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드림팀 - 왕년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효준선생 2013. 3. 21. 07:00

 

 

 

 

 

  한 줄 소감 : 한 물간 퇴물이라 하지 마라. 베테랑이라 불러다오

 

 

 

 

정도면 돌아온 탕아들의 이야기라고 해야겠다. 퇴물 축구인이 왕년에 한가닥씩 했던 멤버들을 그러모으는 장면과 그들이 말도 안 되는 신기에 가까운 축구 실력으로 우여곡절 끝에 전국 대회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며 삶의 환희를 확인한다는 설정이 2002년 개봉했던 홍콩 코미디 스타 주성치의 소림축구라 한다면 3월 개봉할 영화 드림팀은 재미와 감동을 덧붙인 프랑스의 프로젝트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축구 선수들에겐 일종의 스타병이 있는 모양이다. 잘나가던 시절, 사람들이 자신의 발끝에 환호하고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구름위를 걷는 기분이었건만 시간이 흘러 용도폐기되고 추문에 휩싸여 일순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보니 곁에 남은 건 빈털터리 잔고와 술병 뿐이다. 허명만 가득했던 오베라는 이제 인생의 마지막 동아줄일 지도 모르는 프랑스 몰렌이라는 섬마을 축구팀 감독자리에 최선을 다해보기로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헛발질이 난무하고 기초도 안 된 선수들을 뒤로 하고 그동안 알아두었던 선수들을 하나 둘 불러들이는데 이들도 가관이다.

 

 


문제가 있다고 붙여진 별명인 하자남들, 실력은 있지만 이젠 한물간 퇴물들 소리를 들으며 엉뚱한 일을 하고 있는 그들을 현역으로 다시 뛰게 할 수 있을까 영화 속에 비춰지는 캐릭터들은 마치 대기업을 다니다 명퇴당하고 닭튀김집을 하는 사장님이 다시 월급쟁이로 둔갑하는 수준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 팀웍이 생명인 축구팀에서 온갖 저질스런 반칙기술이 난무하고 심지어 지병을 앓고 있는 선수도 있다. 후보도 마땅치 않아 한 명이 빠지면 그냥 10명이 뛰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건 그저 몇 푼 안 되는 급여는 아니었다.

 

 


이 영화는 한물간 축구선수들의 재활기록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엔 몰렌이라는 한적한 어촌 마을을 휘감고 있는 씁쓸한 자유시장만능주의가 고발되고 있다. 몰렌은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남자는 바다에 나가 특산품인 정어리를 잡고 여자와 노인들은 섬마을의 거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통조림 공장에서 일을 한다. 그런데 육지 사람들이 그 공장을 인수하기 위해 멀쩡하게 일하는 사람을 내몰고 철거하겠다고 겁박한다.


생활수단을 잃게 된 마을 사람들에게 기댈만 한 것이라고는, 다시 말해 공장을 재가동 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축구팀이 전국 대회에 진출해 거기서 받는 중계권료과 선수들의 수당뿐 인셈이다. 그러니 죽기살기로 덤비는 게 당연하지만 축구라는게 근성으로만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 영화는 자신들과는 하등 관련이 없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섬마을 축구팀의 운명을 마치 자신의 일인양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움직임에서 감동이 시작된다. 왕년의 영화를 되살리겠다는 자기의 바람만이 아닌 공익을 위해서 점차 한 팀이 되어가는 모습이 짠한 마음을 갖게 만든 것이다. 굉장히 이기적이었던 그들이 왜 남의 일에 팔을 걷어붙이고 달려드는 지, 그리고 그런 모습이 왜 감동적인지 영화는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스포츠 소재의 영화는 고난을 극복하고 승승장구하는 데 제 맛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무명의 팀이 그렇게 되기란 쉽지 않다. 이 영화는 우승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은 포기한다. 그 대신 소박하지만 꿈은 적당하게 꾸는 사람의 몫이라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갈무리한다.

 

 

 

그들은 일회용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기 안에 잠자고 있었던 나만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함께 뛰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동료라고 부를 수 있는 팀원과 함께 하고 자신들을 열심히 응원해준 섬마을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해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더불어 함께 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보여준 휴먼 드라마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장르 스포츠 휴먼드라마

  수입 퓨어 픽쳐스

  배급 싸이더스 FNH

  홍보 영화사 하늘/ 클루시안

 

 

 


드림팀 (2013)

9.7
감독
올리비에 다한
출연
오마 사이, 호세 가르시아, 가드 엘마레, 조이 스타르, 프랑크 두보슥
정보
드라마 | 프랑스 | 97 분 | 2013-03-21