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대상해 - 복고풍 상남자들의 우정과 사랑

효준선생 2013. 3. 22. 08:46

 

 

 

 

 

 

 

   한 줄 소감 : 총구 앞에서 酒膽, 色膽, 그리고 忠肝義膽을 언급하는 이 남자의 기개

 

 

 

 

 

20세기 초반 중국 상해는 세상의 모든 것을 흡수하고 소화해낸 지구상의 거의 유일한 대도시라 할 수 있다. 왕명에 의한 전제주의 국가였던 청나라의 지시도 받지 않고 그저 열강의 조차지에서 시작된 이 짧은 역사의 대도시의 운명은 서양 문물의 집합장소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런 이유로 모던 보이와 모던 걸, 그리고 중국을 병탄하기 위해 혈안이 된 열강의 군인과 정객들은 이곳으로 모여들어 제 각각의 욕심과 욕정을 분출하던 곳이기도 했다. 속으로는 건들면 톡하고 터질 듯 긴장감이 팽배해 있지만 겉으로는 화려함과 퇴폐미가 혼재해 있고 그 안에서 부유하는 사람들의 행색도 천차만별이었다.

 

 


전쟁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살리기도 한다. 단, 내가 죽지 않아야 그 맛을 볼 수 있다. 영화 대상해는 바로 이 혼란의 20세기 초반 상해라는 아주 특수한 지역을 배경으로 몇몇 남자들의 야망과 사랑을 입체적으로 그린 느와르 영화다. 겉모습만 놓고 보면 역사 시대극처럼 보이지만 명시한 시대와 복장을 빼면 80년대를 풍미했던 홍콩 느와르 영화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80년대 말 홍콩 느와르 영화전성시대 말미에 등장해 도박영화와 코미디영화를 비롯해 잘 된 영화들의 속편을 제작하며 이름값을 하던 왕정이 메가폰을 든 이 영화는 오랜만에 정극의 냄새를 피우지만 그보다는 주윤발을 앞세우고 홍금보, 오진우등 왕년의 홍콩스타들과 요즘 대륙의 신성들을 그러모아 찍어낸 이 영화는 뒤로 갈수록 느와르 영화의 속성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시 상해의 거리모습을 세트로 제작하고 폭격장면을 첨가한 것만 봐서는 제작비도 만만치 않을텐데 그보다 눈길을 끄는 건 주윤발을 위시해 남자들 간의 우의와 여자와의 사랑을 모두 놓치 못하는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의 모습을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주윤발을 비롯한 여러 배역들의 원형은 실재 인물들의 그것에서 찾아왔다고 하며, 중국 영화 하면 늘 따지고 드는 중화주의도 이 영화에서 비켜가지 않는다.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일본 침략의 야욕을 경계하고자 함은 그래도 우리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아리따운 처자의 몸으로 경극 배우가 되고픈 여자와 그녀를 멀찍이 지켜보며 사랑을 키워가는 남자. 불의의 사고에 연루되어 남자는 상해로, 여자는 북경으로 가 각각 서로의 반려자를 맞는다. 상해로 간 남자는 상해의 유력자에게 발탁되어 2인자가 되고, 지식인에게 시집간 여자는 손꼽히는 경극 배우가 되어 다시 상해에서 조우한다. 하지만 더 이상 서로의 감정을 이어갈 수 없음에 갈등하고, 여기에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만행을 공권력이 아닌 개인의 힘으로 막아내려는 남자의 고충이 뒤섞인다.

 

 


이 영화의 재미는 액션에도 있지만 아무래도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심리적 갈등이 묘한 쾌감을 준다. 주인공과 주변인물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부가되어 결론을 알 수 없게 만들고, 조연들의 호연도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홍금보는 육중한 나신을 서슴치 않았으며, 연극배우로 잘 알려진 원천(袁泉)도 주윤발의 첫사랑으로 나와 관심을 끌었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한 물간 고루한 영화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오래된 느낌이 지금의 번화의 상징인 상해의 옛 모습을 그리워하는 객(客)들에게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대상해 (2013)

The Last Tycoon 
8.7
감독
왕정
출연
주윤발, 홍금보, 황효명, 오진우, 원천
정보
범죄, 액션 | 홍콩, 중국 | 119 분 | 2013-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