한 부부문제 전문 컨설턴트의 조언도 들으러 오는 부부들에게 필수 코스와도 같은 곳으로 부각되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국 “회춘”라는 의미로 시들했던 중년 부부들에게 어떻게 즐겁게 사는 것인지를 일깨워 주는 이른바 “다시 봄은 돌아오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사랑해서 결혼을 했건만 수십 년 동안 함께 살다보니 마치 룸메이트처럼 여겨져 이제는 서로에게 크게 바라는 것도 없고, 더 이상 이성으로서의 매력도 느끼지 못한다는 이들을 보며 사랑이 없으면 정으로 산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들린다. 정으로 산다는 게 뭐가 나쁘냐고 하겠지만 신혼부부들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자신들은 결코 그럴 일이 없을 거라 하겠지.

 

 


세월이 흘러 무던한 삶의 연속은 언제 그토록 뜨거운 사랑을 했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거리게 한다. 컨설턴트의 제안은 별게 아니다. 첫날 밤은 그저 꼭 껴안고 자도록 하고 다음 날엔 서로의 몸을 어루만져 보라고 권했다. 그러나 아놀드와 케이는 고비가 될 세 번 째 밤을 넘기지 못한 채, 폭발하고 만다. 대체 어떤 제안을 들어서였을까


이 영화는 중년들에겐 상당한 공감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생각보다 많은 부부들이 권태를 이기지 못한 채, 말 그대로 가족처럼 지내며 살고 자식들이 커가는 걸 보면서 잊고 산다고 말하는 부부관계에 대해 비교적 노골적으로 피력한다.

 

 


생식기능이 저하되서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상대에 대해 일종의 불신감이나 두려움마저 생긴다며 서로를 경원시하는 모습의 이들에게선 황혼이혼도 별게 아니구나 싶기도 하고, 차라리 없던 일로 하면 싸우거나 헤어질 일은 없지 않을까 할 정도였다. 누군가는 이런말도 할 것이다. 회계사로 돈도 많이 벌어다 준 남편 복에 집에 있는 아내가 욕심도 많다고. 하지만 이들 부부의 대화를 들어보니 서로에게 하고픈 말은 있었지만 그 말로 상처라도 받지 않을까 참고 묻어두고 그렇게 살았던 것이다.


일주일간의 컨설팅은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후일담이 있다. 사랑의 회복은 제3자의 조언에 따른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노력에 의한 것이다. 이들이 인생의 후반기를 맞이하며 새로운 삶의 활력을 “둘이 함께 걸어가기로 했던 신혼시절의 약속”에서 찾아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아무런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왜 내 사랑은 저렇게 화석이 되어 버린 걸까 무심한 투정한 속으로 삭히다 보면 그런 삶 결코 재미있을 것 같지가 않다.

 

 


나이 들어서도 금슬이 좋은 부부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당연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자연스런 일이고, 기왕이면 마지막 가는 길에 서있을 세상 유일한 내 편과 화목하게 지낸다면 그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 그래서 인간에게 “짝”이란 불완전한 반쪽을 하나로 채워주는 가치인 셈이다.


중년 관객들이 한국 극장가를 장악해가고 있는 요즘 골라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이 든다. 메릴 스트립과 토미 리 존스의 호흡은 조연 배우들이 별로 필요없을 정도로 안정되어 보인다. 엔딩 크리딧에 가족들과 어울려 즐거워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너스로 나온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힐링 코미디

   수입 데이지 엔터테인먼트

   배급 시너지

   마케팅 시네드 에피/오앤컴퍼니

   

 

 

 

 

 

 

 

 


호프 스프링즈 (2013)

Hope Springs 
9
감독
데이비드 프랭클
출연
메릴 스트립, 토미 리 존스, 스티브 카렐, 진 스마트, 벤 라파포트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미국 | 100 분 | 2013-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