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마스터 클래스의 산책 - 거장 감독들의 본격적인 몸풀기

효준선생 2013. 3. 22. 07:00

 

 

 

 

 

   한 줄 소감 : 옴니버스 영화에 힘이 실렸다. 역시 베테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즘 제법 잘 나가는 한국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름엔 그다지 눈길이 가질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 감독이라서가 아니라 이름이 생경해서 그렇다. 작품의 볼륨과는 별로 상관없다. 수십 억을 들인 대작 프로젝트라고 하는데도 신인감독에게 메가폰을 쥐어주는 걸 보니 대단한 잠재력의 소유자인가 싶다. 하지만 그 이면에 왕년에 활발하게 활동하던 베테랑 감독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든다.

 

 


80년대, 90년대 한국엔 이름에 유난히 “수” 자가 들어간 감독들이 많았다. 그걸 셀 수 있다는 건, 영화 감독의 절대적 숫자가 많지도 않았고 다작들을 하는 바람에 그들의 이름을 흔하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입봉작을 하고 나서 그 영화의 흥행 여부와 관련해 대박치면 한 두편은 보장이 되지만 그게 아닌 이상, 한동안은 그 감독의 이름을 보기 힘들게 되었다.


작년 영화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1985을 통해 화려한 부활 소식을 알린 정지영 감독을 위시해, 얼마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고 박철수 감독, 이두용 감독, 그리고 이장호 감독이 한 편의 옴니버스 영화를 위해 뭉쳤다. 그 이름은 마스터 클래스의 산책이다.

 

 


감독들의 이름만 봐도 제목에 모자름이 없다. 설사 근래 들어 연출작들이 희소해지긴 했다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연출 욕심이 없을 리 없어 보였다. 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탄탄한 구성에서 그런 느낌이 전달되었다. 이들의 4편의 영화들은 모두 다른 장르다. 이두용 감독의 처용무는 판타지 드라마, 박철수 감독의 미몽은 시츄에이션 다큐, 정지영 감독의 이헌의 오디세이는 코미디를 가미한 경쾌한 드라마, 이장호 감독의 실명은 멜로를 잔뜩 넣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이 네편을 관통하는 공통된 분모를 찾아내기란 쉽지는 않다. 대신 話者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살아온 나날들의 회한과 소회들을 타인의 눈과 입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그건 감독의 그것과 마찬가지다.

 

 


제 각각의 맛이 다른 4편의 영화를 재미의 순서를 매기는 것이 큰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이 중에서 정지영 감독의 이헌의 오딧세이가 가장 재미있었다. 그 역할은 이경영이 소화해낸 이헌이라는 기자 캐릭터가 회사원이라면 공감할 만 했고, 툭툭 내뱉는 언사들이 비록 취중임을 감안해도 밉지가 않았다. 특히 여러 작품을 함께한 명계남과의 콤비 연기는 정지영 사단의 특장점을 고스란히 선보인 자리였다.

 

 


각각의 영화들은 짧은 건 20분, 긴 건 30분 가량 된다. 중편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분량이지만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그런 시도는 역시 다른 의미에서 영화를 찍고 싶어 몸살이 나 있는 다른 감독들에게도 신선한 자극과 제작방식이 아닐까 싶었다. 창작을 하는 사람들의 고뇌는 그들이 산통 끝에 내 놓은 결과물을 대중에게 선보일 때 빛이 나는 것 아니겠는가 웜업을 했으니 이젠 마스터피스를 내놓을 일만 남은 셈이다. 그리고 영면하신 고 박철수 감독에게 애도의 념을...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옴니버스

  배급 마운틴픽쳐스

  온라인 홍보 클루시안 

 


마스터 클래스의 산책 (2013)

A Journey with Korean Masters 
9
감독
이두용, 박철수, 정지영, 이장호
출연
양택조, 위보라, 김현, 오인혜, 정기철
정보
드라마 | 한국 | 100 분 | 2013-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